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여기, 들어와서는 글도 남기질 못하고 악몽을 꾸듯 도망치다 도망치다가..
내일 당신을 보내기 위한, 아니 기억하기 위한 자리를 갈 생각에..
용기를 내어 글을 씁니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 같은 이반 친구들의 이런 일을
벌써 3 번째로 겪습니다.
살아 남은 자들은 몸 둘 바 모르는 자괴감에 각자 갈 곳을 몰라 하고
이제 저는 저의 해야할 일을 차분하게 다시 돌아봅니다.
몇 년전 종각에서 재야의 종을 타종하던 시각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서 그저 나는 그 중 하나였을 뿐이었지만
그 인파에 떠밀리고 떠밀리다 5 살 짜리 어린 아이가 세상을 떠났단 소식을 뉴스로 듣고는
그 아이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 대열 속에 제가 있었단 생각에
치를 떨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 에서 처럼.. 그 순결한 죽음에 혹시나 나도 모르는 가해자가 되지는 않았을런지..
.........
당신 앞에서 저, 부끄럽지 않겠다는 말 따위, 감히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기억하는 당신의 친구들 옆엔 제가 있겠습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싸움이 있어야 하는 자리
싸움이 있게 하고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
사랑이 있게 하겠습니다.
편히 눈 감으시고
웃으며 저 세상에서 마음껏 좋아하는 일들을 누리며 사시길..
그 곳에선 파운데이션도 무제한 공짜 제공 되겠죠.. ^^
행복하십시오..
이제 보냅니다..
힘들어 하는 당신 친구들 앞에서 저,
많이 웃고 또 많이 웃게 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삼가 육우당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