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프레젠테이션2.png

 

[성명] 일터의 평등을 위한 한 걸음의 전진을 시작하며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부쳐 

 

 

 

오늘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해당 법령은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와 금지, 사업주 조치 의무(조사,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대상조치, 신고 시 불이익 금지), 취업규칙상 관련 절차 규정 의무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기존 관계법령으로 규율하지 못하였던 고용상 각종 괴롭힘에 대한 금지를 법령에 명시적 선언으로 새기고, 사업주에게 조사 및 보호조치 의무를 직접 부과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의의 보다는 한계가 더 눈에 많이 띈다. 이번에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업주에게 법적 조치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면서 정작 사업주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불가한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취업규칙상 관련 절차 규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두고 있지 않다. 특히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해당 법령이 의무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데, 괴롭힘 피해에 더욱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하였을 때 뼈아픈 한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행성인은 직장 내 괴롭힘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성적지향과 젠더정체성에 기인한 괴롭힘 및 불이익 처우에 대한 조사, 보호조치 등을 사업주에게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가지는 일말의 의의를 찾고자 한다. 그동안 직장 내 아웃팅이나 따돌림 피해와 관련하여 인사상 불이익이나 폭행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 피해 당사자가 어렵게 대응하기로 마음먹는다 하더라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결국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하였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곧바로 일터 안팎의 변화를 실현하는 만능열쇠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일터에서 자신에 대한 괴롭힘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기란 앞으로도 어려운 일일 테다. 그러므로 법의 존재로 하여금 일하는 성소수자들이 용기를 얻고 그 용기를 토대로 일터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동료 노동자들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연대와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철저한 근로감독과 사업주의 법령 준수 및 책임있는 조치 또한 반드시 담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법은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로써 작동할 때 비로소 정의에 가까워진다. 행성인은 일터 안팎에 만연한 성소수자 대상 괴롭힘을 끝장내고 모든 노동자의 존엄한 노동을 쟁취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그 쓰임에 맞게 작동시킬 것을 결의한다. 피해 당사자가 용기 내어 사업주에게 조사와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언제든 곁에서 떨리는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동료가 되고, 필요하다면 법원과 행정관청, 사업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시자와 조력자가 될 것이다. 

 

 

 

2019년 7월 16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41
532 [74번째 세계인권선언일 기념 성명] 인권은 거리에, 저항하는 이들 곁에 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2.09 87
531 [논평] 미성년 자녀 있는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불허의 위법성을 확인한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8 77
530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 공개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8 69
529 당신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성명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0 188
528 [공동성명] 전파매개행위죄는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는 에이즈예방법 제19조에 위헌으로 답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65
527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 삭제한 2022 교육과정 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239
526 [공동논평] 서울고등법원의 트랜스젠더 난민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0.21 92
525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시민사회 요구안] 이제는 만들어라, 성평등한 교육과정! – 차별과 혐오 조장을 단절하고 성평등 가치를 교육과정에 적극 포함시켜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9.28 114
524 [공동 성명] 모두를 위한 의약품 접근권을 힘차게 외치며, 평등하게 참여하고 존엄하게 행진합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15 72
523 [공동성명] 초국적 제약회사의 후원을 퀴어커뮤니티가 경계해야 하는 이유 -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의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진차량 참여에 유감을 표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7 247
522 [미디어논평] 질병을 둘러싼 과도한 접근은 공익을 저해할 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3 139
521 [성명] 변화를 위한 퀴어한 연대와 실천을 이제는 저들도 알고 있나니 - 스톤월항쟁을 기념하며 1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8 189
520 2022년 세계 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1 162
519 [논평]’원숭이 두창’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부쳐- 낯선 질병에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언론은 나쁜 손을 잘라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31 105
518 [차제연 기자회견문] 46일간의 농성 및 단식투쟁을 마치며 - 정치의 실패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74
517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의 실패를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과 농성 마무리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70
516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78
515 [공동논평] 성소수자 행사 공공체육관 이용차별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122
514 [무지개행동 논평]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의 위법함을 확인한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49
513 [무지개행동 성명]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대통령은 책임지고 혐오차별해소에 압장서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4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