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명] 문재인 정부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내정을 철회하라

 

지난 8월 문재인 정부는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박성진 포항공과대학 교수를 내정했다. 박성진 교수의 장관 후보내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사다. 더구나 적폐청산을 공언한 문재인 정부에서 그를 내정한 것은 국민과 약속한 그 적폐청산의 방향을 의심케 함은 물론, 현 정부의 정치적 비전에 회의를 갖게 만든다.

 

박성진 후보 내정자는 문재인 정권이 표방하는 가치를 부정하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시기를 1948년이라 언급하고, 이승만 정부 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박정희 정부에 대해서는 신분계층 제도를 타파했다고 평가한다. 독재를 미화하는 세계관이야말로 적폐 아니었던가.

 

그는 창조과학회 이사이기도 했다. 과거 그의 언사를 뜯어보자. ‘오늘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되었다’, ‘이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언론, 법률, 기업, 행정,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 창조과학의 비상식적 논리는 무시하더라도, 헌법상의 정교분리원칙 위반을 독려하는 인사가 과연 장관 후보 내정자로서 자격이 있는가.

 

그의 기만적 언행은 반동성애 교수성명에 이름을 올린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내정된 이후 해명을 내놓았지만, ‘모든 사람의 인권은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미사여구는 구체성을 결여한다. 이는 성소수자의 구체적인 요구가 수면위에 올라오는 순간 도매금으로 취급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동성혼을 제도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이어지는 발언 또한 개헌논의를 선점하기 위한 보수우익세력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같다. 차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인권에 대한 일말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더는 공직에 발붙여서는 안 된다.

 

박성진 교수의 후보내정 사실에 시민사회와 과학계의 비난이 거셌지만, 청와대는 적반하장으로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기용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심지어 적폐의 궤적을 밟아온 그의 이력에 생활 보수스타일이라 평하며 비판을 일축했다. 언제부터 적폐를 스타일로 이해하기 시작했는가. 장관 후보자에게 소시민적 보수취향 운운하는 태도는 정부의 위상을 인지하지 못한 무지를 드러낸 것일 뿐 아니라, 시민들의 높은 정치적 관심을 철저히 무시한 만행이다. 국민의 요구를 수렴해야 하는 정부의 명백한 책임방기이자 극단의 오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약속했다. 인권과 평등을 강조한 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적폐세력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여느 때보다 강력하게 외치며 결집하는 중에 청와대는 여성혐오 발언을 일삼는 이를 공직에 앉히고, 뉴라이트 사관의 정교분리에 대립하는 이를 장관후보로 내정하고 다양성을 운운하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은 사회적 합의로 미뤄놓고 적폐인사에 다양성을 입히고 보호하기 바쁘다. 무엇을 위한 다양성인가.

 

반인권과 독재찬양은 절대로 사적 영역의 스타일로 취급될 수 없다. 이를 두고 다양성 확보 운운하는 것은 인권사각지대에서 존재를 호소하는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모욕을 안길 뿐이다. 국가가 반인권을 용인하고 적폐인사를 발탁하는 행위는 국민의 존엄과 안전을 방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실망과 절망 너머 정치적 환멸과 냉소를 안긴다. 이쯤 되면 진심으로 묻고 싶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적폐청산의 방향은 어디인가. 촛불이 가리키는 방향을 거스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엄중히 요구한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내정을 철회하라. 적폐 청산과 인권 보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라.

 

201798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41
452 <우리 곁의 트랜스젠더들의 빛나는 삶을 기념합니다> - 3.31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31 132
451 [성명]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민중들을 지지하고 연대합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19 13821
450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함께 살아갑시다. -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추모 성명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05 146
449 [미디어모니터링 논평] 공영방송은 저열한 트랜스 혐오 선동을 멈춰라 - 1월 25일자 MBC <생방송 오늘아침> 방송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1.28 197
448 [성명] 서울시 학생인권종합계획의 후퇴 없는 수립과 강력한 추진을 촉구하며 - 서울시 교육청은 가짜뉴스의 횡포에 단단하게 맞서야 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1.21 130
447 [공동성명] 제주도의회의 처참한 인권의식과 누더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2.24 49
446 [성소수자노동권팀 성명] 35년 해고 노동자 김진숙을 일터로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2.15 155
445 #트랜스젠더_나답게_살_권리! - 트랜스젠더 추모의날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9 138
444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논평] 공무원의 성소수자 혐오표현에 대한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의 시정권고 결정을 환영하며, 서울시의 차별, 혐오 선동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8 294
443 [성명]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라! - 일방적으로 동성 배우자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들어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1 165
442 [무지개행동] 낙태죄 완전 폐지 성소수자 선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04 193
441 [연대공동성명]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0.27 87
440 트로트가수 권도운 님의 용기있는 커밍아웃을 환영합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0.06 188
439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서울시의회는 '혐오표현 피해방지 조례' 를 즉각 제정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9 141
438 [성명]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취소는 당연하다- 참교육의 함성으로 평등한 교육 현장 만들 전교조를 응원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3 239
437 [논평] 반인권 성소수자 차별하는 보수기독교는 혐오의 폭탄돌리기를 멈추고 예방에 힘써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2 74
436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자회견문] 전국의 평등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실어왔다. 국회는 평등에 탑승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1 51
435 [무지개행동 기자회견문]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아이다호를 마무리하며 - 우리가 모이면 그곳이 광장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1 119
434 [성명] 김회재의원은 당장 혐오선동 토론회를 취소하라. 문제는 국회에서 혐오를 과시하는 김회재의원 당신이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8.13 152
433 [공동성명] 법원은 트랜스젠더 군인 역시 군인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인정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8.11 273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