청소년의 인권을 무시하는 심재철 의원발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문

by 덕현 posted Jun 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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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인권을 무시하는 심재철 의원발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문

 

 

지난 4월 11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청소년의 유해콘텐츠 접속을 차단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하였다.

 

심재철 의원은 국회 본회의 도중에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나체 사진을 본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고, 새누리당 최고위원직 사퇴 압박을 받던 중이었다. 심재철 의원은 이날 청소년이 스마트폰에서 성인인증 없이 성인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누드사진 키워드를 검색하였다고 해명하였다. 그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개인용 단말기기를 이용해 인터넷의 해외 음란사이트에 별다른 제약 없이 방문하고 있어 청소년의 성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출한 법안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할 때에 이용자가 청소년이면 청소년 유해 매체물 차단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도록 하고, 계약 시에 약관에 이를 명시하고 청소년 이용자와 보호자에게 알려주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내용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경제적으로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통신기 개통이 보호자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실태를 고려한다면, 심재철 의원발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청소년 보호를 빙자하였지만 사실상 청소년을 법률상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발상에서 나온 인권 침해적인 법안이다. 게다가 이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이 바로 심재철 의원 개인의 치부를 변명하기 위해 청소년의 성보호를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부조리하다.

 

1. 이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청소년 명의의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을 포함한 전기통신 서비스를 개통할 때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유해 매체물을 차단할 수 있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같이 제공할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공된 차단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 얼핏 보면 청소년의 재량에 맡기는 것으로 보이나, 이동통신서비스의 경우 휴대전화 매장에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개통이 가능하므로 계약 때 부모와 동행 시 이용자 본인이 원치 않는 프로그램 설치를 하게 될 소지가 다분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하는 유해 매체물은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의적 기준으로 유해 여부를 정한 매체물인 경우가 많아 청소년의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또한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유해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판단 능력이 없다고 전제하는 처사이다. 이 개정안은 청소년의 성을 보호한다는 구실을 삼고 있으나, 정작 이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인 청소년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청소년을 ‘미성숙한’ 대상으로 보는 차별적인 사고방식을 토대로 하고 있기에 심재철 의원발의 개정안의 내용은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여지가 다분하며, 청소년들은 이 개정안 발의를 철회할 것을 심재철 의원과 공동발의한 의원들에게 요구한다.

 

2. 최근 한국 정부는 청소년을 억압하는 보호주의적 정책 시행을 심화시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부 등 정부 및 공공 기관들은 음반, 영상, 게임물 등 여러 매체물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무리하게 매기고 검열을 시도하는 행태를 노골적으로 보여 왔다. 정부는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향유하고 시민으로서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대신, 청소년을 주체성이 없는 시민 아닌 존재로 규정하며 보호와 규제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심재철 의원이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 변명으로써 이토록 쉽게 청소년의 성보호를 내세운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정부의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청소년들은 누드 사진을 본 것이 발각되자 우리의 성을 보호해준다는 명분을 자기변명에 이용한 심재철 의원을 규탄한다. 또한 청소년인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기는커녕 우리의 힘과 정신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정부에 각성을 촉구한다. 정부는 청소년 보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만 그로 인해 청소년의 인권이 지켜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청소년들은 우리를 위해 쓰여야 할 정치의 자원이 이번 개정안과 같은 어른들의 기만에 이용되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우리는 시민으로써 권리를 갖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다.

 

심재철 의원을 포함한 법안 발의 의원들은 즉각 입법을 철회하고, 청소년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입법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강력한 대응을 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 심재철 의원과 개정안 공동발의 의원들은 청소년의 권리를 무시하고 억압하려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악을 즉각 철회하라.

 

- 심재철 의원은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는 꼼수로 청소년인권 침해적인 전기통신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사과하라.

 

-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청소년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정책과 실천을 이행하라.

 

2013년 5월 30일

 

동성애자인권연대,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 내놔라 운동본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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