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12월 1일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이하며



매년 12월 1일은 세계에이즈의 날,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이다. 


최근 성소수자커뮤니티의 변화를 살펴보면 HIV/AIDS에 대한 온도가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한국감염인인권연합 KNP+를 위시한 감염인 커뮤니티가 눈에 띄게 성장했고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에서는 감염인모임도 만들어졌다. 한정적으로나마 감염사실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만나고 목소리 높여 활동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일련의 변화는 HIV/AIDS를 공동체의 문제로 안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물론 그러기까지 질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물리적인 변화들도 있다. 콘돔사용이 일상화된 가운데 치료약이 잘 나오고 검사가 쉬워진 배경이 있고, 에이즈 예방약이 개발되어 몇몇 국가에서는 보험적용이 된다는 소식도 에이즈의 인식을 다소나마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질병에 대한 편견과 혐오는 여전히 존재한다. 에이즈는 여전히 동성애를 반대하는 집단들이 쉽게 사용하는 레토릭이다.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 아무리 개발되어도 해묵은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HIV/AIDS에 대한 보건의학적 성취와 에이즈 혐오의 간극에는 감염인들을 둘러싼 사회제도적 장벽이 너무도 높게 자리하고 있다. 직장검진은 질병당사자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의료전문기관에서마저 감염인들의 치료를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재 에이즈 환자들을 받아줄 요양병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우익 언론들은 연일 동성애반대를 외치며 에이즈 혐오표현을 남용한다. 이들에게 에이즈는 세금을 축내는 존재, 비도덕과 범죄의 온상일 뿐이다. 반대로 HIV/AIDS 예방을 말하는 캠페인 속에서 아픈 환자의 모습은 표백되어 있다. ‘HIV/AIDS는 만성질병이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구호는 건강한 감염인과 아픈 에이즈환자를 구분한다. 그 속에 질병당사자들의 건강과 삶을 지지할 수 있는 제도의 문제는 생략되어 있다. 이는 정부의 복지축소정책 아래 HIV/AIDS예방예산은 늘었지만 환자들의 치료를 지원하는 예산이 줄어든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HIV/AIDS 혐오와 차별선동이 사방을 울리는 가운데 질병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모르쇠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이들의 목소리를 감지한 듯하다. 2016년부터 KNP+와 나누리+가 공동으로 UNAIDS의 사업예산을 받아 낙인지표조사를 진행한다. 이 사업은 감염인들의 주도로 감염인 대중을 통해 인식조사를 한다는 점에서 질병당사자들의 역량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당사자들의 요구를 조직함으로써 정책입안에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30년간 한국사회에서 에이즈에 대한 인식은 편견과 낙인으로 뒤덮여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선동에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정부는 에이즈 혐오를 방치하며 질병당사자들을 모르쇠 한다. 하지만 질병 당사자들과 HIV/AIDS 인권운동,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에이즈에 대한 인식 개선과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더디지만 여전히 HIV/AIDS 인권 운동은 진행형이며, 낙인과 차별을 넘어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길에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도 함께 할 것이다.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 이슈를 함께 고민하고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2015년 12월 1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