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행성인 웹진 편집부
| 편집자 주: 지난 5월 14일 행성인은 ‘ [기자회견] 2026 성소수자 말하기 대회 – 나는 00한 서울시장을 원한다!’을 진행했습니다. 내란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인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소수자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시 차원의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말하기대회를 통해 성소수자 시민들의 요구를 전달했습니다. 이날 나온 이야기들을 독자여러분들과 나눕니다. 시민들의 요구는 선거 이후 선출된 서울시장에게 전달할 계획입니다. |

지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동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선거 이후의 정치가 그동안 외면해온 정책의 공백을 이제는 책임 있게 메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성소수자들이 바라는 일상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꾸리고,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며, 아플 때 걱정 없이 병원에 가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차별받지 않는 것. 이것은 특권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이자 기본 조건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성소수자의 삶은 여전히 제도라는 울타리 밖에 놓여 있습니다. 그동안 정치는 성소수자의 삶을 그저 소모적인 논쟁거리로만 다뤄왔습니다. 누군가의 존재를 찬성과 반대로 나누고 표 계산을 하는 사이에 우리의 일상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지워졌습니다. 정치인들에게는 입장 표명의 문제였을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앞으로는 달라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말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성소수자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려 합니다.
6월 3일 지방선거에 나선 모든 후보에게 요구합니다. 이제 성소수자의 삶을 공약하십시오. 논쟁 뒤에 숨어 방관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목소리를 똑바로 직시하십시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고 설득하는 데 머물지 않겠습니다. 성소수자를 이 도시의 주권자로 인정한다면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십시오. 그것이 광장 이후 모든 시민들에게 열린 민주주의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의 요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전달하는 우리의 이야기와 요구안을 선거 이후 서울시에 정식으로 제출하겠습니다. 우리는 이 도시의 주인으로서 끝까지 지켜보고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성소수자도 이 도시의 시민입니다.
서울시와 모든 후보는 책임 있게 응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권순부(모두의 결혼, 용산 후암동)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금천에서 나고 자라서 지금은 용산 후암동에 사는 권순부라고 합니다.
제 마지막 연애가 3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저와 가까운 친구들은 “짝도 없는 애가 왜 혼인평등 운동을 하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사실 이건 질문이라기보다 저를 긁기 위해 하는 말일 텐데요. 그렇지만 굳이 답하자면, 짝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언제나 저는 존엄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혼인평등이란 국가의 제도이자 개인의 권리인 혼인을 이성 간에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동성 간에도 평등하게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혼인평등은 성소수자에게만 “특별한 권리”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동등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입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제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저에게는 이성애자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야 합니다.
이곳 서울은 혐오나 괴롭힘, 가부장적인 문화, 지역의 폐쇄성 등 다양한 이유로 고향을 떠난 성소수자들이 터잡은 도시입니다. 그렇기에 성소수자 인구 비율이 전국 어느 도시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곳이 서울이지만, 서울시정 어디에도 우리를 고려한 정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성소수자 시민들은 애초에 혼인 제도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구조적 불평등을 그대로 둔 채 평등한 도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청소년 시절의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가정을 꾸리는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아주 자연스럽게 꿈꾸는 미래를, 다른 누군가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애초에 꿈꾸지 못하는 사회는 이제 끝냅시다.
동성부부와 성소수자 가족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서울,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서울, 그리고 그러한 서울을 만들 서울시장. 저는 동성부부와 성소수자 가족의 삶을 대표하는 서울시장을 원합니다.
그런 서울을 만들기 위해 모두의 결혼과 저는 앞으로도 더욱 힘껏 달리겠습니다. 함께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물보라(관악구)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서울 시민 물보라입니다.
저는 오늘 한 명의 서울 시민으로서 또 한 명의 민원인으로서 미래의 서울 시장에게 한가지 요청하려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도 있는데요. 관공서에 방문 또는 전화 문의할 일이 있을때 담당 공무원이 저보다 해당 민원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경우 많이 느끼신 적 없으신가요? 분명히 정부24같은 관공 사이트에서 알려준 서류를 가지고 담당자를 찾아갔더니 그런 건 없다 거나 다른 부서로 가라 해놓고 돌고돌아 처음 담당자에게 돌아온 적 없으신가요?
