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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하며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이 공간은 2003년 고 육우당을 떠나 보낸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성소수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조회 수 1847 댓글 0
(진보누리 www.jinbonuri.com 에 쓴 글을 옮깁니다.)


한 동성애자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우리는 항상 얘기해 왔습니다.

"차이가 곧 차별이 되는 것"이 부당한 것이라고.

여성들이 차별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항의할때, 마초들은 이렇게 얘기하곤 합니다.
"남자하고 여자하고 어떻게 똑같을 수 있냐? 억울하면 남자처럼 군대도 가고, 무거운 물건도 들고 해봐. 못하겠지? 그러니깐 너네들은 찌그러져 있어."

가끔 마초들은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여성보다 우월하다며, 그 근거로 남성이 여성보다 근력이 세다거나, 스포츠 경기에서 남성의 우월함을 그 예로 듭니다. 그래서 남성은 태생적으로 여성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반박하는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오랜 스포츠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스포츠 경기에 참가할 수 있게 된 시기는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것, 즉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그 속에서 쭉 배제되어 왔었다는 것, 그리고 여성들은 어렸을 적부터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게 길러진다는 것을 얘기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비판도 분명 그 의의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타겟이 잘못 잡혀진 것입니다.
핵심은 "물리적인 힘의 우월성이, 한 사람이 또다른 한 사람을 억압할 수 있다는 명분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만약 물리적 힘의 우월성이 그 억압의 명분이 될 수 있다면, 흑인은 항상 백인보다 우월한 존재여야 할 것이며(흑인의 운동신경, 근육의 탄력성이 훨씬 뛰어나므로), 남성들 사이에서도 힘의 논리에 의한 지배가 정당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힘센 남성이 약한 남성을 억압하는 것이 정당한, 즉 정글의 법칙이 성립하게 됨)

'데미무어'란 유명한 여배우가 머리를 빡빡 깎고 출연하여 화제가 된 "G.I.제인"이라는 영화가 겉보기와는 달리 남성중심적인 영화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어떤 여성이 고된 미 해병대의 군사훈련을 무사회 통과하여, 여성도 남성처럼 고된 군사훈련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할 수 있다"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차별이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생물학적으로 여성과 남성은 차이가 있고(sex; 생물학적 성), 어차피 모든 여성이 남성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G.I.제인이라는 영화의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넌 왜 남성처럼 못해? 넌 무능한 여성이구나?"라는 논리가 성립하게 됩니다. 즉 모든 여성에게 남성처럼 될 것을 강요하게 되고, 또 반대로 모든 남성에게 여성처럼 될 것을 강요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하기에 핵심은, 차이가 곧 차별의 명분이 되는 것이 부당하고 폭력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장애인 차별문제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또한 동성애 차별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회 구성원의 다수가 이성애라는 성적 타입(type)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동성애자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어떤 시선을 갖고 있습니까?

만약 자신이 동성애자로 태어났다고 상상해 보십시요. 사회의 온갖 멸시와 편견을 받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지 않습니까? 아마 초등학교때부터, "게이, 레즈비언"이라는 얘기를 '욕처럼' 들으며 온갖 놀림과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래 글에도 나와 있지만, 자살시도 해보지 않은 동성애자는 아마 없을 거랍니다.
지금도 이성애자들은 어쩌다 농담으로라도 자신이 '게이'나 '레즈비언'이라는 얘기를 듣게되면, 질겁을 하며 부인합니다. "나 게이 아니라고.. 절대 게이 아니라고.." (혹은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매우 불쾌하게 여기기도 하지요. 이 사회에서 그런 얘기는 욕으로 취급될 정도니까요.)

자신이 만약 실제 동성애자라면, 그것이 밝혀지는 순간, 아마도 사회에서는 매장될 것이 뻔합니다. 아마 사스 환자 비슷한 취급을 받겠지요. 그래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있는 행위를 '커밍아웃(coming-out)'이라고 하지요.
'홍석천'이라는 배우가 커밍아웃 후에 어떻게 사회(방송계)에서 매장되었는지 떠올려 봅시다. (하리수의 경우 그녀가 가진 "상품성"이, 성적 억압을 어느정도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자보다 예쁜 여자(남자)"라는 또다른 미(美)로서, 다른 방식으로 성적대상화 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무섭습니다.)

