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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하며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이 공간은 2003년 고 육우당을 떠나 보낸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성소수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슬퍼하지 맙시다. 다시 떠나보내지 맙시다" [현장] 19살로 생을 마감한 동성애자 청소년 '추모의 밤' 권박효원 기자 "오랜 세월 박해받아온 우리들, 이제는 희망을 찾아 무지개를 휘날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성적소수자. 제우스의 번개로 내 반쪽 찾아다니는 아름다운 방랑자. -2003. 4. 9. 육우당 (19살로 생을 마감한 고인은 평소 사설시조를 즐겼고 또 우리 전통문화를 사랑했다. 이 시조는 영화 <헤드윅>에 나오는 노래 'Origin of Love' 가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플라톤의 '향연'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태초에 인간이 쌍으로 붙어 있었으며 어떤 사람은 남녀로, 어떤 사람은 '남남' '여여'로 붙어 있었다가 제우스의 번개에 의해 나뉘어졌다"고 가르쳤다....편집자 주) ▲ 영정없는 제단 위에는 그가 생전에 아끼던 물건들과 유품인 한복이 놓여져 있다. "죽은 뒤에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죠. '나는 동성애자다'라고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4월 26일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 A씨는 노제를 치르지 못했다. 노제에 나선 다른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당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여전히 세상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폭력적인 사회다. 그의 죽음은 신문에 단신으로 처리됐다. 사회의 차별에 항의하며 죽은 동성애자는 이로써 2명. 5년 전인 98년 5월에도 동인련 회원이 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알려지지 않은 죽음까지 합치면 얼마나 될까? 동성애자들은 "한 번쯤 자기 손목에 칼 안 대어본 동성애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죽은 뒤에 당당하게" 찾은 성정체성 "한국 동성애자, 한번쯤 죽을 생각한다" A씨가 숨진지 1주일 째 되는 5월 3일 오후 7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는 A씨 추모의 밤 행사가 열렸다. '추모'라는 이름과 달리 술과 안주가 도는 유쾌한 자리. 이 자리는 A씨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고,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힘을 내 싸우자는 결의의 자리이기도 하다. 입구에 마련된 제단에는 여느 추모행사장과는 달리 고인의 영정이 없다. 이름조차 나와 있지 않다. 실내는 사진촬영금지. 동성애자들이 느끼는 아웃팅(타인에 의해 '커밍아웃'당하는 것)의 위험은 이성애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단에는 영정 대신 시조를 좋아했던 고인의 아호 '육우당(六友堂)'의 내용물이 올려져 있다. 육우는 그가 좋아했던 여섯 친구, 즉 술, 담배, 녹차, 파운데이션, 수면제, 묵주 등이 그것. 모두 고인이 생전에 자주 사용하던 '벗'들이다. 광고 대한민국 남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느 정치학자의 자기정체성 탐구 고인은 신경이 예민해 수면제를 자주 복용했다고 한다. 또한 천주교 신자라서 묵주를 좋아했다. 그는 동인련 사무실에도 '예수님과 마리아의 축북'을 바라는 마리아상을 놓아두었다. '육우당'과 함께 올려져 있는 것은 고운 한복이다. A씨는 유서에 '한복을 입고 죽고 싶었다'고 남겼다. 왜 이 옷을 입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한복을 옆에 놓아둔 채 목을 맸다. 처음 A씨를 발견한 정욜 동인련 대표는 "사무실에 짐을 정리하러 갔는데, A가 혼자 마셨을 것 같은 술과 그 전날 함께 먹던 컵라면 그릇 등이 그대로 있었다. 목을 맨 끈과 가방도 있었다"며 생생하게 그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조문객들이 단상에 바친 꽃은 채 피지 않은 백합. 스무 해를 살지 못하고 만 19세의 나이로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 했던 영혼을 위한 꽃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 자녀'예요" "널 안아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다행히 이날 추모의 밤 행사에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200여 명의 조문객들은 의자가 모자라자 서서 추모제를 지켜보고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오후 8시 추모제가 시작되면서 애써 밝게 이야기를 나누던 까페는 눈물바다가 됐다. 추모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떨리는 목소리였고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나오는 울음에 말을 멈추기도 했다. 추모사를 듣는 사람도 착잡한 마음은 마찬가지. 고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눈시울을 붉히며 손수건을 찾았고 고인과 친했던 몇몇 지인들은 통곡을 했다. ▲ 까페에 걸린 플래카드. '동성애자 억압없는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2003 권박효원 특히 A씨의 죽음이 지인들에게 무거웠던 것은 그가 "형, 누나들의 수고가 다음 세대의 동성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 잊지 마시구요"라는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A씨는 한 장씩 지장을 찍은 총 6장의 유서와 함께 자신의 재산인 34만원을 봉투에 담아 동인련에 남겼다. A씨는 동인련을 처음 찾을 때부터 담배를 좀더 저렴한 종류로 바꾸면서 회비를 납부하던 성실하고 밝은 청소년이었다. 동인련 회원 B씨는 "반전집회에 나갔을 때, 춥다며 안아달라고 했는데 주변 사람 시선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B씨를 더욱 안타깝게 한 것은 장례식 다음날 열린 청소년보호위원회의 '동성애,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세미나였다. 바로 전날 동생을 땅에 묻고 돌아섰던 동성애자들은 '가정의 파괴', '음양의 조화' 등 동성애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논의들을 듣고 세미나장을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세미나 참가자 어느 누구도 A씨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A씨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이성애자들도 마찬가지다. 동인련의 다른 회원 C씨는 "처음엔 동성애 인권을 지지하는 이성애자가 있다는 게 힘이 될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에서 회원이 됐지만 A씨가 죽고나니 내가 동성애자와 연대해야하는 이유가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C씨는 "A씨의 죽음이 너무 무거워 처음에는 피하려 했지만 이제 그러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김바울 한국기독청년연합회 회장은 추모사를 하는 내내 자신이 기독인이라는 것을 미안해했다. 김 회장은 "이제서야 왔다는 게 죄송하다"며 "성경의 뜻은 억압없는 인간해방"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보수 기독단체들이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 역시 천주교 신자였으며 평소 기독교 반 동성애 기사에 분노해왔다. 그는 유서에 "난 여러분들이 유황불 심판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러분도 '하느님의 자녀'니까요"라는 글을 남겼다. "어린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간 폭력적 사회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연대해 함께 싸우겠다" 이날 추모제의 마지막 순서는 결의였다. A씨가 숨져 있던 사무실을 급하게 정리한 동인련은 아직 새 사무실도 구하지 못한 상태. 아직 결의가 이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욜 동인련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A씨를 벼랑 끝으로 몰고간 사회에 대한 싸움, 특히 그를 분노하게 했던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기독교단체에 대한 싸움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국가인권위는 지난달 2일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서 동성애를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는 동성애가 수간, 혼음, 근친상간 등과 함께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으로 제시되어 있다. 동인련은 이후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실현시키고 나아가 이번 권고에 대해 반대했던 한기총과 기독교단체들을 비판하는 운동들을 전개할 예정이다. "만국의 동성애자가 연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성애자도 함께 연대해야 합니다. 이성애자가 동성애자가 함께 할 때 동성애 인권운동을 의미있는 것입니다" 정욜 대표의 호소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을 버려야 했던 한 청소년의 호소이기도 하다. 2003/05/04 오후 6:15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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