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행동 논평]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는 트랜스젠더의 ‘나답게 살아갈 권리’를 실현하라

by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posted May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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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 발의를 환영하며, 
국회는 트랜스젠더의 ‘나답게 살아갈 권리’를 실현하라

 

어제(20일) 국회에서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안(‘성별인정법’)’이 발의되었다. 성확정수술 등 신체침습적인 의료적 조치 없이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경우도 부모 동의 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법률이 존재하지 않고 각 법원의 판단에 의해 성별정정 허가가 이루어지면서 발생하는 절차적 위법성에 대한 통제장치도 두고 있다. 

 

이 법안은 원래 2023년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아 발의할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발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늦게나마 국회에서 다시 한 번 누구나 성별정체성에 따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고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정당한 권익을 자유로이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이 발의된 것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환영한다. 

 

지금까지 법적 성별변경에 관하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2006년 故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마지막이다. 해당 법안이 결국 제정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된 이후, 그간 법적 성별변경은 대법원의 판례와 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 의해 규정되어 왔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와 예규는 생식능력제거 및 외부성기형성수술, 혼인 중이 아닐 것, 성인일 것 등 트랜스젠더의 실제 삶을 반영하지 못하는 인권침해적인 요건을 두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08년과 2023년 두 차례 대법원 예규 개정을 권고했으나 핵심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그렇게 한국에서 통일된 법률 없이 성별변경 제도가 이루어져 온 18여년 간 세계는 변화하여 왔다. 2012년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20여개 넘는 국가와 지역에서 어떠한 요건도 없이 ‘자기결정’에 의해 성별변경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3년 10월 25일 최고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성별변경에 생식능력제거를 요구하는 것은 신체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 재생산권에 대한 침해라고 판결하였다. 지난 5월 7일 체코 헌법재판소가 성별변경에 외과적 수술을 요구하는 것을 위헌으로 함에 따라 EU 모든 국가는 수술 없이 성별변경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23년 11월 3일 한국정부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성별변경에 있어 강제적인 요건들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국내 각 법원에서도 전향적인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수원가정법원은 생식능력제거를 하지 않은 트랜스남성의 성별정정을 허가하였고, 2022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성확정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여성에 대해 성별정정을 허가하였다. 최근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은 성별정정에 있어 생식능력제거 요구의 위헌성을 구체적으로 설시하였다. 이러한  흐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번 법안 발의는 당연하지만 또 너무나 늦은 것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21대 국회 임기가 약 일주일 남은 지금 이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법안 발의가 단지 하나의 사건으로만 끝나서는 아니 된다. 22대 국회 당사자들 모두가 지금이라도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의미를 숙고하고, 다음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을 촉구한다. 

 

지난 2022년 미성년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 성별변경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김선수, 오경미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기성의 굳은 질서가 만들어 내는 얼음장 같은 침묵을 깨고 울려 나오는 성전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성전환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성별정정에 관한 입법 조치가 시급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고 하였다. 그 말처럼 국회가 성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국민의 대표로서 마지막 역할을 다하기를 촉구한다. 트랜스젠더가 ‘나답게 살 권리’는 지금 즉시 실현되어야 한다. 

 

2024년 5월 2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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