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2021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단위 공동성명
11월 20일 오늘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들과 지지자들이 함께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그런 날이다.
2018년부터 이날을 맞아 이곳 이태원에서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싶다”고 외치며 시작된 우리의 행진은 “보통의 트랜스들의 위대한 생존”을 축하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작년, “나로 죽을 권리”라는 슬로건을 통해 내가 바로 내 삶의 주체임을 확고히 명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맞은 2021년, 우리는 또 다시 수많은 트랜스젠더 친구, 지인, 가족, 동지를 떠나보냈다. 아직 “나로 죽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이 한국에 아직 남아있는 우리는 먼저 떠난 이들의 권리와 서로의 권리를 챙기기 위해 지하철과 광장, 온라인 공론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로 죽을 권리”는 곧 “나로 살 권리”이다. 그리고 트랜스젠더가 살 수 있는 권리란 시민으로서 여기 이 땅 위에서 일상을 영유할 권리이다. 배울 권리, 일할 권리,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권리, 민원 처리를 할 권리, 카드를 발급할 권리, 불안해하지 않고 비행기를 탈 권리,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 원하는 곳에서 식사할 권리, 원하는 치료를 받을 권리. 너무나도 당연한 이 권리를 우리는 또 외친다. 그리고 묻는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과연 우리는 ‘잘’ 살고 있는지.
한 달 전, 살아가는 모든 트랜스젠더의 생일을 올해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축하하자는 의미에서 “랜스야, 생일 축하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트랜스젠더가 당신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또 트랜스젠더 혐오가 판치는 현실과 당사자와 앨라이가 함께 서로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진행한 캠페인이었다.
그리고 오늘 “트랜스젠더, 잘 살고 있나요?” 집회의 제목으로 올 한 해를 살아낸 여러분의 안부를 묻고 싶다.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기분은 어떤지,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지, 연대와 투쟁이 필요한지. 궁극적으로, 살 만한지 묻고 싶다. 이 코로나19와 트랜스젠더 혐오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가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우리를 더 견고하고 온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혐오의 벽은 굳건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가 견딤의 시간을 건너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주체가 될 때 이 혐오의 벽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연대와 위로를 바탕으로 혐오의 사회를 과거로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제정하라.
하나, 판사 마음대로, 외부 성기 수술 강요,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성별정정특별법을 제정하라.
하나, 다른 숫자는 모두 난수화해도 성별 표기는 끝까지 남겨 놓은 주민등록번호를 난수화하라.
하나, 트랜스젠더 시민의 삶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인권법을 제정하라.
이 모든 것은 트랜스젠더가 지금 여기에,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의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다. 트랜스젠더가 지금 바로 여기 있고, 당신 곁에 있다. 트랜스젠더와 지지자가 함께 숨쉬는 이곳이 사회다. 오늘 행사를 공동주최한 단위들은 여러분과 함께 평등한 사회를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앞장서겠다.
2021년 11월 20일
2021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사 공동주최 단위 (트랜스해방전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449
589 [차제연 성명] 국가인권위원회가 철폐하려는 것이 성차별인가 성평등인가 -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독립보고서 초안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삭제한 국가인권위원회를 강력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3.26 5
588 [3.8 세계여성의날 기념성명] 혐오와 차별이 아니라, 성평등을 공약하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3.07 37
587 [차제연 논평]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부끄러움을 알라 이동환 목사 출교 확정 강력하게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3.05 25
586 [차제연 성명] 인권의 역사는 거스를 수 없다. 충남도의회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여라 -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재의한 표결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2.06 25
585 [공동선언] 22대 국회 성소수자 정책을 바라는 1,023명의 선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2.05 38
584 [공동성명]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존중 없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악안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1.31 25
583 [국제 연대 성명] 퀴어 팔레스타인인 해방 요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4.01.05 34
582 스스로 불명예를 떠안은 충남도의회의 학생인권조례폐지안 가결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2.18 38
581 [공동성명]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이동환 목사 출교판결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2.08 30
580 [차제연 논평]평등해야 자유롭고 자유로워야 평등하다 -유엔 자유권위원회 최종견해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1.28 32
579 [무지개행동 논평] 유엔의 준엄한 권고,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 실현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1.28 33
578 [차제연, 무행 공동논평] 성소수자 혐오선동에 앞장서고 인권보도준칙 폐지를 주장하는 김인영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보호특별위원 임명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1.28 29
577 [차제연 논평]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HIV감염인에 대한 낙인을 방치한 헌법재판소 강력하게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8 46
576 [에이즈넷 논평] HIV감염인을 범죄화하는 전파매개행위죄 합헌 판결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8 38
575 [군성넷 논평]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의견의 평등권 주장,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성과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8 39
574 [무지개행동 논평]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추행죄/전파매개행위죄 합헌 결정에 부쳐, 평등을 위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8 38
573 [성명]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을 범죄화하고 낙인찍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규탄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6 119
572 [공동 성명] 정부는 언제까지 성소수자, HIV 감염인을 지울 것인가 - 반인권, 차별적인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9.11 50
571 [차제연 성명] 애도없이 안전 없다. 정부는 오송참사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상규명과 대책 수립에 나서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9.08 47
570 [모두의 결혼 입장] 한동훈 대한민국 법무부(Ministry of Justice) 장관의 동성혼 법제화와 생활동반자법안에 대한 입장과 관련한 설명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8.22 12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