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를 보내마
나 이제껏 나를 피했었네
아, 그런데 이제
또다른 내가 이렇게 먼저 가니
언제껏 그 숨죽인 목소릴 참고만 살란 말이냐
사람이 사람인 것은,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기실,
나와는 다른 것까지도 존중함에 바탕하거늘
아니, 다르기에 더욱 존중해야만 하거늘...
그게 바로 사람 살아가는 사회거늘..
윤 君,
난 자네를 모르지만, 자네를 아네
아니, 잘, 너무도 잘 안다네
참기 힘든 수모와 눈물과 한숨,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좌절과 절망을.
아 그리하여 마침내,
세상을 뒤집어 버리고 싶은 그 터질 것 같은 분노를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왜 자네는 먼저 가고 나는 남아야 하는가?
이런 불공평한 게 어딨단 말인가..
이렇게,
이렇게 남에게 모든 짐 지우는 경우가 도대체 어딨단 말인가..
윤 君,
나 늘상 내가 두려웠었네 그리하여,
나 너무 일찍 나를 여위었었네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억누르는 국가보안법 철페하라' 목놓아 외쳤건만
정작,
내 안의 국가보안법
우리를 둘러싼 또다른 국가보안법 앞에선 얼어붙고 말았었지
하지만 윤 君,
나 이제 자네에게 가려네
자네가 그토록 외쳤던, 자네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동성애자가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그 길로 달려 가려네
자네를 내 가슴에 고이 묻고서
그 길을 친구들과 타박타박 손잡고 가려하네
부디 잘 가게.
부디 편히 가서
동성애자해방세상을 지켜보게나
너무 아픈 우리, 윤 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