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평] 군형법상 '추행'죄 기소 건에 대한 서울북부지법 무죄선고에 부쳐

 

군형법 제92조의6의 위헌성 확인한 판례

국방부는 군형법 제92조의6에 의한 기본권 침해 현실 인정해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2일, 지난해 4월 이른바 '육군 성소수자 색출사건' 당시 군형법 제92조의6으로 기소된 예비역 중위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사자 간 자발적 합의에 의한 성적 만족 행위의 경우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에 위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며, 군형법 제92조의6을 이러한 합의된 성관계에 대한 처벌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에 위반되는 해석이라고 명시하였다. 재판부는 군형법 제92조의6은 상대방 군인에 대해 위계·위력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 군인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만족 행위를 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이라고 판시하며 이에 근거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번 판결은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군 관련 성소수자 네트워크)에서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한 군형법 제92조의6의 위헌 의견이 타당함을 방증한다. 국방부는 이 조항이 ‘군 기강’ 때문에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해왔지만, 과거 군사법원에서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들을 볼 때 동성 간 합의된 성행위로 인해 부대 업무에 차질이 생겼거나 명령 체계에 문제가 생겼거나 부대의 기강이 약화되고 전투력 보존의 위해가 발생하였는지의 여부를 실제적으로 살피거나 판단했던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동성애를 '비정상’이라고 보는 차별적인 관점에 근거하여 공연성과 음란성이 없는 동성 간의 합의된 성행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려왔을 뿐이다. 이번 북부지법의 판결은 그동안 주장된 ‘군 기강’ 근거의 허구성을 드러내며, 사적이고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은 당해 군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보장,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폭로된 육군의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은 국내외 시민사회의 공분을 샀고, 군형법 제92조의6은 유엔 사회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았다. 대한민국 육군의 성소수자 혐오에 기초한 군형법상 '추행'죄 해석 및 적용이 나라 안팎의 망신이 된 셈이다. 전국의 주요 인권,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 사건을 보편적 인권의 가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집회와 기자회견, 그리고 1인 시위 등 적극적인 공동행동으로 강력한 비판의 견해를 표했다. 색출 수사 중단과 추행죄 폐지를 요구하는 국내외 5만 여 명의 서명이 국방부에 제출되었다. 또한,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70여 명의 대규모 대리인단을 구성하였다.

 

지난 2008년 이래로 군형법 상 '추행'죄에 대한 위헌·폐지 의견 및 권고가 국내외에서 계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육군제22사단보통군사법원과 인천지방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폐지 권고를 비롯하여,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ICCPR)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위원회(UNCESCR), 유엔 인권이사회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 가운데 총 6개국의 폐지 권고 등이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부지법의 이번 무죄 판결은 헌법재판소와 국방부, 국회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이번 판결을 깊이 새겨야 한다.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한 국방부의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국방부는 '군 기강'을 핑계로 한 성소수자 군인의 범죄화 또는 군내 성소수자 탄압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탄압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에 우리 군 관련 성소수자 네트워크는 군형법 제92조의6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현저히 침해되는 오늘날의 현실을 엄중히 우려하며, 이러한 시대착오적 법제를 즉각 개정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구한다.

 

2018년 2월 23일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 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한국성폭력상담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449
569 [차제연 논평] 번지수를 잘못짚은 학생인권조례 공격 중단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8.07 68
568 [공동 성명] 학생인권 사냥을 멈춰라! - 초등 교사 사망 사건 악용해 학생인권조례 후퇴를 기도하는 정부·여당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7.27 90
567 [공동논평] 공사구분도 못하고, 차별을 외면하는 인권위원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이충상 상임위원의 사퇴를 다시 한번 요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7.14 71
566 [무지개행동 논평] “성소수자 평등과 차별금지는 어디에” -제4차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UPR) 최종 보고서 채택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7.14 65
565 [공동논평] 모두에게 안전한 병원은 HIV/AIDS감염인이 차별없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7.05 58
564 [공동성명서] 의약품접근권을 침해하는 길리어드는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의 인권을 말할 자격이 없다! 길리어드는 핑크워싱을 멈추고 의약품접근권 침해를 중단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6.30 86
563 [2023 자긍심의 달 성명] 퀴어한 몸들의 수상한 행진은 혐오가 밀어넣은 어둠으로부터 빛날 것이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6.28 183
562 [무지개행동 논평] 우리 사회 공고한 성별이분법에 도전하는 나화린 선수의 전력질주를 응원합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6.21 66
561 [공동성명]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함께 하며, 우리는 이미 변화를 만들고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6.09 86
560 [발언문] 가족구성권 3법 발의 기자회견 - 혼인평등 당사자 발언 (소성욱&김용민 부부)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31 81
559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차별 없는 일상, 한 발 다가선 평등 - 가족구성권 3법 발의를 환영하며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31 65
558 [논평] 가족구성권 3법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는 성소수자 배제 없는 혼인평등 실현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31 104
557 [혼인평등연대 논평] 혼인평등 실현을 위한 국회의 역사적 진전을 환영한다. 혼인평등법안을 포함한 가족구성권 3법 발의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31 62
556 [무지개행동 논평] 동성혼 법제화, 비혼 출산 지원, 생활동반자 제도화 ‘가족구성권 3법’ 발의를 환영한다. 국회는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시대 요구에 응답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31 63
555 [무지개행동 논평] 성별정정에 있어 성전환수술 요구가 인권침해임을 확인한 인권위 결정을 환영한다. 국회와 법원은 적극적으로 권고를 이행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26 64
554 [공동성명] 혐오발언을 일삼는 국가인권위원 자격 없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22 66
553 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대회 공동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22 81
552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 성명] 곁을 모으고 함께 외치는 힘으로 변화는 계속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17 189
551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를 밀어내고 차별과 혐오로 광장을 메우려는 서울시에 분노한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을 수리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04 90
550 [성명] 우리는 누구도 미끄러지지 않는 일터를 원한다. - 2023 노동절을 맞아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01 20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