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사실상 최저임금 감액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

 

 

2020년 최저임금액이 결정되었다. 시급 8590원. 인상률은 2019년 대비 2.87%다. 지난 해 최저임금법이 개정됨에 따라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가 확대되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감액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 내역인 셈이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결정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해당 안건이 표결을 통해 부결되자 그때서야 삭감을 골자로 하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논의 초반부터 개인적 의견이라며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내세웠고, 이후 논의과정에서는 다른 공익위원들이 합세하여 심의촉진구간이라는 미명하에 ‘한 자리 수 인상률’을 강요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당사자인 최저임금 노동자위원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최저임금 당사자인 성소수자 노동자의 삶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행성인은 최저임금이 곧 성소수자의 임금임을 안다. 다양한 성적지향과 젠더정체성을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배격하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이 보장되는 일자리에 진입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이름으로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일하는 성소수자의 삶을 더하면 당사자 배제적인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의 문제점은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 대선 출마 당시 공약(公約)으로 내세웠던 공정경제, 노동존중사회 관련 약속은 갈수록 공약(空約)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해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산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 사실만 보아도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

 

행성인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실상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감액과 다를 바 없는 결정을 내린 데 유감을 표명한다. 아울러 노동의 외주화로 인한 노동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주목하며 고용형태와 노동관계법령상 근로자 해당 여부에 관계없이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이 보장되기를 바란다. 그 일환으로서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인상을 촉구한다. 

 

 

2019년 7월 12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