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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후기]〈말해보는 섹스〉기획 후기와 참가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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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행성인 성적권리 프로젝트)

행성인에 오고 나서 여성퀴어끼리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소모임이나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 내심 많이 아쉬웠다.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을 환대하는 이곳만의 특별함이 참 좋으면서도, 내심 나와 가장 닮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레즈비언, 여성 퀴어. 그러던 중 여성 퀴어의 성적 권리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덥석 하겠다고 했다.

사실 처음의 마음은 단순했다. ‘모여서 야한 이야기,,,섹스 이야기 하면 재밌겠다,,,ㅎ’ 정말 그 정도였다. 퀴어 친구들은 있지만 애인을 제외하고 그런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흥미가 생겼다. 기획단이 모여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와 질문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섹스’라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의 이야기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섹스를 이야기하려고 하면 결국 파트너와의 관계, 부치/펨이나 깁/텍 같은 역할(?) 언어, ‘삽입이 없으면 섹스가 아니다’라는 사회의 기준 같은 문제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원나잇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도, 단순히 경험담이 쏟아지기보다는 ‘왜 원나잇을 망설이게 되는가’, ‘왜 퀴어 여성 커뮤니티에서 원나잇이라는 단어는 차단되는가’, ‘어플에서 만날 때 무엇을 불안해 할까?’, ‘안전한 사람들은 어떻게 만나나’ 같은 이야기들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처음 기대한 것처럼 야한 이야기’만’ 잔뜩 오가는 자리는 아니었다. 우리가 나눈 것은 자기 몸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성적 욕망을 어떤 방식(혼자 또는 타인과)으로 해소하고 표현하는지, 관계 안에서 무엇이 즐겁고 어려운지에 관한 다양한 대화들이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몸과 오랫동안 불화해 왔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평등 포르노'(ㅋ)를 갈망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멀티오르가즘의 비법과 즐겨 쓰는 토이를 전수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감사)

모임의 제목인〈말해보는 섹스〉가 많은 걸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행성인 안에서, 그리고 어쩌면 퀴어 여성 커뮤니티 안에서 성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말해보는 단계’에 있다는 것. 우리는 많은 경험을 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 경험을 서로의 언어로 꺼내고 연결해볼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우선 말해보는 자리였다. 서로의 경험에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욕망도 이상하거나 과한 것으로 재단하지 않으며, 누군가의 경험담이 거창한 ‘고백’이 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자리 말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매 회차 새로운 사람을 받기보다 전 회차 참여 신청을 중심으로 운영했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랑 갑자기 자위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니!! 다음 회차에는 섹스 이야기를 해야 한다니!!!!! 친구끼리도 잘 안 하는 이야기인데 과연 분위기가 괜찮을까 싶었다. 기획하면서도 긴장이 정말 많이 됐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만큼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진행하는 입장이면서도 나 역시 계속 손들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많이 참음)

참여자 중 한 분은 이 모임을 ‘택시 타는 경험 같다’고 표현했다. 우연히 만나서 다시 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관계 속에서 오히려 솔직해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퀴어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욕망, 관계에 대해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 문화와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 역시 다음번 모임 전까지 더 많은 경험(어플 돌려~) 과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서 돌아오고 싶다.

아마 또 긴장하겠지만, 그만큼 또 즐겁게 떠들 수 있을 것 같다.

참여자 한마디 보기

– 다양한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지닌 인원이 교류하는 자리였으니만큼 내 경험을 공유하고 또 내가 경험하지 않은 바에 대하여 깨우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1회차에는 긴장이 많이 되어 솔직하게 못 나누어서 스스로 아쉬웠습니다. 3회차 프로그램에 적어보기 용지 유익했고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참여자들이 함께 하는 기획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 우선 이렇게 많은 퀴어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 모임을 통해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 좋아요. 프로그램도 그동안 여성퀴어들이 공개적으로 잘 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신선했습니다!

– 퀴어 여성 커뮤니티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있었던 이유는 더 복잡해지는 마음들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의 선택과 삶에서 내 생각들이 더 구체화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당시엔 또래친구들로 결성되어 있거나 분명한 목적이 있어 모인 경우라 내 정체성과 모임의 방향이 충돌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번 4회의 모임은 자유롭고 다정했다. 조금 더 일상에 가까운 느낌이라 편안했습니다. 

– 퀴어 여성끼리 모여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그런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나올 수 있도록 좋은 주제를 선정하고 질문들을 준비하고 기획자분들이 (쑥스러운데도!) 먼저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양한 주제들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부터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일정이 하루 전날 확정된 것이에요. 지방러라 미리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 다른 사람들의 연애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은데 좀 사적인 질문들 같아서 해도 되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 비슷한 프로그램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매 회 어떻게 진행될지가 예상되지 않았던 점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 막회차만 신청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해당 회차 주제가 커뮤니티였고 트랜스 당사자로서 사회 접근성이 취약하고 경험이 빈약한 특성 상 게이바 같은 오프모임이 있기 어려워 온라인 위주로 터를 잡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협화음과 본연의 목적을 상실함으로서 야기되는 커뮤니티의 붕괴와 피해자가 발생하는 구조에 대해 논할 수 있고 기대를 품었으며 충분히 이를 충족했다고 생각합니다.

–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이 부분은 충족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흐물흐물한 말만 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행사 이후 그 다음 주는 조금 쓸쓸했어요. 말할 수 없는, 말하지 못한 말이 여태 쌓여있음을 느꼈습니다. 

– 다양한 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가웠고 즐거운 경험하게 만들어주신 기획단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 항상 진행해주시는 분들이 편하게 해주셔서 제 이야기를 편한 상태에서 나눌 수 있었던 점이 좋았어요. 특별히 아쉬웠던 점은 없지만 시간대가 평일 늦은 저녁이라서 끝나고 나면 일찍 일어나거나 남으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한다는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을 참 부담스러워 하는 편인데.. 큰 장점을 알았어요. 실컷 이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핑계가 생긴 것 같았어요. 감사합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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