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 타고가는 느낌 알아요? 아. 이거 어디 쳐박아서 누구 다치면 안되는데 싶어서. 핸들을 이리저리 꺾어대며, 피하면서 .. '결국 나는 이렇게 죽겠구나.' 싶은 생각은 또 오지게 들어요. 그러다가 요즘 나는 멈춰섰어요. 혼자 멈추지는 못했구요. 누군가가 멈춰 세워줬어요. 저는 솔직히 좀 지쳤어요. 아마 다시 달릴 수 있게 되더라도 달리고 싶지 않을지도 몰라요. 달리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두렵고, 무서워요. 그런데 아직은 계속 달려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준비되면 다시 또 전속력으로 달려가야지. ' 그런 마음이요.

인권을 누구나가 말하기는 하는데요. 그거 인권아니고, 이권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렇게 들려요. 그래서 난 좀 혼란스럽고, 슬픈게 좀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나는 진보진영이나 인권운동하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상처 안줄거라고 바보처럼 믿어왔던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는 상처를 받은게 있고, 또 나의 어떤 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데요. 그리고 운동가들이 자신감이나 사명감이 넘치다보면, 거기에 취해서. 밥맛없게 선민사상 갖는 사람들 종종 보여요. 문득 나도 저러지 않았을까 싶은 .. 반성을 하게 될 때도 있고, 나는 정치적인 명분이나 그런거 이제 좀 안했으면 싶어요. 19살에 인권모임에 나갔었어요. 그런데 나는 그게 너무 즐거운거예요. 내가 내 인권을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거에 좀 많이 즐겁고 흥분했었어요.

그런데 그 인권운동을 30년 하셨다는 분은 저에게 핀잔을 주시더라구요. "네가 그렇게 즐거워하면서, 노는 것처럼 할 처지가 아닐텐데. 왜 그러냐" 하시더라구요. 그 흥분감을 드러내는게 진지하지 않아보였나봐요. 아. 그래서 나는 인권운동은 늘 심각하게 해야하는거라고 생각했어요. 난 그 말이 너무 상처가 되었어요. 난 동성애자니까 왠지 늘 우울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처럼 사람들이 강요하는 그런게 있어요. 근데 나는 종종 우울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즐겁고, 기쁘고, 그냥 내가 동성애자인게 막 좋을때가 있어요.

내가 마치 행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싸우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피토하면서 살아왔다는걸 보여주니까. 그때는 아무말도 안하더라구요. 사과받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은 참 .. 자기가 보고 싶은것만 결국 나한테서 찾아봐요. 아닌것처럼 말하면서. 사람들이 공손하긴 하는데, 예의를 갖추고 사람을 대하지는 않는거 같아요.

사람들이 '나' 를 이야기할때 무엇인가 이유를 꼭 붙여요. 푸른유리는 '~하다.' 난 사실 그런 수식어들이 좀 싫어요. 마치 내가 그런 모습만 가지고 있다는 말처럼 들려요. 그리고 그런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도 들어요. 그냥 나는 '나' 로 존재하고 싶은 사람이라는걸 요즘들어서 다시 느껴요. 그냥 난 나로 살고 싶은데. 그렇게하려면 나는 끊임없이 '나' 를 막 설명해야만 해요. 그게 너무 지겹고 힘들어요. 그래서 그냥 '시끄러워, 아무말도 하지마. 네가 보고 싶은거만 나한테서 찾아내려고 하지마.' 막 그렇게 악을 쓰고 지내요. 게다가 정치적인 사람을 만나면 그게 너무 싫어서. 나도 정치적인 모습을 하고서 그 사람을 대할때가 있구요. 종교적 근본주의자가 싫은데도 성경책 들고 다니면서 그 사람이 나에게 준 것을 앙갚음 하는 못된 장난을 칠 때가 있어요. 아무리 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요청을 하고, 아프다고 소리질러봐도 도대체가 안들어 쳐먹잖아요. 그러면서 내가 자기에게 상처를 줘서, 나쁘다는 말은 잘해요.  내가 잘했다는건 아니구요.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미 받은 상처를 정리하지 않고, 상처 속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해요. 어쩌면 저렇게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으며, 사는대로 생각할 수 있는건지! 하면서 .. 상처나 삶에 푹- 지쳐서 그럴 수도 있다는걸 알면서도 막 화가나요.

정말 즐거워서 웃는 사람의 웃음이랑, 슬프지만 그걸 감추려고 웃는 사람의 웃음이 다르다는거 알아요? 난 그게 느껴져서. 종종 누군가의 웃음을 볼때. 막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날것같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늘 웃으면서 사는 사람이 긍정적이라서 좋아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이 잔인하게 느껴질때가 있어요.

요즘은 이렇게 살고 있어요. 저는 ..  그냥 하고 싶었어요. 벽보고 이야기하기엔 .. 답답해질거 같아서. 전태일도 분신자살 말고, 다음날 엄마랑 마주 앉아서 따뜻한 밥 먹고 싶어 했을거 같아요. 나는 육우당이 자살하지 않고, 행복해지고 싶어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친구들을 요즘은 원망하지 않게 되었어요. 날 남겨두고 가고 싶었던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거 .. 무슨 단어로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 응 .. 당신은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예요. 당신은 최선을 다했어요. 난 그렇게 믿어요.  

그래서 당신이 불쌍하진 않아요. 당신의 부모님은 당신을 불쌍하게 여기겠지만 .. 나는 왠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될거 같아요. 그럼 너무 미안해질거 같아요. 당신에게... 우리 만난적 없지만, 내가 좀더 일찍 당신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