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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 규탄 기자회견문>

 

서울학생인권조례 함부로 개악마라!

너는 언제 한번이라도 시행한 적 있었더냐!

 

서울시민의 주민발의를 통해 제정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공포 2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때, 서울시교육청이 조례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힘으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인권 보장의 책무를 서울시교육청에 부여했건만, 교육청은 그 책무를 이행하기는커녕 대법원 소송을 핑계로 조례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 결과 서울학생인권조례는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조례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이번엔 조례의 기본 취지와 내용을 크게 훼손시키는 개악안을 입법예고하며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기 위한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교생활에서 학생의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해 만든 조례다. 그런데 교육청 개악안은 학생인권을 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 갖은 이유만 갖다 대면 함부로 제한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이미 표기된 구체적 차별금지 사유를 삭제함으로써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잔혹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학생인권 보장의 법적 책임을 부여받은 교육청이 할 일인지 의심스럽다.

 

교육청 개악안은 ‘교육상 필요’에 의해서라면 학생의 인권을 학칙으로 제한 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지난 수십 년간 학생인권은 교육적 필요나 학생지도라는 명분으로, 학교 명예나 질서 유지라는 명분으로 자의적으로 제한당해 왔고, 그에 대한 사회적 반성의 결과물이 바로 학생인권조례였다. 교문 앞에서도 인권은 멈추어선 안 되며, 인권을 보장하는 바탕 위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때 가장 교육다울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교육의 틀을 짜기 위한 것이 바로 학생인권조례였다. 그럼에도 교육청 개악안은 구시대의 유물을 버젓이 들고 나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취지를 압살하려고 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개악이 학교현장에서 학생인권이 함부로 제한되는 구실이 될 것은 자명하다.

 

차별금지 사유에서 애초 언급돼 있던 임신출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삭제된 것 역시 놀랍기 그지 없다. 기존 조례에 명시돼 있던 차별금지 사유를 삭제하는 것은 해당 학생에 대한 차별은 허용된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차별금지 사유에 명기된 열거 조항들은 역사와 관행 속에서 해당 사유를 이유로 한 차별들이 횡행하였기에 특별히 그 차별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에 대한 정의 조항에도, 서울조례에 앞서 제정된 경기도학생인권조례에도 똑같은 구절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교육청은 적극적 권리 실현의 지원 대상이 되는 소수자 학생의 범주에서도 성소수자 학생을 제외시켜 버렸다. 이는 인권의 차별없는 보장이라는 인권의 대원칙을 위배하는 것임은 물론, 성소수자 학생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고 차별을 오히려 조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미 학생의 기본권으로 확인한 두발자유조차 교육청 개악안의 표적이 됐다. 학생의 머리카락이 어떠하든 그것이 누구에게 피해를 준다는 말인가. 개악안은 소지품검사의 대상과 범위까지 확대했다. 사전 통보만 하면 불특정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몸뒤짐을 가능케 하겠다니, 교육청은 학생인권의 시계를 유신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인가. 학생인권옹호관의 독립성과 인권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포함됐던 조항들도 교육감의 인사권과 정책결정권을 해친다는 명분으로 잘려나갔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옹호관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하여 지금껏 옹호관을 임명조차 하지 않아 학생인권침해사건이 있어도 독립적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왔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옹호관을 교육감의 예속 기구로 삼을 근거나 챙기고 있는 것인가.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한 교육을 열망하는 시민입법의 소중한 결실인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지금껏 교육부와 교육청의 방해로 제대로 시행되지도 못한 채 표류해왔다. 게다가 지난 한 해 동안 두발단속과 체벌, 언어폭력과 같은 학생인권침해 사례가 성행하고 학내 벽보 게시 등 평화적으로 의사표현의 자유를 행사했다가 폭력적 지도와 징계 위기에 처한 사례들이 속출했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학생인권조례를 홍보하여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최소한의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조례를 제대로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은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을 만들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고백하는 꼴이 아닌가.

 

학생인권은 여전히 더 많은 보장과 지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문용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수많은 학생들의 자발적 운동과 서울시민의 주민발의, 서울시의회의 민주적 의결을 통해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즉각 멈춰야 한다. 교육감의 인권 감수성이 곧 학교의 인권수준을 결정한다. 차별과 인권침해를 용인하는 학생인권조례안을 입법예고한 교육감에게 서울교육을 맡길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 저지를 위해 온힘을 다할 것이다.

 

 

2014년 1월 8일

 

무지개행동 이반스쿨,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인권친화적학교+너머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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