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2a45c3bd7ba6ec3e52303b33e6aad294.jpg


함성이 높아오고 있다. 가슴이 요동친다. 이상하고 당당하며 아름다운 존재를 뽐낼 그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행진이 다가온다. 차별 받고 비정상으로 낙인 찍힌 몸들, 편견과 혐오에 침묵을 강요 당하고 삭제된 얼굴들, 세상의 눈총과 간섭을 버텨낸 이름들이 백주에 광장과 거리로 나선다. 행진의 그날을 행성인은 ‘실천’과 ‘연대’로 맞이할 것이다.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모든 이들은 우리와 나란히 행진하자! 소리 높여 인권을 외치자!



혐오의 계절이다. 귀에 박히도록 혐오를 듣고, 혐오를 말한다.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혐오를 이겨내는 삶은 더 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은 명실공히 증오의 총알받이가 되었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선동이 20대 선거를 흔들었다. 전환치료는 성소수자의 존립을 부정하며 목을 죈다. HIV/AIDS 질병당사자가 언론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조리돌림 당한다. 기어이 혐오와 차별의 수위는 강남역 여성 살해라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소수자를 향한 무지와 무시, 배제가 생사를 넘나드는 폭력으로 이어졌다. 인권감수성의 수준이 바닥을 친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들은 ‘우연히 살아남은 존재’가 되었고, 동시에 언제라도 사라지고 희생될지 모르는 ‘잠재적 피해자’가 되었다. 그 와중에 경찰은 여성 살해의 가해자를 정신질환자로 지목하며 사지에 몰린 사회적 약자를 ‘범죄의 온상’으로 낙인 찍었다. 보수언론은 소수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을 눈가림하며 혐오의 악순환을 부채질한다.



지난 수년 간 혐오선동세력은 보수 정권 아래 기세를 높여 왔다. 정치권과 정부는 비호하고 동참하기 바빴다. 그 사이 오랜 시간 쌓아온 성소수자 인권의 성과들이 무너졌다. 차별은 일상이 되었고, 소수자를 향한 모욕과 폭력은 정당화되었다. 성소수자는 ‘더러운 좌파’라는 오명을 썼고, 세월호 유가족은 ‘반정부 선동세력’으로 낙인 찍혔으며, HIV/AIDS 질병당사자는 ‘세금도둑’으로 표적이 되었다.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초래한 희생은 고스란히 희생자의 탓으로 돌려졌고, 정당한 비판과 분노는 커녕 공감과 애도마저 무시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돌이킬 수 없이 자멸해가는 시스템의 균열은 혐오와 차별로 돌려 막고 땜질 되었다. 한눈 팔 새 없는 모욕과 위협에 피로가 늘고 피부가 상한다. 생리 활동이 불안정해지고 정신 건강도 너덜너덜해진다. 어떤 애도와 분노도 용인되지 않는 사회에서 혐오의 해악은 진행 중이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



‘침묵은 죽음, 행동은 삶’이라는 성소수자 운동의 오랜 구호를 기억한다. 차별과 폭력에 굴하지 않는 저항과 외침은 시민사회를 각성시켰다. 인식하지 못했던 차별의 현실들을 일깨웠다. 당신의 삶에 드리운 혐오의 그림자를 감각하게 했다. 차별을 인식하고 저항하는 이들이 거리 위에 ‘우리’로 모이게 만들었다. 일상 곳곳 생존을 위협하는 혐오의 문장과 행동들이 산재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 존재 파이팅’은 그저 자조적인 인사로만 유통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차별의 굴레에 들어가 수치와 모욕을 감내해야 할 존재는 없다. ‘생존을 위한 투쟁’은 옛말이 아니다. 생존을 외치며 생존 너머를 이야기할 때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성소수자 혐오 뿐 아니라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손잡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반대를 외쳐왔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회가 다른 소수자도 차별하고 있음을, 성소수자에게 좋은 것이 모두에게 좋음을 주장하며 연대와 저항의 가치를 높여왔다. 무엇보다 우리는 차별이 구조가 되어버린 세계를 바꾸는 스스로의 능동적인 행동만이 존엄과 권리를 가져온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퍼레이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광장에 모여 반짝이는 우리 존재를 드러낼 것이다. 무엇이 사회를 험악하게 만들었는지, 우리가 어떻게 험악한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지 말할 것이다.



