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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하며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이 공간은 2003년 고 육우당을 떠나 보낸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성소수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성애 목사님들의 블랙 코미디 얼마 전 한 청년이 가방끈에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이 나라가 싫고 이 세상이 싫다." 그가 나라와 세상을 버리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무엇이 이 열 아홉 살 먹은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다. 그럼 누가 그런 편견을 유포하는가? 여러 부류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맹렬한 집단이 바로 보수교단의 목사들이다. 동성애자 차별을 이들처럼 사명감 갖고 하는 자들도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자 사이트를 유해매체로 규정한 것을 인권침해라 규정하고 이의 시정을 권고하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단체의 목사들이 곧바로 규탄 성명을 냈다.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를 '정상적인 성적지향'으로 간주했고 (...) 청소년보호위원회마저도 전격적으로 이에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는데 그 충격이 더 크다." 한 마디로 동성애자 사이트가 "갈등과 혼란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타락시키는 유해매체라는 것이다.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이 이런 폭언을 하던 그 입으로 버젓이 "동성애자 등 소수의 인권이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소수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방식을 보자. 동성애자는 "창조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가정의 붕괴"를 초래하여 "국가와 사회"를 위태롭게 하며, 나아가 에이즈를 전염시키는 주범으로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권을 각별하게 "보호"하고 유별하게 "존중" 해 주니, 어찌 가방 끈에 목을 매고 싶지 않겠는가. '독사의 자식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창조 질서에 대한 도전? 이 세상 모든 게 신의 지으심이라면 동성애자 또한 신의 지으심이다. 어디 감히 목사 나부랭이들이 하나님 작품에 시비를 거는가. 가정의 붕괴? 정작 동성애자 가정을 붕괴시키는 것은 자기들이 조장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분위기다. 사회적 지탄의 대상? 에이즈를 옮기는 환자는 대부분 이성애자들이다. 그런데 왜 더 많이 에이즈를 옮기는 자신들의 성 취향만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가? 동성애자를 매도하는 근거로 이들은 '레위기'와 '로마서'를 든다. 주의 말씀을 글자 그대로 따르고 싶은가? 그럼 '레위기'에 씌어진 대로 동성애자를 돌로 쳐죽일 일이다. 뭐 하는가? 당장 쳐죽이지 않고. 그 뿐인가? 죽이는 김에 바람 피운 자도 쳐죽이고, 멘스 중에 섹스한 자도 쳐죽이고, 미아리 점쟁이들은 아예 집단학살을 해버려야 한다. 그뿐인가? 미안하지만 목사님들 중에 눈이 멀거나, 다리를 절거나, 팔 다리가 상한 분들, 그리고 결혼할 당시 처녀가 아니었던 사모님을 둔 목사님들도 조용히 교단을 떠나셔야 한다. '동성애자는 죄인이지만, 죄인의 인권도 보호받아야 한다'? 심오한 농담이다. 아무 죄 없는 동성애자를 죄인으로 간주하는 것 자체가 벌써 인권 유린이다. 그래서 독일의 헌법재판소는 동성애자를 죄인으로 규정하는 교회의 입장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동성애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반면 우리 목사님들은 남에게 해를 끼친다. 아무 근거 없이 타인을 음해하고 매도하는 것은 인종차별 못지 않은 범죄행위다. 시민 사회는 이제 교회 일각에서 저지르는 만행을 법으로 제재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신앙과 성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던 수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계속 죽게 만들 것인가? 독일의 교회에서는 동성애자들을 신앙공동체 안에 끌어들이기 위해 신학적 검토를 하고 있다. 어느 교회에서는 아예 동성애자들의 삶을 성화의 모티브로 연출한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동성애자 부부가 아기를 입양하고 기뻐하는 장면은 성화 속의 예수 탄생의 모티브로, 에이즈로 숨진 아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의 모습은 전통적인 피에타로 연출되어 있었다. 문제는 동성애자 사이트가 아니다. 정말로 위험한 것은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 사이에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유포하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그저 동성애자라는 이유에서 타인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차별한다면, 그거야말로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동성애자 사이트는 유해매체가 아니다. 외려 감히 하나님을 빙자하여 편견과 차별을 실천하는 한기총이야말로 지극히 위험한 청소년유해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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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부디 좋으곳으로 가세요.. Karma 2003.04.29 1700
38 안녕히. SoD 2003.04.29 1894
37 설헌에게.. 최이연 2003.04.29 2218
36 <논평> 아직도 우리들에게 돌을 던지는가? - 삼가 고인에게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 녹색평화당 2003.04.29 2320
35 마음이 너무 아프군요...... 이은숙 2003.04.29 1814
3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소심터푸 2003.04.29 1781
33 단 한번 본 적 밖에 없는 아이였지만.. 이얀 2003.04.29 2272
32 바램대로 어떤 차별도 없는 천국에서 행복하길... 박종익 2003.04.29 1994
31 고인의명복을빕니다... 오리진러브!를올립니다. 2003.04.29 2502
30 고인의명복을빕니다 2003.04.29 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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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나야.. 지혜 2003.04.29 2254
27 부디 좋은 곳 가소서. 사탕 2003.04.29 2260
26 추모합니다 zooface 2003.04.29 2551
25 윤씨의 죽음을 애도한다 지난 26일 스무 살의 한 청년이 자살했다. 오마이뉴스 2003.05.07 2751
24 [오마이뉴스]19살로 생을 마감한 동성애자 청소년 '추모의 밤' 추모 2003.05.05 2614
» 진중권-이성애 목사님들의 블랙 코미디 임태훈 2003.05.03 2207
22 "동성애자 윤모 씨 죽음은 사회적 타살" 인권하루소싣 2003.04.30 1712
21 동성애자 사회현실 비관 자살 ytn 2003.04.30 1618
20 중복 4.29 동성애자 결혼·입양 합법화해야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비관한 한 10대 동성애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 오마이뉴스 2003.04.30 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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