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선언문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는 동성애를 질병분류목록에서 삭제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이 결정은 종교의 이름으로 죄악으로 낙인찍히고, 과학의 이름으로 질병으로 낙인찍혀온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엄한 이들로 대우해야 한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을 기념하여 제정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은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맞서 모든 이들이 평등과 권리를 이야기하는 국제적인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우리는 다가오는 2022년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이하며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혐오와 차별의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새정부 첫날부터 대통령 비서관이 동성애는 치료될 수 있다는 망언을 쏟아냈고, 이제는 거대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무죄판결에도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추행죄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HIV 감염인을 범죄화하는 전파매개행위죄도 여전하다. 그런 가운데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증오범죄와 젠더폭력의 피해를 받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권리를, 자신이 정체화한 성별로 살아갈 권리를, 학교와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광장에 모여 싸우는 존재로서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차별에 맞서 분노의 외침을 전하며, 함께 연대하는 이들과 권리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혐오를 끝내고 세상을 바꾸며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행진을 이어나간다. 경찰에 의해 한차례 막혔던 행진길을, 새정부의 대통령실을 향하는 이 길을 무지개로 물들이며 나아간다. 성소수자들이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인권을 합의의 대상으로 만들며 아직도 ‘나중에’를 말하는 정치를 향해, 성소수자가 여기 있음을, 우리의 거침없는 전진을 누구도 막을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자 한다.

 

아직 우리 앞에는 깨부숴야 할 여러 혐오와 차별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이러한 혐오 앞에 소중한 친구와 동료들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슬퍼하고 추모하며 서로의 곁에 서고 위로를 건네는 수많은 동료들을 만나기도 했다. 질병과 범죄의 낙인을 가하는 차별과 불평등의 구조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의 권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며 연대를 다지기도 했다. 우리의 삶이 곧 투쟁이기에, 앞으로의 삶에서도 우리는 때론 슬퍼하고 때론 분노하고 아파할 것이다. 그럼에도 동시에 우리는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축복하며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지나온 길에 무지개를 띄우고 평등의 꽃을 피우며 그렇게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가자, 누구도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자, 누구도 범죄와 질병의 낙인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기 위해. 가자, 서로의 존재가 힘이 되고 평등한 관계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행진은 경쾌하고 즐겁지만 우리가 함께 모여 외치는 함성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정치를 향해, 세상을 향해, 시대를 향해, 평등과 인권, 변화를 외치며 나아가자.

 

우리의 행진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의 외침이 시대를 만든다!

우리의 싸움이 혐오를 끝낸다!

 

2022년 5월 14일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449
529 당신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성명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0 155
528 [공동성명] 전파매개행위죄는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는 에이즈예방법 제19조에 위헌으로 답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47
527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 삭제한 2022 교육과정 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165
526 [공동논평] 서울고등법원의 트랜스젠더 난민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0.21 58
525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시민사회 요구안] 이제는 만들어라, 성평등한 교육과정! – 차별과 혐오 조장을 단절하고 성평등 가치를 교육과정에 적극 포함시켜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9.28 69
524 [공동 성명] 모두를 위한 의약품 접근권을 힘차게 외치며, 평등하게 참여하고 존엄하게 행진합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15 64
523 [공동성명] 초국적 제약회사의 후원을 퀴어커뮤니티가 경계해야 하는 이유 -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의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진차량 참여에 유감을 표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7 205
522 [미디어논평] 질병을 둘러싼 과도한 접근은 공익을 저해할 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3 100
521 [성명] 변화를 위한 퀴어한 연대와 실천을 이제는 저들도 알고 있나니 - 스톤월항쟁을 기념하며 1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8 134
520 2022년 세계 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1 146
519 [논평]’원숭이 두창’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부쳐- 낯선 질병에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언론은 나쁜 손을 잘라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31 87
518 [차제연 기자회견문] 46일간의 농성 및 단식투쟁을 마치며 - 정치의 실패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61
517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의 실패를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과 농성 마무리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57
»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67
515 [공동논평] 성소수자 행사 공공체육관 이용차별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50
514 [무지개행동 논평]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의 위법함을 확인한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34
513 [무지개행동 성명]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대통령은 책임지고 혐오차별해소에 압장서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42
512 [성명] 모든 노동자에게 무지갯빛 일터를 보장하라 - 2022 노동절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9 74
511 [차제연 논평] 15년만에 법제사법위원회 책상에 올라간 차별금지법 - 차별금지/평등법 법안심사를 시작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7 35
510 [차제연 논평] 우리는 평등법 제정으로 그 사과를 받고자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발언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4.26 3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