저는 가정폭력 피해자로써 원 가정에게 벗어나기 위해 주민등록등본 및 가족관계증명서 열람 금지 신청을 하러 구청에 방문 했었습니다. 하지만 당담창구에서는 열람금지신청에 대해 알지 못하였고 공무원 네다섯명이 왔다갔다하며 가정폭력상담소와 통화를 연결해가며 한두시간을 소요하여 겨우 신청을 했었으나 누락된 부분이 또 있어서 2년뒤에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2024년 10월에 혼인신고 불수리 증명서를 받기 위해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동성부부는 접수 자체를 거부 받아 법적대리인단과 함께 4시간 가량을 소요하여 접수하는 등 소수자들은 사회 뿐만 아니라 관공서에서도 차별받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사례를 비롯한 많은 소수민원과 특수 사례들은 공무원들의 무지와 회피에 시민들은 있는 제도 안에서도 배제당하고 차별당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특수 사례 민원들을 빠르게 알아보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국가 기관에서 존재하는 제도 속에서는 성소수자도 가정폭력피해자도 또 다른 소수자들도 더이상 차별받고 싶지 않고 민원처리를 거부 받지 않는 서울에 살고 싶습니다.
김겨울(트랜스해방전선)

안녕하세요. 트랜스해방전선 대표 김겨울입니다.
오늘 우리는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더 이상 존재를 지우고 삶을 방치하는 정치를 멈추라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트랜스해방전선은 여러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과 함께 트랜스젠더퀴어의 가시화와 권리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캠페인과 집회, 연대 활동을 통해 왜 우리의 삶이 늘 생존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지 말해왔고,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의제들을 정리해왔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된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트랜스젠더의 삶은 여전히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다양성과 인권의 도시를 말하지만, 트랜스젠더에게 서울은 여전히 안전한 도시가 아닙니다. 성별이분법적 제도와 행정은 노동권·의료접근권·학습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시민으로 살아갈 최소한의 조건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별 표기가 강제되는 주민등록 제도 아래에서 트랜스젠더는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겪고, 안정적인 노동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일을 하지 못하면 트랜지션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트랜지션을 하지 못하면 다시 성별정정의 장벽에 가로막힙니다. 이 악순환 속에서 많은 트랜스젠더 시민들이 삶의 기반 자체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요구합니다.
공공영역부터 성별정보 수집과 표기를 최소화하십시오.
공공일자리 채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성별 정보를 삭제하십시오.
서울시 차원의 트랜지션 의료 지원 정책을 마련하십시오.
성별정정 과정에서 과도한 의료적 조건과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에 앞장서십시오.
또한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1인 화장실과 성중립 화장실에 대한 논의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정치권은 가짜뉴스와 혐오 선동 앞에서 책임 있게 토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는 생존과 존엄의 문제입니다. 트랜스젠더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결국 누구나 존재 자체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일 것입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트랜스젠더 차별과 증오범죄를 방지하고, 노동권과 의료권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와 법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권은 여전히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의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이 문제에 침묵하지 마십시오. 인권은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서울시에 성소수자가 몇 명인지, 트랜스젠더 시민이 얼마나 살아가고 있는지 왜 아직도 알 수 없습니까. “숫자가 없다”는 이유로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고, 존재 자체를 지워지는 현실에 우리는 지쳤습니다.
서울시는 성소수자 실태조사와 인구 통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성소수자 역시 서울 시민이며, 정책의 대상이고, 이 도시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공공기관·시설부터 성중립 화장실 설치하라!
공공일자리 채용부터 성별정보 삭제하라!
서울시 차원의 트랜지션 지원 정책 마련하라!
성소수자 실태조사와 인구조사 시행하라!
성소수자도 시민이다! 트랜스젠더도 서울시민이다!
감사합니다.
조명산 (광진구 LH 중곡 달팽이집)
“표 계산에 밀려난 나의 생존,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광진구 중곡동 ‘LH 중곡 달팽이집’에서 동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년 성소수자, 조명산입니다.
저는 6년째 사랑하는 애인이 있지만, 우리는 각자의 주거 형태를 선택했습니다. 애인은 원가족과, 저는 하우스메이트들과 공동체 주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12년 전 절연한 혈연보다, 지금 제 곁에서 제 생애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위급할 때 달려와 줄 하우스메이트들이 진짜 가족입니다.
