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옹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납작한 가슴에 대한 로망
한 남자의 납작한 가슴에 빠져들었다. 때는 3년 전, 그 남자가 추는 춤을 봤다. 분명 걸그룹 춤을 췄다. 그의 마른 몸과 납작한 가슴에 꽂혔다. 움직여도 흔들림 없는 가슴, 뼈가 드러나면서 마른 몸, 생기 있는 움직임, 자신의 움직임에 군더더기는 하나 없는 몸. 그 중에서 마음을 빼앗긴 건 흔들림 없는 가슴이었다. 아무런 것도 달려 있지 않아 상쾌한 몸짓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3년 전, 처음 느껴본 감각. 가슴에 대한 낯섦 이었다. 낯섦은, 가슴이 쳐진 채로 그곳에 존재하는 느낌. 언제나 불유쾌한 감각이었다.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타인들이 나를 성애적으로 바라봤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모니터 너머의 매끈한 가슴은 하나도 성애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Adam’s apple
아담이 선악과를 먹다 걸렸다고 생긴 명칭이다. 우리 말로는 후두융기라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목울대라고 하는 것. 아, 나에게도 마른 여자가 지닐 수 있는 최선의 목울대를 주세요. 허락되지 않았다. 목울대에 대한 사랑이 빗나가서 목울대를 가진 연인이나 만나보려고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목울대를 가진 연인도 만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핏줄과 움푹 패인 손 마디, 마디를 주세요. 그것 또한 허락되지 않았다.
살을 최대한 많이 뺐을 때, 손등 위로 핏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목울대와 강렬한 손 마디, 팔뚝의 핏줄은 얻을 수 없었다. 신은 나에게 왜 그것들을 주지 않았을까?
키, 몸무게. 세밀한 것 하나 하나
키가 작은 게 너무 싫다. 크면 좋겠다. 170cm정도? 몸무게는 70kg 정도. 납작한 가슴 외에 남성적인 건 단 하나도 가지고 싶지 않다. 수염, 낮은 목소리, 피부, 체취 모두 갖고 싶지 않다. 그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어떤 것이 되고 싶다. 사람을 숫자로 나눈다면 0 아니면 1일텐데. -290, -6, 74, 865… 가 되고 싶다. 그래서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무월경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 처음으로 시도한 건 월경을 멈추는 일이었다. 미레나(호르몬이 나오는 루프)를 스스로 삽입하면서 여성이 되지 않길 원했다. 월경만이라도 안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가슴을 없애고 싶었다. 가슴이 없다면 너무 기쁠 거 같았다. 하지만 가능한 돌아가기 쉬운 형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알게 된 게 바인더라는 것이었다. 바인더는 가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생긴 것이었다. 부치나 바이너리 트랜스젠더들 또한 많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생긴 모양에 비해 착용법이 다소 까다로웠다. 6~8시간 이상 착용을 하지 않고, 잘 때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착용했는데 숨차고 힘든 것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핏으로 옷을 입을 수 있다. 젠더 표현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할 수 있겠다. 수술 만큼의 유효성은 떨어지더라도 한 번의 착용으로 가슴이 없어진다는 게 신기했다.
안녕하세요. 젠더 디스포리아에 온 걸 환영합니다.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쾌감)는 자신의 지정된 성별과 자신의 지정된 성 역할에 대한 불쾌감에 쓰인다. 그렇다면 디스포리아가 느껴지는 건 언제일까. 옷을 입을 때, 체모가 싫어질 때, 월경을 할 때… 젠더 디스포리아란 것이 그렇다. 처음에는 옷을 입다가, 체모가 싫다가, 월경이 싫다가… 갑작스레 찾아와서 계속 와서 흔드는 것, 그리고 그 흔들림이 거세지는 것, 떨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떨칠 수 없는 것. 행위에 수반되는 것, 혹은 멍처럼 어떤 부위에 꽂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디스포리아가 느껴질 때마다 수술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수술이 젠더 디스포리아를 사라지게 하면 좋겠지만 애석하게 그럴 수 없음을 안다.
경감을 하는 정도에서 그칠 테지. 이렇게 내 몸에 대안을 내면서 절충해간다. 대안이라는 게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디스포리아는 본인이 안고 가는 것이다. 그냥 끝없이 말이다.

1 댓글
다람쥐
2026-07-0912:50 오후
저도요 HRT로도 해결되지 않는 그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