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퀴퍼부모모임성명서 (1).png


[성명서] 

성소수자의 부모와 가족들은 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원합니다.


 우리는 성소수자의 부모와 가족들이며, 6월 28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와 7월 4일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원합니다. 

 우리는 내 자녀가, 내 가족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고, 내 아이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갈지 앞이 너무 막막해서 그 길을 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길을 막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아이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너가 어려서 뭘 모르는 거다”고 말하며 못 들은 척도 해보고, 아이의 마음을 돌리려고 성소수자에 대한 안 좋은 말들도 했습니다. 

“에이즈에 걸리면 어떻게 할래?”
“평생 혼자 외로워서 어떻게 살래?”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할래?”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더 심한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가 마음만 바꾸면 성소수자의 삶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선택인 줄 알았기에, “가족들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 한다”고, “네가 우리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소리 질렀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선택한 게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정신의학회와 심리학회,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정체성을 바꾸려는 시도가 소용이 없고, 오히려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부모랍시고 해 준 말들은 아이가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여기지 못하게 하고,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들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것 외에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안심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할 가족들에게도 마음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면,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요? 고민을 말할 수 없으면 마음 속에서 곪기 마련입니다. 출구가 없다고 느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어쩌면 하나 뿐인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 시도율은 45.7%에 이릅니다(친구사이, 한국 LGBTQ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2014). 두 명 중 한 명인 셈입니다. 이는 전체 청소년 자살 시도율의 4~5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 대학의 케이틀린 라이언 박사 연구팀은 성소수자 자녀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가족 받아들이기 프로젝트(Family Acceptance Project, 2009)’를 통해 가족의 지지가 성소수자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 냈습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강한 거부를 당한 청소년들은, 거부 당하지 않았거나 아주 약한 수준의 거부만 받은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 청소년과 비교했을 때 8배 이상으로 자살 시도를 하고, 거의 6배에 달하는 비율로 심한 우울증을 호소하며, 3배 이상의 약물 오남용과, 3배 이상의 HIV와 성병 감염률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반면 가족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받고 지지를 받는 성소수자일 수록 스스로가 훌륭한 어른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확신하는 비율이 높고, 가족을 이루고 싶어하는 경향도 크다고 합니다. 가족에게 거부 당한 자녀들에 비해 가족과 더 친밀하고, 삶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성소수자는 차별과 낙인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덜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한국인 전체의 행복지수인 52%(한국 갤럽, 2011)에 비해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43%로(친구사이, 2014) 10% 가까이 낮습니다. 부모로서, 가족으로서 우리는 내 자녀와 가족이 불행한 삶을 살게 될까 봐 성소수자로 살지 못하게 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성소수자인 내 자녀가 아니라,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라는 것을요. 그래서 우리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더욱 더 큰 목소리로 내 가족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세상에 함께 분노할 것입니다. 내 자식이 아닌 사회를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그리고 모든 퀴어의 부모와 가족들이며, 성소수자가 자긍심을 가지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을 향해 함께 행진할 것입니다. 퀴어문화축제에서 만납시다!


2015.06.22.
성소수자 부모모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42
452 <우리 곁의 트랜스젠더들의 빛나는 삶을 기념합니다> - 3.31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31 132
451 [성명]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민중들을 지지하고 연대합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19 13825
450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함께 살아갑시다. -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추모 성명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05 146
449 [미디어모니터링 논평] 공영방송은 저열한 트랜스 혐오 선동을 멈춰라 - 1월 25일자 MBC <생방송 오늘아침> 방송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1.28 197
448 [성명] 서울시 학생인권종합계획의 후퇴 없는 수립과 강력한 추진을 촉구하며 - 서울시 교육청은 가짜뉴스의 횡포에 단단하게 맞서야 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1.21 130
447 [공동성명] 제주도의회의 처참한 인권의식과 누더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2.24 49
446 [성소수자노동권팀 성명] 35년 해고 노동자 김진숙을 일터로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2.15 155
445 #트랜스젠더_나답게_살_권리! - 트랜스젠더 추모의날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9 138
444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논평] 공무원의 성소수자 혐오표현에 대한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의 시정권고 결정을 환영하며, 서울시의 차별, 혐오 선동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8 294
443 [성명]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라! - 일방적으로 동성 배우자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들어라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1 165
442 [무지개행동] 낙태죄 완전 폐지 성소수자 선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04 193
441 [연대공동성명]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0.27 87
440 트로트가수 권도운 님의 용기있는 커밍아웃을 환영합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0.06 188
439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논평] 서울시의회는 '혐오표현 피해방지 조례' 를 즉각 제정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9 141
438 [성명]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취소는 당연하다- 참교육의 함성으로 평등한 교육 현장 만들 전교조를 응원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3 239
437 [논평] 반인권 성소수자 차별하는 보수기독교는 혐오의 폭탄돌리기를 멈추고 예방에 힘써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2 74
436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기자회견문] 전국의 평등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실어왔다. 국회는 평등에 탑승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1 51
435 [무지개행동 기자회견문]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아이다호를 마무리하며 - 우리가 모이면 그곳이 광장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9.01 119
434 [성명] 김회재의원은 당장 혐오선동 토론회를 취소하라. 문제는 국회에서 혐오를 과시하는 김회재의원 당신이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8.13 152
433 [공동성명] 법원은 트랜스젠더 군인 역시 군인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인정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8.11 273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