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기자회견문] 사실규명도, 차별시정도 없었다

-'문서' 몇 장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질병관리본부와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작년 11월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등은 국가에이즈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위탁수행해온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에이즈환자에 대한 차별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였다. 이에 대해 4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는 기각 결정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1항 3호 ‘이미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는 등 별도의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고 기각 처리하였다. 주요이유는 작년 12월 질병관리본부가 실태조사를 한 후 올해 1월부터 수동연세요양병원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한 점이라고 한다. 즉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신뢰할만한 자료는 질병관리본부의 실태조사 보고서이고, 이 보고서에 진정인들이 제기한 차별행위가 ‘일부 적시’되어 사실인정이 되었으며, 이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를 질병관리본부가 하고 있기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후속조치의 핵심을 위탁계약 해지라고 보았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가 관할보건소에 관리감독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아직까지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입원중인 41명의 에이즈환자들에 대해 차별행위가 중단되었다고 보았고, 대체병상을 일부 확보하여 5명의 환자를 전원시켰고, 향후 대체병상확보계획을 제출하였기 때문에 후속조치노력을 하였다고 보았다.

 

 

사실규명은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명명백백 사실규명을 하는 것은 용인되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 가리는 과정이고, 사건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더욱이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의 각종 인권침해와 차별행위가 2011년에 제기되었으나 은폐된 바 있고, 철저하게 외부로 알려지지 않게 모두가 공모해온 상황에서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확인하고 밝혀내는 것은 끔찍한 공모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규명하는 데에 핵심이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질병관리본부의 실태조사에 차별행위가 ‘일부 적시'된 것으로 사실규명을 마무리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차별행위가 완전히 중단되었음을 확인했는가? 한 환자가족은 2차 가해를 당했다. 수동연세요양병원측은 환자 어머니에게 언론에 인터뷰한 사실을 추궁하였다. 환자 어머니는 또다시 모욕감을 느꼈고, 그 사이 병원에서 아들에게 해코지를 한 게 아닐까 마음을 졸여야했다. 위탁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외부의 감시체계가 없고 현재 수동연세요양병원에 남아있는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연고자가 없는 상태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질병관리본부가 관할보건소에 관리감독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으므로 남아있는 에이즈환자에 대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다고 보았다. ‘공문’ 한 장 날리고 보건소에 책임을 떠넘기는 질병관리본부나 그 ‘공문’ 한 장을 믿는 국가인권위원회나 매한가지다. 관할보건소는 3월 20일에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로부터 ‘추가병상 확보되기까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라는 공문을 받고 “뭉뚱그려 관리를 하라면 어떻게 관리하라는 건지, 이런 공문은 참 난감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건소에 떠넘긴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건소에서는 의료기관 인허가나 인력기준 등 일반적인 것에 대해 관리하는 것이지 인권침해 등을 관리감독할 수 없다”고 하였다.

 

 

질병관리본부의 후속조치 노력이란 앞을 장담할 수 없는 것들뿐이다. 와상상태의 환자 5명을 전원시켰지만 2주가 넘도록 간병지원을 하지 않았고, 결국 동료간병인에게 열악한 급여와 노동조건속에서 간병을 하라고 지시하였다.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향후 대체병상확보계획이란 ‘시군 보건과장, 병원장과 간담회를 한 바 있고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서울, 경기도 도재 지방공사의료원과 도립 노인전문병원에 협의를 하였으나 성과없이 종료되었고, 현재는 충북에 있는 ‘시설’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적어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에이즈환자를 위한 종합적인 장기요양사업계획을 제출받거나 권고했어야 했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질병관리본부가 공개를 거부한 실태조사 보고서, 질병관리본부가 관할 보건소에 보낸 공문, 우왕좌왕 계획 없는 대체병상확보계획, ‘에이즈에 대한 편견 때문에 병원에서 꺼리는데 언론플레이하고 시끄럽게 해서 병상확보가 더 어렵다’는 모욕뿐이다. 사실규명, 원인규명, 책임규명과 사과, 시정, 후속조치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차별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구제조치가 필요 없어서 기각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모순이다.

 

2014. 5. 8.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건강나누리, 러브포원, 서울인권영화제,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인권교육 온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국제민주연대,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공공의약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정휘아, 계영, 박기호, 박정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41
392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 시대의 오명을 자처하는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유죄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15 244
391 [성명] 사실상 최저임금 감액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12 13575
390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03 200
389 [성명] 노동자의 양심까지 감옥에 가둘 수는 없다 - 성소수자 노동자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 철회를 요구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6.20 21780
388 [입장문] 한국의 국가폭력을 기억하고 경험하는 #우리는홍콩의시민들과함께합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6.18 215
387 [성명] 노동자는 무죄다! 구속된 민주노총 활동가들을 즉각 석방하라!- 노조 없는 성소수자 사지로 내모는 노동개악에 대한 항의는 정당하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31 144
386 [무지개행동 논평] 2019년의 한가운데서 이곳저곳의 퀴어문화축제를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98
385 [가구넷 성명] 대만의 아시아에서 첫번째 동성결혼 법제화를 환영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175
384 [성명] 자유한국당은 혐오로 표심을 잡으려는 치졸한 작태를 멈춰라! - 자유한국당 혐오선동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1 180
383 [성명] 경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라! - 또다시 혐오에 굴복한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를 규탄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16 179
382 [차제연 논평] 성소수자 행사에 대한 장소 불허 이제 그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13 136
381 [성명] 성소수자의 일터에 변화를 일으키자 - 2019 세계노동절대회 참가와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결의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01 222
380 [입장문] 국가 통제에 저항해온 모든 이들의 승리 -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4.11 152
379 [무지개행동 논평] 브루나이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4.09 132
378 [무지개행동 논평] 한국 주거권 실태에 대한 UN주거권 특별보고관의 최종권고안을 환영하며 정부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5 144
377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청정'해야 할 것은 질병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혐오다.-(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제 11대 회장 윤해영의 취임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2 322
376 [연명 성명] 우리 모두는 HIV감염인의 존엄한 삶에 연대한다. 어느 대학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에이즈혐오 사건에 부쳐, 그 모든 비난과 욕설에 함께 맞서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6 219
375 [무지개행동 논평] 국가인권위의 동성커플 진정 각하에 대해, 평등한 혼인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를 바란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4 176
374 [무지개행동 성명] 비과학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전환치료’의 문제에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260
373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 성명] ‘전환치료’를 시도한 상담사에 대한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영구제명 결정을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313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