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라!.png

 

 

[성명]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라!

- 일방적으로 동성 배우자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들어라

 

올해 초, 한국에 사는 동성 부부인 용민과 성욱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동성 배우자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서류를 제출했고 곧 성욱은 직장 가입자인 용민의 피부양자로 등록되었다. 관계를 적는 항목엔 배우자라고 적혀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공개되자 많은 축하를 받았다. 용민과 성욱이 각각 상임활동가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 단체에도 이 소식은 기쁜 소식이었다. 우리는 두 사람이 잡은 손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보고, 결혼식 준비를 돕고, 여러 번의 집들이에 가고, 이사할 때 그들이 받을 수 없었던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제도에 함께 분개했던 동료들이다. 우리는 이 부부를 알고 있다.

 

그런데 잠깐의 행복이었다. 10월 하순에 이 소식이 언론으로 보도되자 마자 국민건강보험 공단은 제출한 서류에는 하자가 없었으나 동성 배우자는 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으므로 착오 처리였다는 말과 함께 일방적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했다. 우리 단체에는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이라는 요건이 담긴 짧은 공문과 함께 올해 초 용민이 제출한 피부양자 자격 신고서가 반송되어왔다.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지닌 의미는 크다. 단적으로 올해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개인이 아닌 가구를 단위로 지급되었다. 이때, 정부는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으면 하나의 가구로 인정했다. 재난 상황에서 관계는 서류 한 장으로 증명되었다. 건강보험은 법률혼 중심의 가족제도를 가진 한국에서 사실혼 관계도 인정해주는 국가사회보장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법적인 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동성 커플이 일상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다. 병원에서 법적인 보호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응급 수술을 마친 동성 배우자의 현재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중환자실 면회가 제한된 사례도 많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많은 회원들에게 공공기관과 제도 앞에서 거절당하는 경험은 너무나 익숙한 일이다. 건강보험 뿐만이 아니다. 혼인신고는 수리되지 않고 인구주택 총조사는 동성인 사람을 배우자라고 응답할 수 없게끔 설계되었다. 한국에서 동성 부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서류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동료인 용민과 성욱이 이번에 당한 거절은 그런 점에서 익숙한것이다. 이를 지켜본 우리의 심정도 슬프고, 화나고, 익숙했다.

 

언제까지 우리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마음으로 요구해야 하는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핵심 슬로건 중 하나인 ‘도전과 가치’는 기존의 제도와 틀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제도의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전해 나가자는 의미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용익은 “우리가 변화하는 만큼 국민의 삶도 더욱 나아진다는 믿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건강보장의 새로운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공단이 피부양자의 사실혼 배우자에게까지 자격 범위를 넓혀나간 것은 이러한 공단의 핵심 가치와 제도의 취지를 반영해 가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보인 공단의 대응에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변화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애초에 피부양 자격을 인정받았던 것은 실수나 자격요건의 미달이 아니었다. 동성커플도 생활을 함께하는 관계망 안에서 사실혼 자격에 부합한다는 반증이었다. 사회보장은 돌보며 살아가는 다양한 삶을 포용하고 지지해주어야 마땅하다.

 

세상에 거절과 배제가 익숙해도 괜찮은 사람은 누구도 없다. 용민과 성욱을 포함한 우리도 그러하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함이 당신들이 추구해야되는 가치라는 사실을 안다면 이제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달라. 우리는 익숙한 절망 앞에서 끝까지 서로를 위해 싸울 것이다.

 

2020년 11월 11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5203
362 [무지개행동 논평] 자유한국당은 성소수자 차별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25 152
361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의 실패를 기억하며, 우리는 당신들을 넘어설 것이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 단식투쟁과 농성 마무리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26 80
360 [무지개행동 논평] 정치인들이 더 이상 편의에 따라 성소수자 시민의 권리를 볼모삼지 말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9.09 95
359 [무지개행동 논평] 종교교리를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대학과 이를 방관하는 국가의 각성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1.10 210
358 [무지개행동 논평] 차기대선? 뭐하러 홍준표 찍나 – 2021년에도 계속되는 홍준표 대선주자의 혐오표현, 그 후안무치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02 79
357 [무지개행동 논평] 코로나19 확진자의 이태원 클럽 방문 사실 공개를 인권침해로 본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인권에 기반한 방역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0.20 117
356 [무지개행동 논평]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허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수술강제가 인권침해라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3.15 76
355 [무지개행동 논평] 평등법 발의를 환영하며,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 신속한 논의를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6.16 59
354 [무지개행동 논평] 한국 주거권 실태에 대한 UN주거권 특별보고관의 최종권고안을 환영하며 정부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3.15 154
353 [무지개행동 논평] 헌법재판소의 군형법 추행죄/전파매개행위죄 합헌 결정에 부쳐, 평등을 위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10.28 77
352 [무지개행동 논평] 혐오에 편승해 기본적 책무를 져버린 서울시의회 책임자들은 책임을 지고, 서울 시민 모두에게 사과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2.02 77
351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를 밀어내고 차별과 혐오로 광장을 메우려는 서울시에 분노한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을 수리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04 120
350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 삭제한 2022 교육과정 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276
349 [무지개행동 성명] 더불어민주당은 2007년 누더기 차별금지법 사태를 재현하고 싶은건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6 142
348 [무지개행동 성명] 비과학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전환치료’의 문제에 (사)한국상담심리학회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02.20 268
347 [무지개행동 성명]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아니다. 갈등의 원인은 일부 종교세력의 눈치를 보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편향적 행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09 53
346 [무지개행동 성명] 새정부 첫날, 보여줄 것이 혐오뿐인가 - 김성회 비서관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대통령은 책임지고 혐오차별해소에 압장서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1 57
345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조장하는 광고 게재한 경향신문은 즉각 사과하고 광고 선정 기준 재검토하라! 동인련 2013.06.28 5346
344 [무지개행동 성명] 세계인권선언 73주년을 맞아, 인권의 역사는 성소수자가 함께 만든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2.10 99
343 [무지개행동 성명] 평등과 인권의 담대한 첫 걸음- 21대 국회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7.07 96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1 Next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