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IMG_20210331_102159_149.jpg

<우리 곁의 트랜스젠더들의 빛나는 삶을 기념합니다>

- 3.31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하며

 

매년 3월 31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다. 2009년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 처음 미국에서 기념되었을 당시, 트랜스젠더의 삶과 생존을 기념하는 날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뿐이었다. 커뮤니티 내 죽음이 낯설지 않아 추모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는 생존과 저항을 이야기할 절실한 필요가 있었다. 국가의 통계로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서로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만났듯, 서로의 존재에 대한 긍정과 자긍심을 위해 모이는 날을 선포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매년 봄의 시작과 함께 만나 서로의 안녕을 묻고, 우리를 배척하는 사회는 과연 안녕한지를 묻는다.

 

2020년은 한국 트랜스젠더 가시화에 있어 한 획을 그은 한 해였다. 군대와 대학, 그리고 정치권 등 삶의 전반에 걸친 여러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사회에 들려주었다. 가부장제의 성별이분법적 문법을 옹호하고 답습하던 공간에도 트랜스젠더들이 있다는 공연한 사실을 커밍아웃을 통해 입증해 주었고, 이는 우리의 용기가 되었다. 낯선 존재에 대한 혐오적 반동이 있었지만, 우리는 앞서 나간 사람들과 우리를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꿋꿋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느리게 진전되는 사회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아무런 법적, 사회적 보호체계도 없이 혐오와 차별을 맞닥뜨려야 했고, 그 과정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다. 가시화의 주력들이 추모의 대상이 되고, 애도의 목소리가 존엄과 존중을 위한 외침으로 승화되는 순간 속에서 우리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 만들어진 그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연속된 부고 속 힘든 시간 동안에도 우리는 지하철을 탔고, 광장과 거리에 모였다. 공공의 장소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우리도 여기 함께 있다는 감각을 공유했다. 연대를 통한 회복, 그리고 기존의 사회질서를 재해석할 줄 아는 창의성은 우리의 힘이다. 서로가 서로의 활력소이자 버팀목이자 안전망인 우리는 연결될 수록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성별이분법에 따라 욱여넣어진 우리는 기어코 터져 나와 가부장제의 모순을 짚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이 두 가치는 우리의 자긍심의 원천이자 운동의 원동력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우리는 하사 변희수, 교사 김기홍, 작가 이은용을 비롯, 떠나 보낸 이들을 그리워 함과 동시에 그들이 떠난 사회는 얼마나 트랜스젠더에 포용적이게 되었는가 각자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그래도 좀 더 살만해졌다고, 그들이 바라던 세상에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고 말해줄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본다.

 

그러한 미래를 위해 단결하고 투쟁하자. 

 

3월 31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41
532 [74번째 세계인권선언일 기념 성명] 인권은 거리에, 저항하는 이들 곁에 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2.09 87
531 [논평] 미성년 자녀 있는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불허의 위법성을 확인한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8 77
530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 공개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8 69
529 당신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성명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0 188
528 [공동성명] 전파매개행위죄는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는 에이즈예방법 제19조에 위헌으로 답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65
527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 삭제한 2022 교육과정 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239
526 [공동논평] 서울고등법원의 트랜스젠더 난민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0.21 92
525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시민사회 요구안] 이제는 만들어라, 성평등한 교육과정! – 차별과 혐오 조장을 단절하고 성평등 가치를 교육과정에 적극 포함시켜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9.28 114
524 [공동 성명] 모두를 위한 의약품 접근권을 힘차게 외치며, 평등하게 참여하고 존엄하게 행진합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15 72
523 [공동성명] 초국적 제약회사의 후원을 퀴어커뮤니티가 경계해야 하는 이유 -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의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진차량 참여에 유감을 표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7 247
522 [미디어논평] 질병을 둘러싼 과도한 접근은 공익을 저해할 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3 139
521 [성명] 변화를 위한 퀴어한 연대와 실천을 이제는 저들도 알고 있나니 - 스톤월항쟁을 기념하며 1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8 189
520 2022년 세계 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1 162
519 [논평]’원숭이 두창’을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부쳐- 낯선 질병에 성소수자를 동원하는 언론은 나쁜 손을 잘라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31 105
518 [차제연 기자회견문] 46일간의 농성 및 단식투쟁을 마치며 - 정치의 실패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끝까지 투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74
517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의 실패를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과 농성 마무리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70
516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78
515 [공동논평] 성소수자 행사 공공체육관 이용차별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122
514 [무지개행동 논평] 대통령집무실 앞 집회금지의 위법함을 확인한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49
513 [무지개행동 성명]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대통령은 책임지고 혐오차별해소에 압장서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4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