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네 우산을 쓰고 사무실에 왔다.
색이 비슷해서 바뀌었던 건데, 우산이 참 튼튼해서 뒤집어지지도 않는다.
요즘은 지치고 힘들고 쓰라린 일들이 많다.
혼자 견디기엔 좀 버겁다는 생각이 머리를 짓누를 즈음.
책장에 놓여진, 네가 놓고간 성모마리아상과 십자가를 봤다.
한동안 응시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는 알것도 같다. 그 마리아상과 십자가가 어떤 역할을 할는지.
아무튼 그것이 없었다면, 나는 현실을 회피할뻔 했다.
네가 그렇게 떠나간 것은 사실인데.
나는 그 사실을 종종 잊고, 너와 약속했던 것도 잊고.
너의 죽음을 바로 보지 않으려고만 한다.
다짐이 필요할때, 채찍질이 필요할 때..
이 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고맙지만.
동시에 너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이런 게시판 하나라는것이 답답하다.
혹시 언젠가 이 게시판이 닫힐 수도 있겠지만.
또 한번 너에게 약속하려고 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다신 누구도 너처럼 만들지 않을거다.
움츠러들지 않겠다.
둔감해지지 않겠다.
그리고 나 자신을 믿을거다..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