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모니터링 논평] 공영방송은 저열한 트랜스 혐오 선동을 멈춰라 - 1월 25일자 MBC <생방송 오늘아침> 방송에 부쳐
 
 
2021년 1월 25일자 MBC ‘생방송 오늘 아침’에서는 <매일 밤 남산으로 향하는 트랜스젠더>를 표제로 트랜스여성의 성매매를 다뤘습니다. 밀착취재 형식을 띄었던 해당 방송은 트랜스여성 성매매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며 소수자들을 가십의 대상으로 전시하는 황색저널리즘적 선동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방송은 트랜스여성의 삶에 있어 어떤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지 짚기는커녕 단편적으로 성매매가 나쁘고 부도덕하며, 무엇보다 그 주체가 트랜스젠더라는 점을 자극적으로 소재화합니다. 트랜스젠더를 외부자 취급해온 관성을 그대로 따르는 접근은 공영방송으로 표방하는 MBC의 인권감수성이 어떠한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방송은 트랜스젠더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데 어떤 문제에 직면하고 부딪히는지 제도적·인식적 맥락을 담아야 하는 책임은 방기한 채 단편적인 호불호의 입장으로 접근합니다. ‘여자들 아니에요. 트랜스젠더에요.’ 주민의 입을 빌려 전하는 내용은 성매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뿐 아니라 그 주체가 트랜스젠더임을 고스란히 내보냅니다. 이를 의도적으로 송출한 방송국은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아닌 가십과 혐오만을 늘어놓음으로써 기존의 편견을 조장하여 동료 시민이자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부정합니다.
 
공영방송이라면 이들의 몸을 대상화하고 현상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데 혈안일 것이 아니라 트랜스젠더 여성이 성매매 산업에 유입하는 사회적 배경을 짚어야 했습니다. 이들을 성매매특별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따져 묻기 전에 개인을 성매매로 몰아가는 사회구조는 어떠한가를 물어야 했습니다. 강고한 성별이분법으로 인해 가정, 학교, 노동을 비롯한 삶의 영역에서 배제되어 온 트랜스젠더의 경험 전반을 짚고, 성별 정정을 위한 어떤 사회적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문제 삼으며, 폭력과 차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아온 차별의 역사를 함께 보여줘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직장에서 강제전역 당한 변희수 하사의 사건이 1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시점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밀려나고 일터의 문조차 두드리지 못하는지를 논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개입의 필요를 제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은 이들의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한 생존환경을 가십거리로 소비할 뿐이었습니다. 정작 혐오의 민낯을 드러낸 건 공영방송 MBC 임을 알아야 합니다.
 
방송은 뒤늦게 2012년 4월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트랜스젠더 성매매여성을 겨냥한 집단폭행 사건을 언급합니다. 트랜스 혐오폭력으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이 성매매여성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방송은 또한 당사자의 인터뷰내용을 빌어 성별정정의 어려움을 담지만, 트랜스젠더 여성의 성매매를 가십화하는데 혈안이 된 방송 전반에 당사자의 목소리는 구색 맞추기로 도구화되었습니다. MBC는 무례를 범한데 대한 정중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방송과 언론이 어떠한 고민 없이 혐오를 반복적으로 선동하는 상황은 성소수자운동에도 과제를 남깁니다. 그동안 트랜스젠더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는 커뮤니티에 많이 이야기되지 않았습니다. 외려 가십의 대상이기 쉬웠고, 그만큼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던 트랜스젠더의 경험은 도시전설로 쉬쉬되고 이야기조차 시도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트랜스젠더 섹슈얼리티에 대한 질문이 운동사회와 커뮤니티 내에서 이야기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는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같이 문제제기하고 화내면서 서로의 존재를 지지하고 악순환하는 혐오에 맞설 수 있는 근력을 키워내면 좋겠습니다.
 
 
2021. 1. 28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TMM Update: Trans Day of Remembrance 2020 - TvT
“62% of murdered trans people whose occupation is known were sex work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