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시립시설의 청소년 성소수자 행사 대관 불허는 청소년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서울시민인권보호관 결정에 대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입장

- 청소년 성소수자표현의 자유 침해는 성소수자 차별이기도 하다

 

201411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당시 동성애자인권연대, 이하 행성인) 청소년인권팀은 10대 섹슈얼리티 관련 행사인 너 그거 아니?’를 개최하기 위해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이하 센터) 스튜디오를 대관 신청했다. 사업담당자인 청소년인권팀장은 통상적으로 신청서를 접수했고 접수 과정에서 행사에 대한 어떠한 지적도 받지 않았으며 행사 당일 대관료를 납부하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대관이 완료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1129일 센터측은 돌연 신청자인 청소년인권팀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관 불허를 통보하고 장소가 명기된 홍보물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 통화에서 센터측은 청소년인 인권팀장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홍보물에 키스’, ‘피임’, ‘야동’, ‘동성애등의 단어가 들어간 것을 문제 삼았다.

행성인 측이 대관 불허가 성소수자 차별이며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임을 지적하며 대응할 것을 밝히자 센터 측은 자신들의 행위가 성소수자 차별이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센터가 행성인에 보낸 공문에는 센터의 이용 대상자에는 9세의 아동도 포함되어 있어 신청 행사 및 홍보포스터(키스, 피임, 야동, 동성애, 트랜스젠더)로 인하여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동성애와 다양한 성정체성을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보는 차별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당시 센터의 대관 불허 결정은 성소수자 차별 선동 세력의 압박과 무관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반동성애 선동을 벌이고 있는 국민일보는 이런 반동성애 단체들의 활동을 과시하듯 드러내며 행사의 취지를 왜곡하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2014125일 국민일보 기사 청소년시설서 낯뜨거운 동성애 파티시도까지동성애단체, 서울시립 공공시설서 파티 추진 무산에 따르면 반동성애 단체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다. “동성애자 단체가 서울시 위탁 청소년시설을 빌려 청소년들의 동성애를 조장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려다 교계 및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중략)...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바성연), 에스더기도운동, 동성애반대운동연대 등 교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은 전화와 인터넷, 카카오톡, 트위터 등을 통해 시립시설에서의 동성애파티 개최 계획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행성인은 성소수자 차별 선동 세력의 민원과 압력을 핑계로 공공기관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일삼는 행태에 제동을 걸기위해 20141226일 서울시 인권센터에 인권침해 신고를 접수했다. 2015722일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시립시설 대관 불허결정이 청소년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결정하고 서울특별시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센터가 추천하는 강사에 의한 인권교육 실시 및 서울시 관할 청소년 시설 대관 시 표현의 자유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침 전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의 이번 결정은 헌법 및 세계인권선언’ ‘유엔아동권리협약등 국제인권조약이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 비추어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는 서울시가 시정권고를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촉구하며 구체적으로 권고 이행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한편 이번 결정은 반쪽짜리 결정이다. 센터의 대관 불허는 명백히 성소수자를 차별한 사건이다. 센터 측은 대관 불허 통보 이후 지속적으로 자신들에게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는데, 이것은 역설적으로 센터의 행위가 성소수자 차별임을 보여준다.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 관련 표현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은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구실이다. , 청소년에게 성소수자 관련 논의나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서울시민인권보호관이 이 사건을 성소수자 차별의 측면에서 다루지 않은 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성소수자 차별 조장 세력의 민원이나 압력을 핑계로 공공기관과 국가기구들이 성소수자 차별 행위를 되풀이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기관이 성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과 시정권고가 이뤄질 필요가 있었다. 이 사건을 성소수자와 동떨어진 것으로 다뤄서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없다.

행성인은 계속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차별 현실을 알리고 성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울 것이다. 특히 청소년 보호를 구실로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행태가 사라져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을 조장하는 정보야말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존엄을 해치고 이들을 차별과 괴롭힘에 노출시킨다는 점, 나아가 모든 청소년들에게 편협하고 차별적인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유해하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높은 자살률을 보면 차별과 혐오는 살인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번 사건이 비록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결정이 이루었지만 시정권고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성소수자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비롯한 섹슈얼리티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2015811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449
389 [성명] 노동자의 양심까지 감옥에 가둘 수는 없다 - 성소수자 노동자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 철회를 요구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6.20 21779
388 [입장문] 한국의 국가폭력을 기억하고 경험하는 #우리는홍콩의시민들과함께합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6.18 170
387 [성명] 노동자는 무죄다! 구속된 민주노총 활동가들을 즉각 석방하라!- 노조 없는 성소수자 사지로 내모는 노동개악에 대한 항의는 정당하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31 121
386 [무지개행동 논평] 2019년의 한가운데서 이곳저곳의 퀴어문화축제를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73
385 [가구넷 성명] 대만의 아시아에서 첫번째 동성결혼 법제화를 환영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134
384 [성명] 자유한국당은 혐오로 표심을 잡으려는 치졸한 작태를 멈춰라! - 자유한국당 혐오선동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1 111
383 [성명] 경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라! - 또다시 혐오에 굴복한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를 규탄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16 105
382 [차제연 논평] 성소수자 행사에 대한 장소 불허 이제 그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13 92
381 [성명] 성소수자의 일터에 변화를 일으키자 - 2019 세계노동절대회 참가와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결의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01 183
380 [입장문] 국가 통제에 저항해온 모든 이들의 승리 -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4.11 125
379 [무지개행동 논평] 브루나이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4.09 84
378 [무지개행동 논평] 한국 주거권 실태에 대한 UN주거권 특별보고관의 최종권고안을 환영하며 정부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5 107
377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청정'해야 할 것은 질병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혐오다.-(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제 11대 회장 윤해영의 취임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2 280
376 [연명 성명] 우리 모두는 HIV감염인의 존엄한 삶에 연대한다. 어느 대학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에이즈혐오 사건에 부쳐, 그 모든 비난과 욕설에 함께 맞서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6 176
375 [무지개행동 논평] 국가인권위의 동성커플 진정 각하에 대해, 평등한 혼인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를 바란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4 119
374 [무지개행동 성명] 비과학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전환치료’의 문제에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199
373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 성명] ‘전환치료’를 시도한 상담사에 대한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영구제명 결정을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224
372 [무지개행동 논평] 종교교리를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대학과 이를 방관하는 국가의 각성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1.10 148
371 [공동입장문]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청와대 청원 답변에 대한 공동입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12.19 236
370 [공동입장문]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청와대 청원 답변에 대한 공동입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8.12.19 360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