저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제가 직접 서류에 서명할 수 있는 의지가 있음에도, 병원과 행정기관은 끊임없이 연락도 안 하는 혈연가족을 찾으며 그들의 동의를 요구합니다. 당사자의 결정권보다 ‘피 한 방울’을 우선시하는 낡은 행정 체계 안에서, 저의 안전은 늘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저는 이런 서울시장을 원합니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한다’거나 ‘출산율을 떨어뜨린다’는 해괴한 논리 뒤에 숨지 않는 시장을 원합니다. 특정 종교 공동체가 쥐고 있는 투표권과 후원금이 무서워, 시민의 생존권을 ‘나중에’로 미루며 눈치나 보는 비겁한 정치인은 필요 없습니다. 언제부터 임신과 출산, 그리고 표 계산만이 서울시의 표준 가치가 되었습니까? 시민의 삶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어 차별과 혐오를 방조하는 행정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먹고 자라고, 차별과 혐오를 일삼아서 생기는 정치 생명은 파멸과 탄핵이라는 결과밖에 없습니다. 6월 3일, 평등을 위한 한 표를 부탁드립니다
에어(빛나는우리청소년성소수자모임)
안녕하세요. 저는 학교 밖에서 살아가고 있는 퀴어 청소년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사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꺼내도 괜찮을지, 이 자리가 저 같은 사람에게도 열려 있는 곳인지. 그런데 그 고민 자체가, 제가 오늘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일상 속에서 자주 멈춥니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를 할 때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나도 말해도 괜찮을까.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화장실 앞에서도 잠깐 주저합니다. “나는 어디로 들어가야 하지.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긴 한 걸까.” 도움이 필요할 때도 그렇습니다. 청소년 지원 공간에 가고 싶어도 먼저 계산하게 됩니다. “내가 퀴어라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할까. 여기도 나를 받아줄까.”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순간들이, 저에게는 매번 자신을 숨길지 말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입니다. 저는 학교 밖 청소년입니다. 그래서 학생이라는 이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제도와 보호에서 자주 비켜나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곳에서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금지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그 보호의 바깥에 남겨질 때가 많습니다. 있는 제도에도 사각지대가 있다면, 없는 제도 앞에서 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저는 특별해지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당연한 일들이, 저에게도 당연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시에 말하고 싶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퀴어 친화적 지원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 학교 안과 밖을 나누지 않고, 모든 청소년의 존재를 인정하는 제도를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누구도 문 앞에서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만들어 주세요.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말에 더 이상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도시. 저는 그런 서울시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형대(행성인 HIV/AIDS인권팀, 성북구)

안녕하세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 공동팀장이자, 서울시 성북구에 거주하는 20대 성소수자 시민 박형대입니다. 저는 오늘 HIV 감염인이 삶 전반에 걸쳐 경험하는 차별과 낙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병’, 혹은 ‘에이즈’라는 말을 조롱거리로, 혹은 막연한 공포의 대상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도 감염병에 대한 공포의 감각을 말하기 위해 ‘에이즈’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사용합니다. 성병과 HIV, 그리고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담론을 생산하거나, 실제로 그러한 병이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감염인들의 권리를 말하기 위해 이러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HIV 감염인들은 학교, 병원, 일터, 군대 등 여러 장소에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며, 감염 사실로 인한 차별과 낙인을 온몸으로 경험합니다. 시민으로서 평등하게 의료 시스템을 이용하고, 원하는 일을 하고, 성적 권리를 실천하는 것은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입니다. 이러한 권리를 법이나 제도의 한계로 누리지 못할 때, 혹은 감염 사실로 인한 불이익이 두려워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 감염인들은 차별을 경험합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중에 HIV 감염인 당사자들이 분명 존재하는데도 HIV에 대한 낙인이 커뮤니티 안에 만연하며, 감염인 당사자들은 감염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꿈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HIV 감염인들이 감염 사실로 인한 낙인을 경험하지 않는, 일터와 병원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감염 사실로 인해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서울을 원합니다. HIV/AIDS 감염인의 동등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서울시장을 원합니다. HIV 감염인에 대한 직장 내 차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신고 및 진정 창구와 감염 사실 공개 금지 지침이 필요합니다. ‘콘돔을 사용해야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라는 차원의 성교육을 넘어, HIV 감염인에 대한 낙인을 해소하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 및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 금지를 명문화하는, 감염인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된 조례나 행정지침이 필요합니다. 낙인과 공포, 금지에 기반한 정책은 더 많은 터부와 공포를 불러올 뿐입니다. 더러운 사람들도, 병이 옮을 수 있는 사람들도, 한구석으로 치워도 되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시민이고, 사회의 여러 곳에 존재하는 구성원입니다.
얼마 있으면 6월 3일 지방선거입니다. HIV 감염인들, 그리고 이들의 삶을 위해 함께 싸우는 사람들의 표가, 질병에 대한 낙인과 혐오를 치울 수 있는 후보에게 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민지(서울)

안녕하세요, 서울에 사는 김민지입니다.