우리는 혐오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사회적 선언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칠 것이다. 평등하지 않으면 존엄도 없음을 강조하며 혼인평등을 요구할 것이다. 성소수자를 부정하는 전환치료를, 성소수자 혐오를 선동하는 HIV/AIDS 낙인과 감염인 차별을 단호히 반대할 것이다. 일상에 산재하고 있는 차별을 드러내고 우리의 권리를 외칠 것이다. 모이고, 외치며, 행동할 것이다. 거리를 행진하며 성소수자로서, 여성으로서, 장애인으로서, 이주노동자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홈리스로서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 내는 것이 우리가 살아내는 방식이자 생존하기 위한 행동임을 몸소 실천할 것이다.



6월 11일, 수만 개의 알록달록한 우주가 광장을 가득 채운다. 세상은 핑크빛으로 너울거릴 것이다. 차별 선동 세력의 위세 앞에 총천연색 무지개빛 행동을 몸소 보여주자! 이 모든 풍경은 단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다. 시끄럽게 노래하고 외치고 춤추는 우리의 행진은 어떤 순간보다도 즐거울 것이며, 이후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위한 행동의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우리의 행진은 계속된다.



존엄한 삶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시끄럽게 떠들자! 활기 넘치는 투쟁을 함께 만들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1. No Image notice by 동인련 2010/05/12 by 동인련
    Views 84841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2. No Image 15Jul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15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244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 시대의 오명을 자처하는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은 유죄다

  3. No Image 12Jul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12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3575 

    [성명] 사실상 최저임금 감액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

  4. No Image 03Jul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7/03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200 

    [성명] 성소수자 노동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한다

  5. 20Jun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6/20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21780 

    [성명] 노동자의 양심까지 감옥에 가둘 수는 없다 - 성소수자 노동자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 철회를 요구한다

  6. 18Jun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6/18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215 

    [입장문] 한국의 국가폭력을 기억하고 경험하는 #우리는홍콩의시민들과함께합니다

  7. 31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3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44 

    [성명] 노동자는 무죄다! 구속된 민주노총 활동가들을 즉각 석방하라!- 노조 없는 성소수자 사지로 내모는 노동개악에 대한 항의는 정당하다

  8. No Image 28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98 

    [무지개행동 논평] 2019년의 한가운데서 이곳저곳의 퀴어문화축제를 환영하며

  9. 28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8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75 

    [가구넷 성명] 대만의 아시아에서 첫번째 동성결혼 법제화를 환영한다!

  10. No Image 21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2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80 

    [성명] 자유한국당은 혐오로 표심을 잡으려는 치졸한 작태를 멈춰라! - 자유한국당 혐오선동에 부쳐

  11. No Image 16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16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79 

    [성명] 경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라! - 또다시 혐오에 굴복한 경남도의회 교육상임위를 규탄하며

  12. No Image 13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13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36 

    [차제연 논평] 성소수자 행사에 대한 장소 불허 이제 그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

  13. No Image 01May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5/0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222 

    [성명] 성소수자의 일터에 변화를 일으키자 - 2019 세계노동절대회 참가와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결의하며

  14. 11Ap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4/11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52 

    [입장문] 국가 통제에 저항해온 모든 이들의 승리 -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부쳐

  15. No Image 09Ap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4/09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32 

    [무지개행동 논평] 브루나이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샤리아 형법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

  16. No Image 15Ma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5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44 

    [무지개행동 논평] 한국 주거권 실태에 대한 UN주거권 특별보고관의 최종권고안을 환영하며 정부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다

  17. No Image 12Ma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2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322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명]'청정'해야 할 것은 질병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혐오다.-(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제 11대 회장 윤해영의 취임에 부쳐,

  18. No Image 06Ma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6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219 

    [연명 성명] 우리 모두는 HIV감염인의 존엄한 삶에 연대한다. 어느 대학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에이즈혐오 사건에 부쳐, 그 모든 비난과 욕설에 함께 맞서며,

  19. No Image 04Mar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04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176 

    [무지개행동 논평] 국가인권위의 동성커플 진정 각하에 대해, 평등한 혼인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를 바란다

  20. No Image 20Feb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260 

    [무지개행동 성명] 비과학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전환치료’의 문제에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한다

  21. No Image 20Feb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Views 313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 성명] ‘전환치료’를 시도한 상담사에 대한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영구제명 결정을 환영하며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