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논평] 미국대사관 무지개깃발 게양에 부쳐
- 미국 공권력의 인종차별과 시위대에 대한 폭력진압 규탄한다

 

매해 6월은 ‘성소수자 프라이드의 달’이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1969년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여 제정된 것이다. 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전 세계의 성소수자들은 혐오와 차별에 맞서 사회 속에서 당당히 자신들을 드러내고 자긍심을 높이는 축제를 진행해 왔다. 한국에서도 매해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어 성소수자들의 변화를 위한 열망을 전 사회에 드러냈다.

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각국의 주한 대사관들 역시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기 위해 무지개깃발을 걸어왔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그 중 하나로 올해도 역시 대사관 외벽에는 무지개깃발이 게양됐다. 그러나 성소수자 운동은 올해 미국대사관에 걸린 무지개깃발을 보며 자긍심보다는 불편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공권력 남용으로 사망하고 이를 규탄하는 반차별 시위에 대해 미국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미대사관의 무지개깃발은 당면한 차별의 문제를 외면한 채 면피용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반차별 시위는 미국 사회 내에서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계층차별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권의 행사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종, 계층차별에 맞서는 투쟁은 성소수자 인권과도 맞닿아 있다. 피부색을 이유로, 사회적 지위를 이유로 사람을 구분, 배제, 불리하게 대하는 구조적 억압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낙인과 혐오에도 그대로 작동해 왔다. 미국에서 주로 혐오범죄로 살해당하는 사람들이 흑인 저소득층 트랜스젠더라는 것과 스톤월 항쟁의 주된 주역이 비백인 성소수자, 드랙퀸이었다는 사실은 인종, 성소수자, 계급 차별이 어떻게 교차적으로 작동하여 구조적 차별을 만들어 내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구조적 차별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할 바로 그 국가, 미국이 자신들의 차별과 폭력을 은폐한 채 태연하게 무지개를 내세우며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인종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는 집단 항거를 폭도와 테러로 몰아붙이면서 무지개깃발을 게양하고 자긍심의 달을 기념하는 태도는 기만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행위는 지난 수십년 간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이야기해 온 성소수자 운동에 대한 모욕이며, 작금의 차별과 폭력을 은폐하는 핑크워싱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미국 정부가 기만적인 무지개깃발을 게양하기에 앞서, 차별적인 공권력 행사를 즉시 중단하고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경찰들과 관계 당국을 강경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한국정부도 이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지난 해 한국정부는 5번째로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홍보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국내외 인권을 증진해야 할 이사국으로서 지금 즉시 책무를 다하여, 미국의 인종차별과 국가폭력에 대한 명백한 반대입장을 밝혀야 한다. 아울러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스톤월 항쟁 이후 50여년, 성소수자 운동은 차별과 폭력을 자행하는 국가에 맞서 모든 이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이러한 인권의 역사를 국가가 취사선택해 왜곡하고 퇴색시킬 수는 없다. 우리는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미국 시민들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모든 이의 존엄과 평등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성소수자들 역시 계속해서 함께 투쟁해나갈 것이다.

2020. 6. 8.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다움: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대구퀴어문화축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레주파, 무지개예수, 무지개인권연대, 민중당 인권위원회, 부산 성소수자 인권모임 QIP,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서울인권영화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사회적소수자 생활인권센터),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알권리보장지원 노스웨스트 호,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사)신나는센터, 언니네트워크,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전라북도 성소수자 모임 열린문,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준),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트랜스해방전선,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총 40개 단체 및 모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216 < 기자회견문 >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폭력 난동 조장한 서대문구청/서대문경찰서 규탄한다! 동성애혐오, 차별 구청장 문석진은 각성하라! 병권 2014.06.16 2278
215 〔성명서〕 헛손질과 책임회피는 이제 그만, 세월호 피해자의 인권을 요구한다. 동인련 2014.04.24 2321
214 [보도자료] 반복되는 에이즈환자 수술거부,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다 병권 2014.11.11 2341
213 [성명서] 혐오세력에게는 불관용이 정답이다 - 제 15회 퀴어퍼레이드에 부쳐 웅- 2014.06.12 2361
212 < 기자회견문 >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몰이해로 인권침해적 병역처분을 내리는 병무청을 규탄한다! file 병권 2014.07.23 2491
211 [기자회견문] 사실규명도, 차별시정도 없었다 -'문서' 몇 장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질병관리본부와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한다- 정욜 2014.05.08 2604
210 [보도자료] 관심병사 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소수자들에게도 안전한 군대를 만드는 것 - 동반 자살한 28사단 병사들을 추모하며 - 정욜 2014.08.14 2611
209 [성명서] 6월 4일,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인권과 존엄, 안전을 위해 혐오에 맞서 투표합시다. file 웅- 2014.05.26 2651
208 [보도자료]박근혜 퇴진 5.18 청와대 만민공동회(2차) 개최 file 웅- 2014.05.13 2703
207 [논평] 12월 1일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이하며 오솔 2015.12.01 2711
206 [논평] 학생들을 죽인 것은 학교가 아닌가! 우리에게 인권친화적 학교를! - 진주외국어고등학교 사망 사건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동인련 2014.04.24 2726
205 [성명서 및 국가인권위 권고 수용 여부 답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두 마포구청장 후보들을 규탄한다! - 마포구청장 후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즉각 응답하라! file 병권 2014.06.02 2752
204 [성명서] 인권을 휴지통에 버릴 것이냐!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덕현 2014.02.14 2781
203 <논평> 자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한 법원 결정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존엄을 무시한 처사 - 혐오와 편견이 빚어낸 안타까운 가족사의 책임을 소수자에게 묻는 것이 온당한가 동인련 2014.04.04 2834
202 무지개행동/퀴어문화축제조직위 공동 입장 - 우리가 어떻게 애도하고 저항하고 그리고 뜨겁게 사랑하는지 보여주자! 병권 2014.05.30 2912
201 내란음모 사건 판결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 덕현 2014.02.18 2977
200 국가인권위원회에 질병관리본부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 위탁 철회에 따른 환자 긴급구제 신청을 했습니다. 정욜 2014.03.03 2981
199 밀양 송전탑 공사 관련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의 위법 행위에 대한 행정소송 기자회견문 덕현 2014.02.27 3014
198 밀양 주민들의 가슴을 밟고 건설하는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중단되어야 합니다. 덕현 2013.10.08 3017
197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사실왜곡에 대한 입장표명 및 법적대응 기자회견 웅- 2015.01.22 3055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