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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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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추모하며, 함께 잘 살아갑시다

-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이하며

 

2021년, 우리 모두는 너무나도 무겁고 슬픈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한 해동안 마주한 동료들의 부고 소식은 이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무게를 실감케했습니다. 심지어 올해에도 지속된 코로나19는 함께 만나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것조차 자유로이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연달은 커뮤니티 내 죽음은 전례없던 트랜스젠더에 대한 언론의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껏 외면되어 왔던 다양한 트랜스젠더의 삶이 조명되기도 하였지만, 이를 양분삼아 온라인 댓글창과 게시판에 피어난 트랜스젠더 혐오의 균락은 트랜스젠더 인권에 대한 한국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편견과 멸시를 마주하며 나날이 쌓여가는 피로와 울화는 우선적으로 차별과 혐오표현을 여과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한국 사회와 제도의 책임입니다. 책임이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불안정했던 트랜스젠더의 삶은 팬더믹 이후 더 불안정해졌지만, 이 사회 어디에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지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일터와 학교, 심지어 가족 내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이 최근 몇 년 간 가시화되었음에도 거대양당은 웅성임만 가득할 뿐, 실제로 제도 개선을 위한 해결책 마련 과정에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대하는 모습이 바로 그러합니다.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가 개회하자마자 발의되고, 10만 국민동의청원을 달성하고, 3개의 법안까지 추가로 발의된 가장 시급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2024년으로, 또다시 ‘나중에’로 밀려났습니다. 차별을 금지하자는 가장 기본적인 정서 형성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합의점을 찾지는 못할 망정 법안만 14년째 국회의사당을 맴돌고 있는 중입니다. 3년 더 제자리걸음 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회는 조속히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정치권의 외면에도 우리는 변화를 목도하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생식능력 제거 수술 없이도 성별정정을 허가한 판결이 나왔고, 故변희수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소송은 끝내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우리들은 광장과 지하철에 모여 애도하고, 분노를 모아 마이크 앞에 서서 한국의 실태를 고발하였습니다. 성별정정 수술 요건을 폐지하라고 인권위 진정을 위한 실무진을 꾸리고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차별금지법 또한 심사기한이 미뤄지기 이전부터 온•오프라인 공론장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적극적으로 논의를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2021년은 가슴에 사무치는 시간으로 기억 되겠지만, 그만큼 우리는 더욱 서로의 곁을 살피며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과 용기인지 깨닫습니다. 떠나간 이들의 삶에서 우리를 발견하고, 연결점을 찾아 권리 투쟁으로 이어나가는 힘은 우리의 삶의 원천이자 자긍심입니다. 동료의 죽음에서 공동체의 생존을 읽어내는 그 모든 존재들에 진심어린 연대를 전합니다.

 

먼저 떠난 트랜스젠더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트랜스젠더와 함께, 잘 살아갑시다.

 

#트랜스젠더_추모의_날

 

2021년 11월 20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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