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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하며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이 공간은 2003년 고 육우당을 떠나 보낸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모든 성소수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 뮤직비디오가 생각나네. 헤드윅에 나온 그 뮤직비디오같은 영상.... 너의 소식을 듣고 내가 한 일이라곤 그 뮤직비디오와 너의 유서의 한 대목을 여러 사이트에 퍼나르는 일뿐이였어... 그 영상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더구나... 그래도... 학생회실 한켠에서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누가 들어오는듯 하면 창을 닫고... 노래는 들리는데... 무어라고 노래를 부르는데... 멍하더라... 너의 가는길도 보지 못한 나로써는 할말도 없었어... 잘가라는 말도... 편히 쉬라는 말도... 마음이 아프다는 말도... 원망스럽다는 말도... 안타깝다라는 말도... 그러면서 사실... 이름만 듣고 누굴까하면서 머리만 굴리고 있었어... 너를 처음보고 이야기도 하면서 술도 마신 건 하루 뿐이였으니까... 송년회를 하면서 너와 영지와 뱅 둘러 이야기를 하면서 참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생각도 많은 아이라고... 아침에 일어나니 돗자리 한켠에서 누워있더라... 사람들 옷을 꼭 끌어안고.... 같이 밥을 먹었던 기억... 웃었던 기억... 잘 가라고 말했던 기억... 그게 전부였는데....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었던 네가 그리 되었단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나봐... 가본다 가본다 하고선 네가 쉬고 있는 곳에 한번도 못가봤구나... 그러면서 강연자리에선 이러한 청소년 동성애자가 있었다!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그 답답한 논리때문에 숨막혀 죽었다! 이러한 차별에 모두다 반대해야하는 것 아니냐! 떠벌리고 다니기만 했다. 회기동 사무실... 나에겐 겨울 캠프를 준비하고..,. 그 좁은 공간에서 준비단 친구들하고 웃고 떠들고... 옆에 다니는 기차소리에도 꿈쩍않고 일만 했던 공간이였는데... 너에겐 세상의 모든 소리를 막아내던 공간이였겠구나... 활동가로 명패를 달고 동인련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 웹자보도 만들고... 글도 쓰고... 이젠, 강연도 해... 너한텐 인사도 못하고... 낼름 동인련 공간에 들어와서 떡하니 활동가 자리 차지하고 있어... 잘 하고 있는 걸까? 바람이 많이 불면 창문이 마구 흔들려... 사무실문도 확 열리구... 그 사이로 하늘은 잘 보여. 오늘은 아주 퍼런 하늘만 보이더라. 구름한점없이.. 바람도 없을듯 보이는 하늘인데... 그냥 밤이 되면 별들이 막 쏟아져버릴듯 하더라.. 그러면서 하늘에다 대고 농담 던졌어... 편하냐? 사람없어 미칠거 같은데... 신이가 왜 그러냐고 핀잔을 줬어.... 나도 미쳤지... 미안하다. 현석아... 나 다음달에 훈련가... 느즈막히 나이 28살 먹고서.... 사람들하고 떨어져 있으려니 기분 참 더럽다... 욜이가 농담삼아 국방부에 전화걸어 '못보내겠어여~!, 재직증명서 내겠어여!' 하는 소리에 웃는데... 뭐 그래도 남들은 현역으로 가는거 그냥 몇주 훈련받고 나와서 생활하고 그러면서 활동하면 좋은거 아니냐 하지만... 창문 열심히 뽀얗게 닦아놓고 좋아했더니 바로 비오는걸 봐야하는 그 심정 같어... 강연할때.... 어디다가 글을 쓸때.. 꼭 쓰는 말이 있어..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에 나오는 글이야.. 나와 가치관이 다르다고... 그들이 하는 사랑은 틀리다고 말하면 너무 삭막한거 아니냐는.... 그 만화 본적 있어? 물고기가 사막을 유유히 떠다니는 그 그림... 별을 가슴에 박아놓고... 유난히 인상깊은 그 그림에 널 끼워맞추고 싶어... 어느 별을 네 가슴에 심어놓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 난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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