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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하며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이 공간은 2003년 고 육우당을 떠나 보낸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성소수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2003.05.11 16:12

추모합니다.

cs
조회 수 2578 댓글 0
=== 고인의 유록중에서 === <신들과의 거래> 빕니다.빕니다. 또 빌고 계속 빕니다. 간절히 빌테니 내 소망 좀 들어주소. 이몸도 드리고 마음도 드리고 달라는 것 다주겠소. 그러니 간절히 내소망 좀 들어 주소. 그러면 당신은 신중의 신이 될 것이오. 나랑 거래 하겠소? 전지 전능하다는 하느님. 요즘 하느님 따르는 무리들이 크리스천이다 무슬림이다 유대인이다 많지만 그치들 속 썩이는 것 골아프지않소 대자 대비하다는 부처님, 나 환생할 때 힘좀 써 주쇼. 그리고 매 소망도 좀 들어주시다면 부처님의 덕망을 내 후에들이 기리기리 칭송할테요. 삼신할매님 언제까지 그 꼬부랑 지팡이 짚고 다닐거요. 내 이참에 골다공증 치료비 드릴테니 내 소원 좀 들어주쇼. 아프로디테님은 언제봐도 화왕이요. 양귀비도 당신 앞에서는 돼지라니까요. 나르시스님. 미자하가 아무리 미소년이라지만 어디 나르시스님만 하겠소 다음부턴 괜히 접싯물에 코박는 행위 하지마시고 내 근사한 황제 소개시켜 줄테니 내소망 좀 들어주소. 오시리스님 이시스님 아주 잉꼬부부가 따로 없네요. 내소원 좀.... 드라큐라님 내 피 한번 맛 보겠소? 내 소원 좀... 염라 대왕님 파계당한 바구니를 내가 알고 있는데 뭐 내소원 좀... 옥황상제님 내가 아는 여자중에 선녀가 되겠다고 발광하는 년이 하나 있는데 어찌 할 깝소. 내 소원 좀... 천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님. 얼마전 님들 목을 부러뜨린 예수쟁이들 볼기짝 때려 줄깝쇼. 그러니 내 소원 ... 네 소원이 무엇니냐. 이신 저신 별별 신 다찾아 다니느라 발에 물집나겠다. 불쌍한 것. 네 소원을 말해봐라. 이반이 살기좋은 세상으로만 만들어주십쇼. 간절히 빌고 빕니다. 내 몸이 으스러질 때가지 님들을 흠숭하겠소. <신(神)들을 책망하며> 넘어간다 넘어간다 평시조 엇시조에서 길고긴 사설시조로 넘어간다. 음수율 안맞다고 내용이 천박스럽다고 욕하는 사람, 댁들은 얼마나 고상하고 우아하시오. 전지전능하고 삼라만상 창조했다는 하느님아, 크리스천이다 무슬림이다 유태인이다 하느님 따르는 무리들이 많으니 참 좋겠수. 인기도 많으시오. 헌데,웬만하면 팬들 관리 좀 잘하시오. 저것들 허구헌날 치고박고 싸우느라 종말이 다가오려고하오.할렐루야 오 아바디 믿습니다도 좋지만 이거야 원 위선적인 것들 투성이라 어디 하느님 믿을 맛 나겠소. 대자대비하다는 부처님아,과넷음 보살이다 천수관음보살 애기보살이다 처녀보살이다 별별 부처님 보살님이 다 있는것으로 아는데 대체 그 분들은 어디 숨으신거요. 자비 자비 말만하지 마시고 행동으로 좀 보여주시구요. 부처님은 이렇게나 많으데 여긴 어떻게 된게 극락은커녕 아수라장이란 말입니다. 특히 천수관음님아 그 많은 손 뒀다. 어디 쓰려고 그리 아껴두쇼. 염라대왕님아, 대체 당신은 저승사자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것이오. 저승사자들이 돈 있고 힘있는 것들한테 뇌물을 받았는지 죽어도 시원찮을 것들은 버젓이 살아있는데 엉뚱한 사람들만 자꾸 죽어나가잖소. 반성 좀 하시구려. 옥황상제님아.삼천궁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천상에는 선녀들이 많고 많다고 들었는데 대체뭐가 부족해서 자꾸 지상 여자들에게 눈독 들이시는게요. 제발 체통 좀 지키시구려. 다 늙은 양반이 대체 뭘 잡쉈길래 힘이 그리좋아. 용왕님아,그렇게 제삿밥 많이 얻어잡쉈으면 됐지 대체 뭐가 불만이라서 그리 앙탈을 부리시오. 늙어서 망령이 난게요. 아님 심술이 그 모양인거요. 자꾸 그러면 지중해에 있는 포세이돈을 새 용왕으로 모실테니 용상 지키고 싶으시면 알아서 처신하시오. 이만하면 다 됐겠네 아니아니 실수 실수 한 분 빼먹었다. 비록 신은 아니지만 여느 신 못지않게 추앙 받는 성모 마리아니아, 처녀잉태하고 천국으로 승천한 것 까진 좋은데 이제 성모님은 천국사람이니 제발 불시에 지상으로 불쑥불쑥 나타나지 좀 마시오. 나타나려거든 곱게 나타나시던지. 왜 겁나게 피눈물까지 흘리며 사람 간떨어지게 하냔 말이오. 이만큼 말해뒀으니 앞으로는 나겠지. 행여나 예수쟁이들이나 고지식한 늙은이한테 칼 맞는거 아니지 모르겠네. 아무튼 신(神)들아 반성 좀 하시오. 나 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