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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서울시 학생인권종합계획의 후퇴 없는 수립과 강력한 추진을 촉구하며

서울시 교육청은 가짜뉴스의 횡포에 단단하게 맞서야 한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2011년 주민발의를 통해 만들어졌다. 이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성적지향과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을 걸고 넘어진 보수단체들의 극렬한 반대로 원안이 훼손될 뻔하기도 하였다. 주민발의안 이후에 나온 교육청 측 초안에서는 성적지향이 차별금지사유에서 빠져서 논란이 일었다. 보수단체의 집요한 방해로 인해 피로가 쌓인 시의회 일부에서조차 “학생인권 증진을 위해 중요한 조례인데, 꼭 제정되어야 하지 않겠나. 조례안 통과를 위해서 전략적으로 일단 지금은 성적지향을 빼자”는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했다. 

 

당시 소수자 학생 및 청소년에 대한 혐오와 악의로 점철된 보수단체의 선전은 순식간에 성소수자를 ‘걸림돌’로 만들고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미숙한 문란함’으로 만들었다. 조례안에 대한 시의회의 표결을 앞둔 2011년 겨울, 성소수자 운동은 모든 차별금지사유가 포함된 원안 통과 없이는 올바른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도 있을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한국 성소수자운동사 최초로 시의회 청사 로비 농성에 들어갔다. 이는 당시 주민발의로 모은 소중한 뜻을 지켜야 한다는 결의를 표현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이번달 초 서울시교육청에서 초안을 발표한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이처럼 힘들게 쌓아올린 학생인권조례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조례 제정 이후 10년이 흐르는 동안 아쉬운 순간도 많았지만 서울시교육행정과 현장에서 학생인권의 제도적 기반은 조금씩 넓어져갔다. 특히 이번 계획은 교육 관련 공공기관에서 “성소수자” 보호를 정책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킨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학교 현장에서는 또래나 학교 당국으로부터의 차별과 괴롭힘에 시달리는 성소수자 청소년이 여전히 많다. 게다가 온라인상 혐오표현이 더욱 만연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수자 학생들의 존엄성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종합계획을 후퇴 없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책임은 그 어느때보다 무겁다.

 

한편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청소년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 역사를 쌓아올리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혐오세력이 특정 종교 내부의 우경화를 등에 업고 세를 불렸다. 10여년 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그 이후에도 모든 지역의 각종 인권조례 및 노동조례를 문제삼으며 몽니짓을 벌이던 사람들의 논리는 이제 개인적 믿음의 영역을 넘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수준으로 치달았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인권종합계획 때문에 성소수자 학생이 더 많아질 것이라 말하며, 성소수자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명료한 정책방향을 두고 그것이 인권이 아니라 특권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종합계획안의 성평등교육기조가 성별갈등을 조장하고 민주시민교육정책이 근본적으로 좌익적이기 때문에 교육기관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 우긴다. 성인지감수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지독한 곡해를 기반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얼토당토 않은 주장은 이들의 지면을 통해 가짜 “뉴스”가 된다.  가짜뉴스를 활용하여 조직되는 혐오 선동은 “민원”의 탈을 쓰고 서울시교육청에 전달되고 있다. 혐오 선동 세력은 청소년과 미래세대가 걱정된다는 핑계로 서울에서 다양한 삶을 꾸려가는 청소년들과 그들을 돕는 교육현장의 지지자들을 되려 모욕한다. 그들은 “미숙한 아이들”이 걱정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걱정된다. 서울시의 인권교육을 후퇴시키고자 하는 신념에 한 치의 부끄럼 없이 전진하는 가짜뉴스의 선동을 맞닥뜨리는 우리의 마음에는 분노와 안타까움 뿐이다. 

 

우리는 서울시교육청에 학생인권종합계획의 후퇴없는 수립과 강력한 추진을 촉구한다. 사회 전반의 차별구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지금, 교육기관들은 성소수자 학생을 비롯한 모든 청소년들이 모욕을 당하지 않고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생존권과 학습권이 보장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투쟁에 계속 함께할 것이다.  걱정과 우려를 가장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는 비열한 움직임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우리는 숫자로 드러나는 통계 뿐만 아니라 기록으로조차 남지 못했던 우리의 경험을 기억한다. 유사과학에 기반한 혐오와 차별 선동으로 이제까지 수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다치고 쓰러졌다.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이 혐오세력에게 또다른 승리의 기억으로 남아선 안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가짜뉴스를 비롯한 혐오 선동의 횡포에 뜻을 굽히지 말라. 평등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준엄한 요구를 받아 학생인권종합계획을 후퇴없이 수립하고 교육 현장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라. 

 

 

2021.1.21.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