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정치인들이 더 이상 편의에 따라 성소수자 시민의 권리를 볼모삼지 말라!

 

“동성애, 동성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동성애는 법적 사안이 아니나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르다”

어딘가 익숙한 장면이 지난 9월 6일 이루어진 조국 법무부장관 청문회에서도 그려졌다. 목사들이 관심이 있어 동성애, 동성혼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는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위와 같이 답하였다.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적격에 관해 과연 제대로 된 문답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드는 이 날의 청문회에서 특히나 위 문답은 질문과 답변 모두가 낙제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후보자의 동성애, 동성혼에 대한 견해를 묻고 답하는 것이 청문회의 단골 장면이 되고 있다. 이것이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시화되지 못했던 성소수자 인권 이슈를 조망하는 것이었다면 긍정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동성애를 찬성하냐”, “동성애는 존중하나 동성혼은 이르다”는 수준 낮은 질문과 답변만이 반복되고 있다.

조 장관의 청문회 역시 위와 같은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독교의 관심 사안이기에 동성애, 동성혼에 대해 묻는다는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서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보수개신교 단체들의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선동에 대한 어떠한 고민도 담겨 있지 않았다. 조 장관의 답변은 어떠한가. 동성애가 법적 사안이 아니라는 답변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동성애자들이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평등한 혼인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중대한 법적 차별의 문제이며, 법무부장관이라면 치열하게 고민하여야 할 일이다. 그러나 ‘동성혼은 아직 이르다’는 조장관의 답변에는 이에 대한 어떠한 고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실망스러운 조 장관의 답변은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성애 병사의 경우 그게 휴가 중이냐 아니면 복무 중이냐를 나눠봐야 하고, 복무 중에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답을 했다. 그러나 본질은 영내외의 구분이 아니다. 이성 군인 간에는 근무 중이라 할지라도 형사처벌이 되지 않은 성관계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받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 군형법 추행죄의 본질이다. 이미 2011년 자신의 논문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군인 간 동성애를 원칙적으로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한 자신의 주장마저 뒤엎은 조장관의 위와 같은 답변은 무지를 넘어 성소수자 혐오에 동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권의 핵심가치인 존엄성은 그 어떤 사람도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존중받아야 된다는데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 성소수자의 존재가 단지 청문회에서의 무의미한 문답의 도구로 소모되고, 심지어 혐오에 노출되는 모습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존엄성을 보장받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그리고 이는 역설적으로 성소수자를 비롯한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존엄성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과, 이를 실현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그렇기에 조장관이 말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차례차례 확장하여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이와 같이 장관의 청문회 발언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해부족, 심지어 퇴보적인 입장만을 보였다. 학자 시절부터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선구적인 입장을 거듭 표한 적 있던 장관이기에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지금 돌연 인권퇴행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 특히나 유감스럽다. 법무부장관 조국에게 쏟아지는 많은 비판이 그에 대한 높은 기대와 견제 때문이라면, 오늘 우리의 실망이 큰 것도 같은 이유이리라.

일찍이 조 장관 본인도 밝혔듯 성소수자 시민도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하등 차별받을 이유가 없는 동등한 동료시민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번 청문회가 보여준 현실에 맞서 정치인들이 더 이상 편의에 따라 성소수자 시민의 권리를 볼모삼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2019. 9. 9.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449
409 [논평] 트랜스젠더 군인은 언제나 있어왔다. 군이 지워왔을 뿐이다. - 육군 전역심사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하사 변희수씨에 대한 전역 결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1.23 386
408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일터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를 추모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2.10 122
407 12.10 세계인권선언일 71주년 맞이 논평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2.10 139
406 [공동성명] 혐오로 점철된 인권 농단의 정치세력화는 질병 예방의 걸림돌일 뿐이다. -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더럽히는 세력들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2.03 108
405 [가구넷 성명] 정부는 ‘사회적 합의’ 운운하기 전에 할 일을 하라 - 동성혼 불인정이 바로 차별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1.20 84
404 [군성넷 논평] 국회는 성소수자 혐오 조장하는 국가인권위법 개악안 즉각 철회하고,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1.20 121
403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명] '성적지향'삭제? 지워야 할 것은 국회에 만연한 혐오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1.14 84
402 [성명] 성소수자 차별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1.14 177
401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명] 김문수 혐오발언 방치하는 인권위 각하 결정 규탄한다. 정치인 혐오발언에 대한 입장과 대응책을 분명하게 밝히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1.12 96
400 [성명] 법대로 하자던 자본과 권력은 어디에 숨었나 - 성소수자 노동자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강제 연행을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0.02 129
399 [무지개행동 논평] 인권의 가치를 왜곡하는 혐오에 동조한 연세대학교를 규탄한다 - 연세대학교는 ‘연세정신과 인권’ 선택 교양 전환 결정을 즉시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9.24 230
398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차별금지법 거론 말라'? 국가인권위는 제정 추진 계획을 밝혀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9.24 52
397 [성명]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수납 노동자가 옳다. -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수납원 1500명 모두 직접 고용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9.16 179
»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인들이 더 이상 편의에 따라 성소수자 시민의 권리를 볼모삼지 말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9.09 65
395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단계론으로 회피하지 마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9.09 104
394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불법파견 없는 고속도로를 위해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 불법파견 대법원 확정 판결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8.29 136
393 [성명] 일터의 평등을 위한 한 걸음의 전진을 시작하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16 131
392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 시대의 오명을 자처하는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유죄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15 221
391 [성명] 사실상 최저임금 감액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12 13544
390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03 150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