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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에이즈혐오 확산의 주범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문 -
에이즈 혐오의 집합소 자유한국당은 감염인의 목소리를 들어라!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은 노골적으로 동성애 반대와 에이즈 혐오를 입에 올렸다. 감염인 삶의 취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범죄자와 세금도둑의 오명을 씌웠다. 손톱만한 권력으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데 반동성애와 에이즈혐오를 활용했다. 보수언론과 야합하고 정치권을 검열하는가 하면 대중을 선동하고 사회안전망을 위협했다. 적폐의 기득권을 잡기위한 전략이란 정책적 보호가 닿지 않는 취약한 부분을 건드려 도덕적으로 단죄하고 사회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었다. 이에 응답하고자 한다. 감염인들과 인권을 지지하는 시민사회가 직접 찾아가 자유한국당의 인권혐오, 에이즈 차별선동을 공히 인증하고자 한다.

 

자유한국당은 혐오의 논리를 고스란히 반복했다. 성소수자를 문란한 성교를 하는 이들로 매도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극단에 에이즈를 위치시켜 일개 질병을 도덕적 단죄의 끝판왕인 양 묘사했다. 그것으로 모자라 ‘세금도둑’으로 감염인을 몰아세우고,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귀족환자’ 둔갑시켰다. 관리되지 않고 날뛴다고 묘사하며 잠재적 위험분자,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기까지 했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공중보건정책과 복지정책을 싸그리 매도하는 것은 적폐의 문법 그대로다.

 

자유한국당은 껍데기만 남은 기득권의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듯 인권이 마땅히 보장되어야하는 인권의 대상을 비도덕으로 낙인찍고, 정책과 세금이 누수 되는 구멍인양 취급했다. 혐오 방관을 넘어 혐오를 조장하고 이를 조직하고 선동하기에 이르렀다. 교섭단체라는 권력을 휘둘러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들에 성소수자 인권 찬반여부를 압박하여 인권감수성을 검열하고, 결국 인권을 퇴행시키는데 앞장섰다.

 

자유한국당은 고답적인 혐오의 정동을 만인 앞에 증폭시켰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자는 헌정사상 최초로 방송에서 타 후보자에게 동성애와 에이즈의 입장을 묻고 제 혐오를 과시했다.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에이즈가 1만 4천명 이상 창궐한다'는 거짓 선동을 하는가 하면, '군대 내 동성애 때문에 군 기강이 약해지고 에이즈가 퍼졌다'는 이야기를 대선기간 내내 거듭 반복했다. 여기에는 혐오가 대중을 선동하고 표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있었을 터. 정치공학적인 계산속에 혐오는 기선을 잡기 위한 선동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대선에 참패한 적폐정당은 이후에도 혐오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저들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 찬반입장을 캐물으며 에이즈 혐오를 입에 물었다. 지난 9월 대법원장 후보 청문회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이채익의원은 '전 세계 에이즈 감염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만 증가한 것이 동성애 때문'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하며 인권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저들의 단죄놀이는 국가인권위원장에게도 반복되었다. 자유한국당은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고 이를 표명하는 것이 기관장과 정치인 자질의 흠결인 양 취급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이다. 성소수자 차별을 단도직입적으로 표명하고 배제하는 저들의 반인권 놀음 속에 에이즈는 극악한 사회현상으로 치부되고, 배제된다. 이중의 낙인은 혐오를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들의 혐오 분탕질은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극적인 혐오선동으로 시선을 끌었다. 말 그대로 혐오 대잔치였다. 의학전문가 운운하며 정작 환자의 치료접근권도 보장하지 않는 소위 요양병원 원장이라는 자를 정당의 부대변인으로 세우는가 하면, 그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불러세웠다. 전파를 타고 방방곡곡 퍼진 그의 반동성애 에이즈 혐오선동은 예상한 바와 같았다. 윤종필의원과 성일종 의원은 경쟁하듯 에이즈 혐오의 전위대를 자임했다. 그 와중에 성일종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뽑은 국감 우수위원으로 선정되었다. 정책 이행을 확인하는 중대한 자리에 혐오의 나팔수를 앞세워 성소수자와 에이즈 혐오를 노골적으로 선전하는 것으로 모자라, 혐오선동의 실적을 공으로 치하하는 자유한국당에게 인권은 표심을 위해 파괴되어도 상관없는 부산물일 뿐이다.

사실여부를 뒷전에 둔 채 타인을 물어뜯는 저들의 저질 정치 활극은 당사자들에게 눈앞에 현실적인 위협으로 닥친다. 지난 9월 김태흠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법 내 성적지향 삭제 개악안을 발의했다. '선량한 성도덕 관념에 반하는 이런 행위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신규 에이즈 감염이 급증하는 보건적 폐해로 나타난다'는 것이 요지다. 에이즈 혐오는 성소수자를 단죄하는 드라마틱한 비극신파극으로 지겹도록 반복된다.

