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행동 논평] 브루나이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posted Apr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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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브루나이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4월 3일, 브루나이는 동성애, 간통 등의 행위에 대해 투석형, 태형을 가하는 샤리아 형법(Syariah Penal Code Order 2013)을 전면 시행했다. 브루나이에서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어 온 샤리아 형법은 이미 인권침해적이고 과도한 형벌로 인해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브루나이는 “독립된 이슬람 주권국이고, 독립국가로서 자체적인 법률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며, 단계적으로 법적용을 확대했고 급기야 이번 전면시행에 이른 것이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범죄화하고 삭제하려는 브루나이의 이러한 법 시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샤리아 형법에 따르면 무슬림이 동성애를 한 경우 태형과 징역형에 처해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투석에 의한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비무슬림이라 하더라도 무슬림과 관계되어 있다면 동일하게 처벌을 받는다. 단지 남들과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처벌을 받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것이다.

 

브루나이의 이와 같은 동성애 범죄화가 국제인권기준에 위반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미 1994년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동성 간 합의된 성적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자유권규약 제 17조(사생활의 권리), 제26조(차별금지)를 위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여러 국제인권기구들에서 동일한 결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지난 2018년에는 인도 최고법원이 식민지 시대 이래 지속된 동성애처벌법에 위헌결정을 내리는 등, 세계 각국에서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률은 점차 폐지되어, 현재 전 세계 60% 이상의 국가들에서는 동성애를 범죄화하지 않고 있다. 브루나이는 독립된 주권국가라는 변명을 하기 이전에, 국제인권조약을 비준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적인 진전을 후퇴시키는 이번 결정을 내린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무지개행동은 브루나이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게 깊은 연대를 보낸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고, 당연히 브루나이에도 성소수자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샤리아 형법의 시행은 브루나이의 성소수자와 그 지지자들에게 심각한 낙인과 차별, 인권침해를 가하고 있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해 어떠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연대체로서, 그리고 아시아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써, 무지개행동은 브루나이의 성소수자와 지지자들과 연대하며 끝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평화가 깃든 브루나이 독립국(Negara Brunei Darussalam)’, 브루나이의 이와 같은 공식명칭에도 브루나이에서 성소수자들은 단지 다수와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무지개행동은 브루나이가 진정으로 독립국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다면, 국가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존재를 어떻게 인정하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할지부터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브루나이는 이번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고, 성소수자의 불가침의 인권을 보장하라!

 

 

2019. 4. 9.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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