지방선거를 약 20일 앞둔 지금 ‘성소수자’로서 ‘말해야’ 한다는 것은, ‘성소수자’라는 존재가 제도적 행정적 차원에서 인식조차 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곤혼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빈틈없이 이성애중심적이고 젠더이분법적인 사회에서 나의 몸과 삶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감각. 모두에게 “열린 광장”을 표방하지만, 드러나고 싶을 때 드러날 수 없고, 원치 않는 방식으로 드러나 폭력에 노출되거나 부당한 일을 겪을 때에도 단지 ‘사적인’ 일로 전부 감당해야 하는, 너무나 일상적인 배제의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 어떤 폭력을 감수하지 않고도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 서울시, [ 말로만 ‘약자 동행’하지 않고 서로의 취약성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는 ] 서울시, [ 제 역할을 다하는 ] 서울시장을 원합니다.
성소수자 정체성은 저로 하여금 불안정한 노동자로서, 세입자로서, 해방을 말하는 예술 공론장의 일원으로서, ‘시민’의 경계에서 계속 밀려나면서도 이곳을 지키는 동료들과 함께 살아가게 하는 가장 큰 동력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로서 말합니다.
우리의 인권은 이 사회와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12년 전 서울시청에 내걸었듯 여전히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며, 6년 전 신촌역에 게재했듯 언제나 일상 속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 부재하는 것은, 혐오폭력 및 인권침해 사안을 다루는 실효성 있는 기반, 성별이분법으로 구획되지 않은 모두를 위한 공공시설, 검열 없이 성평등 도서가 비치되어 있고 차별행정 없이 열린 광장, 살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터와 집과 거리, 낙인 없이 존재하고 다양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공의 자리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뒷받침하는 지자체의 역량입니다. 소수자의 삶을 삭제하는 “문화예술도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서울시장 후보들과 차기 서울시장에게 요구합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퀴어의 존재를 인식하십시오. 그누구의 존재도 행정 권력으로 지우거나 미온적인 ‘검토’의 대상으로 삼지 마십시오. 특정 이익집단만을 위한 경쟁적인 개발 공약 대신, 모든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인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우선시하십시오. 소수자들의 집회 시위의 권리를 보장할 뿐 아니라 그 몸들을 직접 마주하고, 책임 있고 평등한 행정을 이행하십시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께 말합니다. 누군가의 배제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사회에서, 젠더화된 억압의 체제에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존재는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함께 있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자회견문] 우리는 성소수자의 삶에 응답하는 서울시장을 원한다!
지난 내란 사태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목격했다. 내란을 옹호하던 극우세력은 혐오와 차별을 동력으로 성장해왔다. 성소수자를 공격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며, 여성과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선동해온 세력은 오랜 시간 정치의 방조 속에서 조직되어 왔다. 그것은 갑자기 등장한 위협이 아니다. 정치가 외면하고 활용해온 차별과 혐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힘으로 폭발한 결과였다.
6월 3일 지방선거는 내란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다. 이번 선거는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단지 선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난해 광장에서 시민들은 단지 정권 교체만을 요구하지 않았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요구했다. 우리는 광장에서 평등의 약속을 함께 읽었고, 수많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민주주의가 결국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장 취약한 시민의 존엄과 권리가 동등하게 보장될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
서울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시민이 살아가는 도시이며, 가장 많은 성소수자가 살아가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소수자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시 차원의 정책은 여전히 부재하다. 동성부부를 비롯한 성소수자 가족들은 그 관계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서울광장에서의 퀴어문화축제 사용 불수리와 같은 차별도 반복되어 왔고, 학교 현장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정책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성소수자도 안전하게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루고, 차별 없이 배우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일부 시민만의 특별한 요구가 아니다. 성소수자의 삶과 권리를 얼마나 보장하는가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민주적인 도시인지를 보여주는 기준이다.
우리는 성소수자가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서울, 누구도 혐오 때문에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는 서울, 평등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이 되는 서울을 원한다. 이에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성소수자 인권정책 수립하라
- 생활동반자 등록제 시행하라
- 성소수자 인권교육 확대하라
-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하라
- 성소수자 행사 차별 방지하라
- HIV 감염인 노동권 침해 및 차별 방지 대책 마련하라
우리는 끝까지 요구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모든 시민의 존엄과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하는 사회가 될 때까지, 성소수자의 삶이 지워지지 않고 누구나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서울이 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 말하고 요구하며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2026.05.14.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