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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 논평] 우리의 연대는 경계를 부순다. 변화를 위한 환대에 동참하자. 

 

 

 

수년 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메일을 통해 성소수자 난민의 갈급을 마주했다. 당시 난민 지원 경험이 전무했던 활동가들은 국내외 난민제도를 찾아보고 난민단체와 기관들을 수소문하며 잠시라도 운신할 수 있는 숙소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들을 찾아 나섰다. 좌충우돌과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체감한 것은 난민이 사회에서 갖는 위상뿐 아니라 생존의 조건까지도 위태롭고 취약하게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성소수자와 HIV/AIDS감염인 난민의 경우 난민을 향한 차별뿐 아니라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을 향한 혐오와 배제가 어떻게 일상의 곳곳에 침투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본국의 박해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들마저 폭력을 가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에게 고향을 떠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한국을 왔지만 오고 싶어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도한 비호국 역시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다. 

 

소수자와 난민을 향한 편견과 낙인은 심사과정에도 작동한다. 심사관은 당신이 탈출을 선택하기까지 견뎌온 박해의 경험을 묻기보다 언제, 왜 성소수자가 되었냐는 질문을 하고 성소수자 난민들은 돈 벌러 온 것은 아닌지, 숨기고 살아도 될텐데 굳이 자국을 떠나야 했냐는 불신 가득한 물음에 답해야 했다.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를 체류기간 동안에도 소수자 난민은 가시방석을 떠나기 어렵다. 지원기관과 자국 커뮤니티에서 성소수자로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공동체에서 어떤 위협을 당할지 모르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일터를 비롯한 일상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기가 부지기수지만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정당한 권리조차 요구하기 어렵다. 

 

삶을 견딜 수 있는 연결의 끄나풀마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놓이고 싶은 이는 누구도 없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으며 편히 누울 데 없이 언제 사라져도 모를 위기는 항상 소수자 난민의 옆을 떠나지 않는다. 

 

당사자들과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으며 난민 인권활동가들과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이 만나는 과정 속에서 2017년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소수자난민에게 필요한 의료적 지원을 연결시켜주고 쉼터를 확보하는 과정은 한국사회가 얼마나 국민과 비국민,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제도가 뼛속 깊이 박혀있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삶을 지지하는 노력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곁을 자처하며 함께 싸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낯선 이의 두드림에 그동안 닫혀왔던 세계의 지평을 열어내는 경험이기도 했다. 그것은 같이 싸우는 이들을 만나고 함께 공부하며 문제를 찾아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수반한다.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요구하는 것은 단지 당사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제도적 인정을 받기 위함만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자 난민의 문제는 국가주의 뿐 아니라 인종차별과 성소수자 차별을, 계층과 계급, 빈곤의 문제를 드러낸다. 이는 곧 난민 당사자뿐 아니라 누구라도 살아가면서 규범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고립되고 차별받으며 사회로부터 삭제당하지 않도록 인식 변화와 제도적 지원을 강구하라는 집단적 행동을 모색하고 실천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오랜시간 서로의 안전을 도모하는 가운데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배제적이고 차별적인 제도와 인식들을 변화시켜나가는 활동들을 도모해왔다. 그 중에서 다른 이들이 소수자 난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할 활동이다. 서로의 삶을 지지하며,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를 변화시켜온 우리의 투쟁은 지지와 연대를 요청한다. 그것은 함께 살아갈 수 있기 위한 제도적 변화와 더불어 누구라도 아프거나 위기에 당면할때  지원받을 수 있는 자원의 확보를 포함한다. 

 

6월 20일 행성인은 난민의 날을 맞아 안전과 변화를 위한 보다 큰 저항과 연대를 다짐한다. 성소수자와 HIV/AIDS감염인 난민,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 국가가 규정하고 인정하는 국민의 기준에 어긋나고 미끄러지는 이들이 함께 서로의 삶을 지탱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대하고 싸울 것이다. 소수자 난민이 안전을 보장받으며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변화를 위한 환대에 동참하자. 우리의 연대는 경계를 부순다.    



 

6월 20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