성적취향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즉 이는 바꾸어 말하면, 이성애자로 태어난(길러진) 당신도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다는 겁니다. 또 마찬가지로 당신의 자식이 동성애자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날 때 부터, 혹은 자라면서 겪은 경험들로 인해 "이성애"가 자신의 성적 타입으로 정해진 것처럼, 동성애자도 자신이 태어날 때 부터, 혹은 자라면서 겪은 경험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입니다.
이성애자인 여성(남성)이 남성(여성)을 보면 성적매력을 느끼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을 인위적으로 참는 것이 매우 비정상적이고 힘든 것처럼,
동성애자인 여성(남성)이 여성(남성)을 보고 성적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자신이 만약 동성애자로 태어났다고 상상해 보십시요.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강요하거나,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이라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히 인권에 대한 폭력입니다. 그리고 이번 한 동성애자의 자살도 그러한 폭력에 의한 타살로 보아야 합니다.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며, 모든 성에 대한 억압이 사라지고,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철폐되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아니 간절히 비는 것만으로 그치면 안되겠지요. 그것은 남일처럼 쳐다보며 그저 바란다고해서 누군가가 거저 주는 것이 아닐테니까요. 하기에 저 또한 그 차별철폐의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이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인 당신의 해방은 곧 나의 해방입니다.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이 사회에서, 저 역시 어느 한 소수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No one is free when others are oppressed!
(다른이들이 억압받고 있을때에는,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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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에서 퍼왔습니다. 찬찬히 읽어보시길..

한 동성애자의 죽음을 통한 절규

20살 꽃다운 나이…동성애자 차별없는 세상 먼저 찾아가





*동인련은 추모 사업과 함께 동성애자 차별 철폐를 위한 노력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한 동성애자가 20살 꽃다운 삶을 마감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6일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이었던 윤모 씨가 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것.

27일, 윤 씨의 빈소가 차려진 청량리 성바오로 병원에서 만난 동성애자인권연대(아래 동인련) 회원들은 지난 밤 이미 소식을 접하고 밤새 잠을 못 이뤘는지 모두들 까칠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막 20대의 문턱에 도달한 윤 씨의 앳돼 보이는 영정을 대하자마자, 이들은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동인련 회원들, 영정 앞에서 오열

회원 배모 씨는 "언제까지 동성애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계속돼야 하느냐"며 흐느꼈다. 파리해진 이들의 얼굴에는 어린 한 후배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를 죽음으로 내몬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후배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 한번 더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이들의 등은 더욱 서럽게 출렁였다.

특히 26일 오후 3시께 윤 씨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정욜 대표는 차분하게 회원들을 다독이고 있었지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정 대표는 "윤 씨는 지난해 말부터 동인련 게시판에 좋아하던 시조를 올리고 행사에도 가끔씩 참여하기 시작했었다"며 "얼마 전부터는 활동에도 좀더 활발히 참여하고 늘 밝은 표정이어서 자살할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차가운 시신이 된 채 누워있는 윤 씨의 곁에는 24일자로 작성된 여러 장의 유서와 사진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윤 씨가 자살을 차분히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유서에 죽음 택한 안타까운 사연 담겨

유서에는 온갖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감내해야 했던 한 동성애자의 애끓는 절규가 담겨 있었다. 윤 씨는 "죽은 뒤엔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죠. 윤○○은 동성애자다라구요.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고 그로 인해 고통받지도 않아요"라며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윤 씨는 또 "수많은 성적 소수자들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성경적이고 반인류적인지..."라며 동성애자를 죄악시하고 소외시켜 결국 죽음의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분노를 토해냈다. 가톨릭 신자이기도 했던 윤 씨는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하느님의 자녀'로도 받아들여주지 않는 보수 기독교단체들에 대해 동성애자를 죄악시하는 것이야말로 '반성경적'이라고 말하고있다. 그럼에도 윤 씨는 신앙의 끈을 놓치지 않고 동인련에 기증했던 십자가와 성모상을 잘 간직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하느님께서 동인련에 축복을 내려주실 거예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자살시도 안해 본 동성애자 없을 것"

한편, 윤 씨의 소식을 접한 여성 동성애자인 박수진 씨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자살을 '선택'했을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 "동성애자들 중에 한두 번쯤 자살 시도 안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는 주위에 의논할 사람도 하나 없는데다 동성애자임이 알려질 경우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 공포에 짓눌리다 결국 자살을 시도하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이 성 정체성을 자각한 뒤 자신을 혐오하거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구조 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씨는 또 "동성애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동성애자임이 드러날 경우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전학을 하거나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도 허다하"며 "심지어 아웃팅(본인의 동의없이 동성애자임을 폭로하는 행위) 위협을 당해 돈까지 빼앗겨도 가족들에게조차 알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 역시 "윤 씨가 지난해 자의로 커밍아웃 한 뒤 많이 힘들어 고등학교를 그만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동성애자 차별철폐 위해 애써줘요"

윤 씨는 동인련 선배들에게 "형, 누나들의 수고가 다음 세대의 동성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 잊지 마세요"라며 동성애자 차별 철폐를 위해 계속 힘써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윤 씨가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기는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차별받지 않고 멸시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어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8일 장례를 마친 동인련은 윤 씨의 죽음을 한 개인의 죽음으로 덮는 것은 그의 죽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 추모 사업과 함께 동성애자 차별 철폐를 위한 노력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인권·사회단체들도 윤 씨의 죽음을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가져온 '사회적 타살'로 규정, 동성애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에 각성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인권하루소식 [배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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