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아니라 ‘인권’이다
전북도의회와 민주통합당은 후퇴 없는 학생인권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라!


우리는 지난 22일 장영수 전라북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북학생인권조례안(아래 ‘의회 수정안’)을 보고 그 기괴한 발상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장영수 의원은 ‘학생인권조례안을 둘러싸고 도교육청과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2년 동안 벌여온 소모적 논쟁만 벌였다’며 ‘논란을 일으킨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했다’고 했다. 그러나 의회 수정안이 삭제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아니라 인권이다.

전북에 앞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타 지역에서는 당연하게도 포함되어 있는 조항들이 왜 유독 전북에서만 삭제되어야 하는가. 학생자치기구가 학생의 권리에 관련된 정책 결정에 의견을 표명하고, 학생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할 권리는 타 지역에서는 아예 논란거리조차 되지 않은 조항이다.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은 지난 2011년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차별과 폭력, 자살의 위험에 놓여있는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와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여 그대로 유지된 바 있다.

정보공개를 청구할 권리, 사적 기록물에 대한 검열로 사생활을 침해당할지 않을 권리, 종교과목 수강을 원치 않을 시 대체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권리, 학교폭력 이외에 가정폭력, 성폭력 등으로 상처를 입은 학생이 긴급구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또 어떠한가. 이는 이미 다른 법률과 정부 지침을 통해서도 보장되어 있는 권리이다. 다른 보호 법률이나 지침이 있다는 것이 삭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를 좀더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하여 교육청과 학교의 책임을 다시금 확인하고 실행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서울, 광주 학생들은 되는데 왜 우리만 안 되나요?’라는 전북 학생들의 질문에 도의회는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이미 시민의 보편 상식으로 자리잡은 기준이 편견에 찬 소수 의원들의 반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삭제된 것 역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여학생이 바지 교복을 선택한다고 무슨 문제가 일어나는가.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시간에 교과 진도를 나간다면 사실상 강제가 되어버리지 않는가. 학생이 표현의 자유 행사에 대해 학교가 부당하고 자의적인 간섭을 하는 것은 사실상 학생에게 재갈을 물리는 결과 를 초래하지 않는가. 이처럼 애초 도교육청 조례안에도 포함되었던 학생의 권리 조항이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사라진다면, 사실상 그 권리가 ‘금지’된 것이라는 해석을 낳게 될 위험이 농후하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전북학생인권조례안이 도의회에서 얼토당토않은 논란에 휩싸여 발목 잡혀 있는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 왔다. 전북도의회와 민주통합당이 이번 기회에 학생인권조례의 조속한 제정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뜻을 모은 점에 대해서는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의회 수정안으로 전북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다면 조례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들에게서 외려 커다란 냉소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한 교육을 열망하는, 전국의 많은 시민들과 교육주체들이 전북도의회와 민주통합당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전북의 민주시민들과 교육주체들의 뜻과 열망을 받들 것인가, 아니면 왜곡.훼손시킬 것인가. 학생인권조례를 어렵게 만들고 지켜온 타 지역으로부터 우정 어린 격려와 찬사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타 지역에까지 학생인권에 대한 부당한 가위질과 뒷걸음질의 명분만 제공할 것인가.

내달 13일 회기까지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전북도의회와 민주통합당은 타 지역 학생인권조례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은 수준으로 조례안을 다시금 마련하라. 그마저도 어렵다면 도교육청이 제출한 안이 마지노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북도의회와 민주통합당의 결단을 촉구한다.

 


2013년 1월 28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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