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부부 혼인신고 불수리는 차별이다

동성애혐오와 낡은 가족 윤리가 아니라 실질적 평등이 확대돼야 한다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가 불수리 통지를 받았다. 다시 한 번 한국 성소수자들이 처한 차별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물론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서대문구청 측은 혼인신고서를 제출하기 전부터 불수리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의 요구를 무시하고 안일하게 논란을 피하려 한 구청의 태도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다.


한편 한사코 변화를 가로막으려는 동성애혐오 세력의 선동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서대문구청이 애초에 신고가 접수되면 법원에 해석을 맡기겠다고 했다가 즉시 불수리 통지를 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데에는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합’ 등 동성애혐오 세력의 압력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동성애혐오 세력은 거짓과 과장을 일삼으며 혐오를 조장하고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짓밟고 있다. 편견과 차별로 고통 받는 소수자들을 먹잇감 삼아 윤리와 도덕을 내세우는 비열한 짓거리가 기승을 부리는 현실에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쓰라린 마음을 다잡고 우리는 변화를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이미 밝혔듯이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벌일 것이고, 성소수자 가족이 겪는 차별과 배제를 드러내며 평등한 권리를 요구할 것이다. 또한 동성애혐오 세력에 맞서 사회적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살며 사랑하는 구체적 현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이 있다면 삶 곳곳에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수년을 함께 살아도 인정받지 못하고, 동성 부부로서의 삶을 위해서는 이민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가족구성권 보장이라는 요구는 성소수자들의 존재만이 아니라 삶을 인정하라는 요구다. 파트너가 병에 걸려도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해서 겪는 비참함, 결혼한 사람들과 법적 가족에게 주어지는 온갖 혜택에서 배제된 박탈감, 삶을 공유하는 가족이 있어도 가족이라 말하지 못하는 자괴감을 더는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의 변화를 꾀할 때라는 인식이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운동의 출발점이다.


호주제 폐지에서 볼 수 있듯이 제도와 법률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혼인과 가족제도 또한 고정불변의 법칙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사회와 가치를 지향하느냐다. 우리는 성소수자들이 사회 일원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 나아가 사람들이 사랑하는 대상의 성별이나 가족 형태에 따라 권리나 혜택에서 배제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를 원한다.


인권과 평등을 위한 이 행보에 더 많은 성소수자들과 이성애자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다.


2013년 12월 17일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