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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성명]

변희수는 반드시 군으로 돌아갈 것이다.
-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 인사소청 기각 결정 규탄 성명 -

 

육군본부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는 2020. 07. 03.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 취소 인사소청 청구를 기각하였다. 심사 과정에서 강제 전역이 위법부당한 처분임이 충분히 소명되었음에도 소청을 기각한 육군본부를 엄중히 규탄한다.

육군은 소청심사 과정에서 2020. 1. 22. 자 전역 처분 당시 변 하사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인하였다. 변 하사 전역의 법적 사유는 ‘음경과 고환이 손실되어 심신장애등급 상 전역심사 대상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해당 기준은 남성의 심신장애사유이기 때문에 처분의 합법성은 변 하사의 성별이 남성일 때만 성립한다.

그런데 당시 변 하사는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정정(성별정정)을 신청 한 상태였고, 2020. 02. 10.에 정정 허가 결정을 받았다. 법적으로 등록부정정은 등록부 상의 기재가 사실과 다름을 확인하고 정정하는 절차로, 변 하사의 성별이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오기되어있음을 바로 잡는 것이 그 취지다. 그렇다면 1. 22. 자 전역 처분은 2. 10. 자 법원 결정에 따라 등록부에 오기되어있던 성별에 근거한 처분이 되어 위법하고 효력이 없다. 그러나 육군은 처분 당시 이러한 법률관계도 따져보지 않고 변 하사의 성별에 대한 고려 없이 처분을 내린 바 소청은 인용되는 것이 순리였다.

아울러 소청심사에서는 당시 육군이 변 하사가 수술 이후 계속하여 군 복무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건강상태를 확인, 판단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지 않고 군병원에서 수술 후 가료 중인 상태에서 황급히 전역 처분을 내렸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군인은 심신장애가 있다고 무조건 전역하지 않는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3조에 따르면 군인은 심신장애에도 불구하고 현역복무를 원할 경우, 규칙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건강상태 등을 심의하여 현역으로 복무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변 하사는 당시 예외 규정에 저촉되는 것이 없었고, 본인도 현역복무를 희망하였다. 그렇다면 전역심사위원회는 변 하사의 건강 상태가 계속 복무하는 데 적합한지 심의했어야 하는데 수술 후 요양 기간도 끝나지 않은 환자를 병원에서 바로 전역시켜버렸다. 이는 명백히 부당한 처사였다.

이처럼 소청심사 과정에서 강제전역 처분이 위법부당한 것임이 충분히 소명되었음에도 육군은 납득 가능한 설명 없이 처분이 적법절차에 따랐다는 말만 반복하며 소청을 기각시켰다. 사실 이와 같은 결과는 이미 예상된 바였다. 육군은 1. 22. 전역 처분을 내린 뒤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퍼뜨려 여론을 호도하고 변 하사의 명예를 훼손해왔다. 처분이 위법부당하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비겁한 거짓말로 이를 합리화해 온 것이다.

육군은 줄곧 언론에 변 하사에게 허락했던 것은 사적국외여행 밖에 없고, 성확정 수술 계획을 몰랐다는 식으로 해명해왔다. 이러한 해명은 일파만파 퍼져 변 하사가 마치 휴가를 나가 몰래 수술을 하고 부대로 돌아와 떼를 쓴 사람인 마냥 매도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변 하사는 2019년, 담당 군의관으로부터 성확정 수술을 권유받고 이를 부대에 보고하여 승인을 득하였다. 이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여단장에게 수술과 가료 일정이 명시된 상세한 사적국외여행 계획을 보고하였고 군단장의 승인을 받았다. 군단장은 변 하사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을 육군참모총장에게 대면보고까지 하였다. 이 과정에서 만약 육군이 수술에 반대했다면 수술을 위한 사적국외여행 허가를 지휘관에게 상신 했을 때 이미 변 하사를 현역복무부적합 심의에 회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변 하사는 이후 아무 문제 없이 부대의 배려 속에 수술을 받으러 출국할 수 있었다.

변 하사는 우리 군에도 트랜스젠더가 존재한다는 외침을 전했다. 군은 트랜스젠더가 차별받지 않고 군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다른 군인들과 함께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고민했어야 한다. 그러나 군의 인식 체계는 여전히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껄끄럽게 여겨 말도 안 되는 위법한 이유를 조직적으로 만들어 붙인 뒤 전역시킨 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변희수 하사는 부당한 소청 결과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변 하사는 지난 29일, 소청심사에 직접 출석하여 “호르몬 주사 등이 임무 수행에 전혀 지장이 없고, 전투준비태세를 언제나 갖추고 있다. 즉각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복직시켜달라.”고 의연히 주장했다. 또, 이날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한 생활기록부에 따르면 변 하사는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군인이 되기를 희망했었다고 한다. 비겁한 이유로 자신의 꿈을 무너뜨리고 존재를 부정하는 군에 여전히 충성하는 마음으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변 하사 앞에 우리 군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는 반드시 군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권·시민사회단체 역시 기갑부대에서 전차를 조종하는 변희수의 모습을 다시 보는 그날까지 굳건히 연대해나갈 것이다.

 

2020. 07. 03.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 군인권센터 /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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