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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새 정부도 학생인권을 볼모로 잡을 텐가!

서울과 전북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즉각 철회하라

 

전국에서 네 번째로 제정된 전북학생인권조례를 향해 또다시 교육부가 총공세에 나섰다. 지난 6월 25일 학생인권 보장에 대한 전북도민의 열망을 담은 전북학생인권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했고, 도민과 의회를 뜻을 이어받아 전북교육청이 7월 12일 조례를 공포했다. 전북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아직도 일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의적인 체벌과 강제 야자, 차별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인권친화적 생활교육으로의 전환을 바라는 교사들로부터도 환영받고 있다. 게다가 전북학생인권조례는 3년간의 지속적인 논의와 많은 이들의 노고를 통해 제정된 것이어서 더더욱 뜻 깊다. 그런데 이를 격려하고 지원해도 모자랄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안이 도의회에 상정되자 반대 의견서와 다름없는 검토 의견서를 전달해 도의회를 겁박한 바 있고, 학생인권조례가 의회를 통과하자 교육청에 재의를 요구할 것을 압박하였다. 전북교육청이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중앙정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조례를 공포하자, 교육부는 또다시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 소송 및 집행정치 신청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해 공포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집요하게 방해해 왔던 과정을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무효 확인 소송의 근거로 전북학생인권조례가 상위 법령에 반하여 입학 또는 퇴학을 다투고 있는 자를 학생으로 규정한 점,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학생·보호자의 학교기록 정정·삭제 요구권 등을 규정하고 주장한 점, 학생 본인에 관한 기록에 부정확한 내용·교육활동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내용·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 등이 있을 경우 정정 또는 삭제를 요구할 권리를 명시한 점, 소지품 검사 등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규칙으로 정할 사항에 대해 일률적·획일적으로 규율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를 구사한 것에 불과하다.

 

먼저 입학 또는 퇴학을 다투고 있는 자 역시 학생으로 보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또한 이 규정은 징계나 개인사유 등으로 학업 중단 위기에 놓인 학생들도 예외없이 인권보장이 가능하도록 하여 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봐야 한다. 교육부가 이를 학생인권조례의 소송 근거로 삼는 것은 인권의 보편성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둘째 학생·보호자의 학교기록 정정·삭제 요구권 등을 규정한 것 역시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거하여 보장된 권리를 구체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북학생인권조례는 '학생 본인에 관한 기록에 부정확한 내용, 교육활동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내용,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 등이 있을 경우 정정 또는 삭제를 요구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와 36조를 통해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다. 개인정보로 관리되고 있는 내용 중 부정확하거나 부적절한 내용에 대해 정정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보장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위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셋째, 소지품 검사 등에 관한 학생인권조례 규정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규칙으로 정할 사항에 대해 일률적·획일적으로 규율했다고 주장한 점 역시 어불성설이다. 이번에 해병대 캠프 참사 역시 학교 자율에만 맡겨둘 경우 학생 인권이 결코 지켜질 수 없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보편의 기준인 인권을 무시한 채 학교 자율만 운운하는 것은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당국의 온당한 자세라 보기 힘들다. 게다가 전북학생인권권조례는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여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과 관하여 긴급한 경우에 소지품 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보완 조항을 마련해두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이를 무효 소송의 근거로 삼은 것은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꺼낸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학생인권옹호관 등 기관 설치를 규정한 것은 이미 그 고유 권한의 당사자인 전북 교육감이 승인하고 공포한 것이기도 하다. 당사자가 이미 수용한 규정에 대해 교육부가 나서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함부로 해석하고 소송을 거는 것이야말로 중앙 기관이 지방 자치교육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또한 조례의 이행을 위해 필수적인 집행기구의 설치를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 침해로 해석하는 것은 주민발의라는 주인 입법의 권한과 참여권을 내리누리는 일에 다름 아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밤 좀 먹자, 잠 좀 자자'는 학생들의 기본적 요구마저 외면한 채 줄기차게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탄압, 귀족학교 위주의 경쟁 교육 정책을 펼치는 데 주력해왔다. 이로 인해 학교는 일반고 슬럼화와 학교 폭력 등으로 시름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교육을 망쳐온 이전 정부의 실책을 바로 잡기는커녕 오히려 그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번 해병대캠프 참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교육부가 학생들의 고통과 법적 책임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육부는 그동안 주민발의로 통과된 서울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제기, 3년간 도민의 염원이었던 전북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무효확인소송 제기, 충북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에 대한 각하 압력 등을 통해 학생인권 보장 흐름을 줄기차게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다. 이는 초·중등교육법 18조의4에 명시된 학생인권보장 의무를 교육부 스스로가 방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인간적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학교에서 ‘꿈’과 ‘끼’를 발견하는 교육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교육부는 이번 해병대캠프 참사처럼 학생들이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대법원에 제기한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즉각 철회하는 것은 물론, 학생인권법 제정을 비롯한 관련 법률을 정비해 전국 어디에서든 학생의 인권이 보편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유명을 달리한 해병대캠프 참사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2013년 7월 26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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