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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4월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성소수자혐오 발언과 이후 항의 행동 경과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입장

1. 4월 25일 대선후보 TV토론을 보던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차별에 반대하는 27개 단체의 연대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에 함께 하는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전 국민이 시청하는 TV토론에서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이며 18대 대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및 성소수자 인권을 공약했던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무지개행동은 26일 오전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다! 헌법 정신 훼손한 문재인 후보는 사과하라! 성범죄 공모, 동성애 혐오 선동 홍준표 후보는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입장을 발표했다.

2. 무지개행동 소속 단체 활동가들 일부는 4월 26일 오전 11시 30분 국회에서 예정된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찾아가 문재인 후보에게 성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10여 명의 활동가들은 기자회견 마지막에 문재인 후보가 발언을 마친 뒤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동성애 반대 발언에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경호팀과 국회 경비대에 가로막혔다. 활동가들은 무지개깃발을 빼앗겼고 제압당해 문재인 후보로부터 멀리 끌려나왔다. 문재인 후보는 항의를 묵살하고 행사장을 떠났다.

3. 문재인 후보와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를 뜨는 동안 일부 활동가들은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나머지 활동가들은 몸을 추스르고 국회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론들이 대부분 떠나고 활동가들도 국회를 떠나려고 하는 순간 경비대는 불법 시위 등을 이유로 활동가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며 포위했다. 변호사인 활동가가 변호사 신분을 밝히며 항의했지만 경비대는 활동가들의 사지를 들어 호송버스에 태웠고, 저항하는 여성 활동가들은 이불을 이용해 들어 올려 버스에 옮겨 실었다. 이 과정은 불법적이고 폭력적이었고, 실제로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활동가들마저 무차별적으로 연행됐다. 13인의 연행자들은 영등포, 강서, 동작 경찰서로 나뉘어 구금됐다.

4. 무지개행동은 4월 26일 오후 3시 6명의 연행자가 배치된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90여명이 모였다. 성소수자 단체는 물론이고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입장서를 발표해 항의행동에 대한 과잉진압과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연행을 규탄하며 13인의 연행자 석방을 촉구했다. 이후 저녁 7시부터는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고 분노한 사람들 400여 명이 모여 연행자 석방을 촉구했다. 연행자들은 불법체포에 항의하며 조사를 거부하고 묵비했다. 신원조사 등 일체 조사를 거부하던 활동가들은 변호사를 접견하고 조언을 들은 뒤 신원조사에 응했다. 오후 8시 40분 경 모든 연행자들이 석방됐다.

5. 문재인 후보는 4월 2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성소수자들에게 “아픔을 준 것 같아 여러 가지로 송구스럽다” “동성애는 허용하고 말고 할 찬반의 문제가 아니며 사생활에 속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성소수자의 존재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TV토론 발언은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6. 문재인 후보의 입장은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며 군대에서 동성애자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동성애처벌 조항을 옹호하는 문제적 발언이다. 다만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의 강력한 항의와 냉담한 여론 앞에서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7. 무지개행동은 문재인 후보에게 재차 요구한다. 동성애는 군대 내이든 군대 밖이든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군인의 동성 간 성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어도 처벌하는 반인권 악법인 군형법 제92조의6은 폐지돼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TV토론에서 자신이 내뱉은 혐오 발언이 재생산되며 성소수자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 정치인들이 혐오발언을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중에게 준거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 사실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8.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TV토론 이후에도 동성애와 HIV/AIDS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며 동성애혐오와 HIV/AIDS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적폐세력이자 성범죄 공모자인 무자격 대선후보로서 성소수자 혐오는 물론이고 소수자들과 약자들에 대한 혐오 선동으로 촛불대선을 더럽히고 있는 홍준표 후보는 하루 빨리 사퇴하라.

9. 성소수자들은 스스로 존엄과 권리를 위해 수십 년간 분투해 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투쟁들에 연대해 왔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도 빠짐없이 함께하며 한국사회 인권과 정의를 위해 싸웠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는 성소수자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공공연한 모욕과 차별 조장이 성행했고 주류 정당들은 성소수자들이 표가 안 된다며 외면했다. 촛불 광장에서는 혐오발언을 경계했지만, 촛불 대선은 여전히 혐오 선동이 허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가 정의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험난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0. 성소수자들은 존재하며 존엄할 뿐만 아니라 더는 차별에 침묵하지 않는다. 무지개행동은 지난 10년간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맞서 왔던 것처럼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그리고 성소수자들의 권리 실현을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다. 인권과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바라는 이들의 지지와 연대를 호소한다.

2017년 5월 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www.lgbtact.org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무지개인권연대, 대구퀴어문화축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레주파,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사)신나는센터, 언니네트워크,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정의당 성소수자 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27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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