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400588_239550506209802_935697467_n.jpg


2013년 인권의 그날들을 기억하는 우리, 
불평등에 맞서는 연대로 인간의 존엄을 선언하다



“이러한 약속을 온전히 구현하려면 도대체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세 계인권선언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인권과 자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의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한 여러 규약들이 잇따라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 약속을 담은 세계인권선언 제정 65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도대체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통치권자의 지배 아래,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의 한 극단에서 사람들의 기본권이 짓밟히고 생명조차 압류당하고 있다. 


박 근혜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2013년 인권의 그날들을 우리는 가슴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 후보의 당선 이후 “정치는 멎었고 사적인 혐오감으로 공적 사안을 처리하는 인적 지배”의 모습이 하나둘 가시화되었다.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정몽구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삼성의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삼성은 무노조 경영 원칙을 통해 인권을 제압하고 있다. 박근혜의 지배 아래 대자본은 더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대자본이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직접 고용하지 않는 수많은 하청, 알바, 특수고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권리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정권에 맞서 함께 싸우고 함께 사는 삶을 꾀하는 이들에게는 ‘종북’의 딱지가 날아든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를 시작으로 종북몰이가 본격화되었다. 공포와 혐오를 동원하는 ‘종북’의 정치는 보수집권세력의 ‘반북의 무정치’에 다름 아니다. 빈곤이 사람들을 절망으로 내몰고 사람답게 먹고살 권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때, 응답할 것이 없는 자들의 무능력함은 ‘종북’에 대한 집착으로 드러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지키려고 할 때에도, 교사와 공무원이 스스로 모여서 함께 싸우고자 할 때에도, 보수세력은 지킬 것이 ‘반북’밖에 없는 것처럼 저항세력에 ‘종북’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 


우리는 또한 ‘종북’의 낙인이 한국사회에 만연한 혐오의 정서를 따라 흐르고 있음을 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의원이 스스로 철회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했으며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 역시 줄어들 기색이 없다. 으레껏 추진하기 마련인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도 없는 것을 보면, 집권세력이 차별을 해소할 의지가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집권세력이 자행하고 있는 기본권에 대한 공격은 불평등의 감각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어른보다 미성숙하고,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무능력하다는 류의 감각들은 보수세력이 힘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 


국 정원의 대선 개입이 명명백백한 사실로 밝혀지고, 정권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초라한 근거인 선거 결과조차 허물어지고 있다. 우리는 통치권자인 박근혜에게 “도대체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를 거대한 침묵의 벽 안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인권의 가치와 요구를 알게 되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더욱 빠른 길일 것이다. 


인권의 날들을 기억하는 우리는 이미 불평등에 맞서는 연대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싸움 속에서, 모든 사람의 존엄을 보장하는 세상만이 각자의 존엄을 보장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우리가 서로 기대어 함께 살 때에만 사람답게 먹고살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2013년 고통과 분노의 기억 사이에 스며있는 작고 따뜻한 시간들도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간직한다. 혐오에 굴하지 않고 용기 있게 거리에서 커밍아웃하는 사람들, 노동탄압을 뚫고 복직이나 단체협상을 쟁취해낸 사람들, 시간을 기록하고 원칙을 지키며 한걸음씩 나아가는 청소년들, 해군기지를 평화의 인간띠로 이어선 사람들, 울산으로 밀양으로 희망버스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간 사람들, 작은 목소리로 이어말하기를 시작한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이 2014년 인권의 그날들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날들은, “도대체 인권이 무엇인지, 그리고 도대체 자유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통치권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이 될 것이다. 아니, 더 이상 통치권자가 아닌 날이 될 것이다. 



2013년 12월 10일 
인권의 그날들과 함께한 사람들


(경계를 넘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 공동행동, 국제민주연대,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금융공공성 쟁취 노조파괴 저지 골든브릿지 공동대책위원회, 녹색당 탈핵특별위원회,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빈곤사회연대,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알바노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유엔인권옹호자 맞이 한국NGO 모임, 이주노동조합 MTU,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교육 온다, 인권연구소 ';창';,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친화적학교+너머운동본부, 인천인권영화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재단법인 인권재단사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강정마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네트워크센터, 집회시위 제대로 모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카페';그';, 콜트콜텍기타노동자와 함께하는 공동행동,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함께살자농성촌 주민들, 함께살자 희망지킴이, 해외 한국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만남 준비단,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홈리스행동,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449
» 성명서 - 2013년 인권의 그날들을 기억하는 우리, 불평등에 맞서는 연대로 인간의 존엄을 선언하다 file 동인련 2013.12.10 3566
168 보도자료 - 평등한 가족구성권, 다양한 가족구성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file 동인련 2013.12.10 4600
167 보 도 자 료 - ‘에이즈관련 단체들의 피켓시위’를 이유로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다 병권 2013.12.03 4297
166 규탄 성명 - 성소수자와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무지, 기만적인 온정주의 아래 사실을 은폐하고 에이즈환자를 두 번 죽이는 조선일보를 강력히 규탄한다! 병권 2013.12.02 4638
165 [성명]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세계에이즈의 날, HIV감염인을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자’로 낙인찍은 정부를 규탄한다 정욜 2013.11.30 4412
164 호모포비아들의 공격과 학교측의 안일한 대응에 맞서 싸우는 '무지개 감신 모임'과 두가지 사랑 공동체 상영을 지지하며 병권 2013.11.28 4107
163 [기자회견문] 우리가 증인이고 피해자다. 에이즈환자 존중하는 요양병원 마련하라! file 정욜 2013.11.27 4186
162 <논평> 동성애혐오를 조장 캠페인을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인권 옹호의 목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덕현 2013.11.27 5267
161 [취재요청] [12월 1일 HIV감염인 인권의 날 기자회견] 에이즈환자 존중하는 새로운 요양병원 마련하라! file 정욜 2013.11.26 3804
160 기자회견문 성소수자 문화제 장소사용 불허한 마포구청을 규탄한다! 마포구청은 마포구 주민인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에 앞장서야 한다! 덕현 2013.11.21 3744
159 <기자회견문>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 맞이 한국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해외 협력자들의 선언문 덕현 2013.11.21 3772
158 [논평]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교육부의 억지에 제동을 거는 대법 판결을 기대한다 - 서울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대법원 재판 시작에 부쳐 덕현 2013.10.31 3997
157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전교조 조합원 배제 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청소년단체 공동성명 file 병권 2013.10.17 4238
156 [성명서]밀양 단장면 용회동 박00 주민을 석방하라 덕현 2013.10.17 3837
155 [성명서] “국회는 대한문 앞에서 벌어지는 불법 사태와 인권침해에 대한 경찰 책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덕현 2013.10.17 3774
154 보도자료: 수동연세요양병원 에이즈환자 사망사건 초래한 복지부, 질병관리본부를 국가인권위에 진정 덕현 2013.10.10 6104
153 해직자를 볼모로 한 민주주의와 전교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덕현 2013.10.08 4098
152 밀양 주민들의 가슴을 밟고 건설하는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중단되어야 합니다. 덕현 2013.10.08 3005
151 [논평] 교육부는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지 말고 학생인권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 교육부의 '임신․출산한 학생의 교육권 보장 등' 정책에 대해 덕현 2013.10.08 3917
150 [성명]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인권을 짓밟는 통합진보당 마녀사냥과 공안탄압 반대한다. 공포와 혐오의 정치를 걷어치워라. 병권 2013.09.30 3993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