 

이들의 반인권 작태는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인권감수성이 있는 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이 있다면 자리를 막론하고 동성애와 에이즈를 들먹이며 혐오의 칼날을 들이민다. 충청남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종필의원은 국정감사 논의와 하등 상관없는 안희정 충남 지사의 동성애 옹호 입장을 묻는가 하면, 국민으로서 에이즈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는 뻔뻔함을 과시하기까지 한다. 뻔뻔함으로 무장한 정치는 인권 사안들을 자극적인 선동문구로 전환시켜 시민들로 하여금 심적인 고통과 정치 환멸을 유도하는 화학무기나 다름없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혐오선동은 인권친화적인 정치인들을 위축시키고, 질병에 대한 도덕적 낙인을 여론으로 조장한다. 혐오로 가득한 발화를 입에 달고 다니며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다. 정당인의 혐오발언은 무게가 있되 책임은 없다. 이들의 한마디는 보수언론과 혐오세력들에게는 사실 확인과 상관없이 주워 먹어도 되는 권위 있는 문장이 된다. 혐오를 증폭시키는 여론조작은 어렵지 않게 수행된다. 근거 없는 혐오는 끝도 없는 혐오표현의 반복으로 지속된다. 감염인은 성적으로 문란한 이들로 낙인찍히는가 하면, 세금도둑이 되고, 잠재적 범죄자가 되며, 통제되지 않는 무법자로 자리매김 당한다. 그 사이 인권을 제도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혐오선동의 검열 앞에 위축되고, 확신을 잃은 정치인들의 인권에 대한 의지는 꺾이기 십상이다. 에이즈는 언급되기에 위험한 의제가 되고, 그만큼 공격의 수사로 모든 의제들을 위협한다.

 

감염인이 사회를 난도질한다는 폭력적인 언사는 외려 감염인의 삶을 난도질한다.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현실이 되는 동안 감염인의 삶에 질병은 낙인이 되고, 혐오는 손발을 묶는다. 관리되지 않기에 전수조사 해야한다는 주장 속에 감염인은 존엄은커녕 프라이버시마저 보장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혐오를 방관할 경우, 혐오는 정치가 되고 당사자의 숨을 조인다. 음지화된 질병은 대중사회에 타자화 된다. 질병에 극도로 부여된 혐오는 대중으로 하여금 내 것이 아닌 질병, 나와 상관없는 질병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이는 질병에 대한 혐오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며, 질병에 대한 정책 마련 요구는 물론, 예방에 대한 경각심도 지운다. 줄어들지 않는 감염율의 원인은 다시금 혐오를 경유하여 취약집단을 문란하고 주의력 없는 이들로 낙인찍는다. 감염률 게임에 혐오가 널을 뛰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과정에 예방과 지원정책은 후퇴하고 혐오는 인권을 삭제한다. 이쯤 되면 HIV감염률 증가의 주범이 누구인지 다시 물어야 함이 마땅하다.

 

혐오와 제도적 배제에 맞서 시민사회와 인권단체, 질병당사자들은 시민사회의 연대와 함께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인식개선을 위해 교육과 캠페인을 했고, 혐오보다 감염인 인권증진을 바탕으로 하는 제도가 예방에 더욱 효과적임을 알려왔다. 시민사회에 감염인의 얼굴과 구체적인 삶의 결을 들려주고, 정부와 기관을 향해 감염인 인권 증진이 예방의 대안임을 알렸다.

 

하지만 지금 저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고 영향력 있다. 한국사회에서 혐오의 구조는 정치와 언론이, 종교와 기관이 얼마든지 사회적 차별과 배제가 가능할 수 있게끔 작동한다. 물론 저들이 감염인의 직접적인 모습을 보지 않고 편견을 양산하는 것도 사실이다. 보지 않으면서 혐오를 말하고, 제도적 배제를 말한다. 얼굴 없는 메시지만 줄곧 받은 셈이다.

 

이에 우리가 직접 자유한국당을 찾았다. 당신의 혐오선동이 우리를 당신 앞에 불러 세운 것이다. 사그라져 절멸할 적폐의 메아리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혐오의 끄나풀을 부여잡고 일말의 권력을 이용해 시민사회를 흔드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에이즈를 그렇게 언급하니 우리가 몸소 어리석은 자유한국당을 깨우치게 하고자 나왔다. HIV/AIDS의 이름으로, 당신들을 명실상부 혐오정당으로 임명하고자 한다. 자유한국당은 우리 앞에 나와 혐오 인증을 받으라.

 

 

 

 

 

 

2017년 12월 1일

HIV/AIDS인권활동가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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