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성명]

우리의 삶과 존엄을 위해 투표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성소수자 인권을 약속하는 후보를 지지한다.



대선이 다가왔다. 촛불이 가져온 변화이지만, 변화의 요구를 현실 정책으로, 국민의 삶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저 청산되지 않은 기득권 적폐의 발악이 계속된다. 우리는 적폐를 청산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약속하고 이행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한다.


보수우익의 두 정권동안 국민의 삶은 삶이 아니었다. 진보정치는 궤멸되었고, 재벌독재와 정경유착은 극단을 달렸다.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책임은 세월호를 침몰시키고도 수수방관했고, 노동자들을 땅으로부터 몰아냈다. 이 나라는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거리 위의 시민을 물대포로 죽이고 애도마저 불법으로 몰아세웠다. 혐오가 시대정신이 되고 차별선동은 세력으로 불릴 만큼 성장했다. 인권은 버려진 카드가 되다시피 했고 사회적 소수자들은 세금도둑으로, 체제위반자로 몰렸다. 이대로는 못살겠다, 이게 국가냐를 외치며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동안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민중들은 무간지옥에 던져진 채 생존의 끄나풀을 겨우 더듬어 암중모색했다.


고난의 생존동안 인권과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의 대기는 눈에 띄게 냉각되었다. 군대 내 동성애가 국방을 약화시키고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적폐정당 후보의 언사가 방송으로 송출되는 가운데, 합의대상에 머물던 성소수자 인권은 이제 반대표명이 부끄럽지 않은 이슈로 전락했다. 극에 달한 발악은 변화의 흐름을 맞은 지금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고 구속하는 현실로 나타났다.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은 문재인후보의 동성애 반대입장에 항의하는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폭력적으로 연행되는 사태에 이르러 극단으로 치닫는다. 변화의 희망 위에 정작 성소수자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표심계산에 얼룩진 반인권과 차별의 흔적을 털어내지 않는 이상 정권교체를 외치는 것은 허울일 뿐이다. 8년의 어둠에 우리가 배운 것은 어떤 합의에도 자신의 존재를 거래해선 않는다는  것이다. 성소수자는 싫지만 차별은 반대한다는 방향 없는 말은 결국 혐오를 묵과하고 차별을 초래할 뿐이다.


그렇기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진보정당의 대선후보를 지지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성소수자 생애전반에 필요한 인권정책들을 공약에 넣기까지 이들이 겪었을 숙고와 연대의 시간을 지지한다. 진보정치는 성소수자 인권을 가장 일관되게 지지해 왔고, 성소수자 운동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성소수자 역시 진보정치 내부에 성소수자 의제를 요구하며 인권의 가치와 원칙을 세공했다.


변화를 상상할 수 있게 된 작금의 상황은 권리를 향한 싸움이 본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그간 배제되고 삭제를 강요당한 성소수자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는 이제 집단의 울림으로 모였다. 혐오의 위협 속에서 존엄한 삶을 향한 성소수자의 오랜 투쟁은 제 삶들을 읽어내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군형법 제92조의6폐지로, 동성결혼 법제화와 성소수자 차별적인 성교육표준안 폐지로, 성별정정완화 및 의료보험 제공과 HIV/AIDS감염인 의료접근권 강화의 정책요구를 만들어냈다. 성소수자들이 내건 요구는 인권이고, 목숨이다.


진보정당의 후보들은 당선가능성에 가깝지 않다. 하지만 대선은 단순히 대통령을 선출하고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변화의 갈망이 정치세력화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이며, 득표율은 추후 한국사회 민주주의와 인권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민중의 삶을 내동댕이친 세력들은 사라져야 한다. 변화를 제한하고 기득권의 몫에 연연하는 자들은 대안일 수 없다. 이제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삶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자. 성소수자 스스로 만들어 온 자긍심과 변화의 흐름을 정치 세계로까지 확장하자. 이번 대선에서 성소수자의 삶을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후보와 민중연합당 김선동후보 뿐이다. 두 진보정당의 선전을 빌며, 우리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존엄을 위해 투표하겠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라도 행성인은 차기 정권을 비판하고 감시할 것이다. 더불어 저들이 손을 내밀면 언제든 화답하고 협력할 것이다.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지는 조건 없는 순애보가 아니다. 이들은 대선 이후 진보정치의 재구축 과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진다. 연대는 협력과 공감 외에도 비판과 견제를 동반한다. 성소수자인권 뿐 아니라 사회 적폐에 편승하고 반인권적 태도를 갖는다면 규탄하고 설득하면서 타당한 권리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차별선동에 맞서 생존을 외치겠지만, 성소수자로서 보장받을 권리를 요구하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뿌리박힌 혐오의 틈새로 성소수자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스며들게 해야 한다. 힘겹겠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변화를 우리 손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투표는 변화의 한 걸음이다. 진보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자.


2017. 4. 27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