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윤모씨 죽음은 사회적 타살" 33개 인권·사회단체, 동성애자 차별 철폐 촉구 성명 배경내 기자 인권·사회단체들이 며칠 전 자살한 동성애자 윤모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29일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변, 보건의료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3개 인권·사회단체들은 성명에서 "착잡함과 슬픔을 금할 길 없다"면서 "20살 꽃다운 그의 죽음은 형식적으로는 자살이었는지 모르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가져온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또 "윤씨의 죽음은 차가운 편견과 멸시, 소외와 차별의 빙벽 속에 갇혀있는 이 땅 모든 동성애자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동성애자들을 자살이라는 막다른 선택으로 몰아넣고 있는 사회적 편견과 폭력을 비판했다. 나아가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일부 기독교단체들과 언론에 대해서는 "단지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반인권적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되물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윤씨와 마찬가지로 절망과 외로움 속에 방황하고, 손목을 긋고 줄에 목을 매다는 동성애자들이 더 있을지 모른다"며 "'상식'과 '사회적 통념'을 가장해 동성애자들을 끊임없이 죽음의 낭떠러지로 내모는 부당한 편견과 차별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더 이상 동성애자들을 죽음의 낭떠러지로 내몰지 말라! -한 동성애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수많은 성적 소수자들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성경적이고 반인류적인지…. …죽은 뒤엔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죠. 윤○○은 동성애자다라구요.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고 그로 인해 고통받지도 않아요." - 고 윤모 씨의 유서 중에서 지난 26일 한 동성애자가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는 윤모 씨가 회원으로 소속돼 있던 한 동성애자인권단체 사무실에서 쓸쓸히 자신의 목에다 죽음의 끈을 묶었을 그 순간을 떠올리며, 착잡함과 슬픔을 금할 길 없다. 또한 우리는 윤 씨의 죽음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당연시하고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뼈아픈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20살 꽃다운 그의 죽음은 형식적으로는 자살이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가져온 '사회적 타살'이었기 때문이다.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윤 씨의 곁에는 여러 장의 유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윤 씨의 유서는 동성애자로서 당해야 했던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보여주는 한 동성애자의 애끓는 절규를 담고 있다. 윤 씨는 "수많은 성적 소수자들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성경적이고 반인류적인지..."라며 동성애자들을 죄악시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에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윤 씨는 또 "죽은 뒤엔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죠. 윤○○은 동성애자다라구요.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고 그로 인해 고통받지도 않아요"라며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털어놓고 있다. 나아가 윤 씨는 자신이 속한 동성애자인권단체의 선배들에게 "형, 누나들의 수고가 다음 세대의 동성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 잊지 마시구요"라며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철폐에 계속 힘써 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유서 내용에서 윤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는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동성애자로서 차별받지 않고 멸시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은 강렬한 희구를 간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이번 윤 씨의 죽음이 단지 한 동성애자 개인의 죽음일 뿐만 아니라, 차가운 편견과 멸시, 소외와 차별의 빙벽 속에 갇혀 있는 이 땅 동성애자들 모두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 더더욱 주목한다. 현재 동성애자들을 외로움과 고립감,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편견에 찬 시선과 구조의 폭력이 멈추지 않는 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게 될 동성애자들은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동성애자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멸시와 혐오의 시선으로 인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동성애자임이 밝혀진 후 당하게 될 폭력과 차별에 대한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다. 간신히 용기를 내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경우에도 가족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것이 우리 사회 동성애자들의 가슴아픈 현실이다. 더욱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는 청소년기에 대다수 동성애자들은 동성애를 '비정상', '죄악'으로 치부하는 편견에 부딪혀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더구나 우리는 간신히 힘겨운 삶을 추스르고 있는 이들 동성애자들을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죄악' 자체와 동일시하며 그들에게 '사회적 사망선고'를 내리고 있는 일부 기독교단체들과 언론의 태도를 바라보면서, 무엇이 더 '죄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많은 동성애자들이 한두 번 이상씩 자살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편견과 폭력이 낳은 결과에 다름 아니다. 단지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반인권적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윤 씨와 마찬가지로 절망과 외로움 속에 방황하는 동성애자들, 죽음 이외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절망한 채 손목을 긋고 줄에 목을 매다는 동성애자들이 더 있을지 모른다. 더 이상 윤 씨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는 메시지, 그리고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간절히 희구했던 세상이 무엇이었나를 기억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상식'과 '사회적 통념'을 가장한 부당한 편견과 차별행위는 동성애자들을 끊임없이 죽음의 낭떠러지로 내모는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우리 모두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의 장막을 거둬내고 이들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반인권적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동성애자들은 성적 지향만 다를 뿐, 우리의 형제자매요 이웃이요 존엄성을 가진 한 사람의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2003년 4월 29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광주NCC인권위원회, 국제민주연대,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성적소수자그룹,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다산인권센터, 민주노동당 강남갑 지구당, 민주노동당 중랑갑 지구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서울퀴어영화제조직위원회, 성동건강복지센터, 안산인권노동센터, 여성해방연대(준),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KIN(지구촌동포청년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추모단체연대회의, 평화인권연대,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DPI,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인권하루소식> 2003년 4월 30일자(제23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