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자가 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나는 그에 대하여 어떻게 말해야 될 지 몰라
그냥...유족들의 심정을 생각해서 신중하게 기사를 쓰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자들은, 남겨진 사람의 아픔 따위는
신경쓰지 않겠지요.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울컥거리며 눈물이 나서
몰래 화장실이나 휴게실에 앉아 눈물을 훔쳤습니다.
고인이 처음 동인련 사무실에 왔을 때, 반전집회때, 그리고 술자리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아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아이였습니다.
그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다행입니다.
그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더 있었다면
너무 괴로워서 견디지 못할 뻔 했습니다.
아직 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저는 잘 정리가 안됩니다.
하지만 확실히 이성보다 감정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나 봅니다.
내가 왜 이렇게 슬픈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괴로운지...
죽음이라는 것.
고인이 좋아했던 장자의 사상처럼
삶과 죽음은 아주 작은 차이일 수도 있지만,
고인을 딱 한 번만 만날 수 있었으면...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고인의 마음을
단 한 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당신이 그립습니다.
죽음 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것입니다.
죽은 자가 사는 세상이 있다면,
행복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