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함께 살아갑시다.

-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추모 성명 -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2020. 1. 22. 변희수 하사의 기자회견문 중

 

2020년 1월 22일, 변희수 하사가 많은 이들 앞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 한 날. 여러분은 어떤 모습의 변희수를 기억하시나요? 씩씩한 얼굴, 웃고 있는 얼굴, 울고 있는 얼굴, 화가 난 얼굴. 포털 사이트 만 검색해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옷을 입은 다채로운 표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변희수는 때로 씩씩했고, 용감했고, 누구보다 자기 문제에 진지한 멋진 사람이었지만, 때로 불안하 고, 힘들며, 울고 싶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밝고 씩씩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그렇습니 다. 어느 날 좌절하고, 또 어느 날 일어서며, 다시 어느 날에 걷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의 다양 한 모습으로 서로를 부대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변희수의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정부와 군 은 변희수 하사에게 오래도록 깊고 명백한 상처를 남겨왔습니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낡고 반인권적인 사고에 갇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렸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름 없이 날아오는 차별과 혐오의 손가락질은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군은 불과 3일 전인 지난 3월 2일에도 법원에 변희수 하사를 강제 전역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준비 서면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남성의 성기가 없는 것이 장애라서, 성기재건수술은 고의로 신체를 훼 손한 자해라서, 군 복무에 부적합할 것 같아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없어서 변 하사를 군대에서 쫓아냈다는 황당한 내용을 54페이지나 작성했습니다.

 

그러던 군이 변 하사에게 애도를 전하고 있습니다. 육군은 4년간 동고동락한 전우의 부고에 ‘민간 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며 몰염치한 애도를 전했습니다. 육군의 반응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튿날 국방부는 애도를 전하면서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제도 개선 검토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단서를 덧붙였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애도를 사과로 오해할까 걱정한 모양입니다. 무엇을 슬퍼하는지, 누구를 위로하는지 알 길도, 갈 곳도 없는 엉망진창의 애도입니다.

 

지금 군이 변희수 하사에게 전해야 할 것은 애도가 아닌 사과입니다. 핑계가 아닌 대책입니다. 이들 의 진심어린 사과와 대책을 우리의 몫으로 다짐합니다. 당당한 모습의 멋진 부사관, 변희수 하사.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고맙고 또 미안합니다.

 

우리는 소수자의 다양한 삶이 배제되고, 낙오하고, 모자란 삶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존엄한 삶 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기필코 회복할 것입니다. 서로를 향한 깊은 위로 속에 변희수의 내일 을, 우리의 오늘을 다시, 함께 살아갑시다.

 

그 길에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변희수의 오랜 걸음을 다 시 내딛고자 합니다. 변희수 하사의 명예를 회복하고, 누구나 차별 없이 안전하게 복무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더 너른 연대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군번 17-500589, 사랑하는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2021. 03. 05.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 군인권센터 /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 무지개예수 / 성소수자 부모모임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 인권운동사랑방 /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 중앙대학교 자유인문캠프 / 참여연대 / 천주교인권위원회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 트랜스해방전선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 한국여성단체연합 / 한국여성민우회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6
176 [성명]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인권을 짓밟는 통합진보당 마녀사냥과 공안탄압 반대한다. 공포와 혐오의 정치를 걷어치워라. 병권 2013.09.30 4007
175 [논평]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교육부의 억지에 제동을 거는 대법 판결을 기대한다 - 서울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소송 대법원 재판 시작에 부쳐 덕현 2013.10.31 4014
174 [논평]성소수자 외면하고 탄압하는 소치 올림픽, ‘모두의 올림픽’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성소수자 탄압을 중단하라! file 덕현 2014.02.07 4024
173 [주한 EU대사, 인도대사에게 보내는 서한] 우리는 “세계의 약국”지킴이 인도-EU FTA 서명에 반대한다! 정욜 2013.04.15 4048
172 [논평] “서울학생인권조례 공포 적법” 헌법재판소 전원일치 판결에 부쳐 덕현 2013.09.27 4064
171 해직자를 볼모로 한 민주주의와 전교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덕현 2013.10.08 4105
170 호모포비아들의 공격과 학교측의 안일한 대응에 맞서 싸우는 '무지개 감신 모임'과 두가지 사랑 공동체 상영을 지지하며 병권 2013.11.28 4113
169 [긴급성명] 박영선위원은 성소수자 차별선동을 멈춰라! 더불어민주당은 성소수자 유권자들에게 즉각 사과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2.29 4147
168 [기자회견문] 우리가 증인이고 피해자다. 에이즈환자 존중하는 요양병원 마련하라! file 정욜 2013.11.27 4194
167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전교조 조합원 배제 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청소년단체 공동성명 file 병권 2013.10.17 4243
166 보 도 자 료 - ‘에이즈관련 단체들의 피켓시위’를 이유로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다 병권 2013.12.03 4301
165 [성명] 민주통합당은 차별금지법안을 철회시켜서는 안 된다. 이경 2013.04.19 4346
164 [규탄성명] 청소년 성소수자는 서울시 기관을 이용할 자격이 없는가! 정당한 이유 없는 대관 불허는 명백한 차별이다! 정욜 2014.12.05 4347
163 [의견서제출] 동성애혐오 집단괴롭힘 사건 관련 성소수자들과 지지자 들의 의견서를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정욜 2013.09.09 4363
162 [성명]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세계에이즈의 날, HIV감염인을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자’로 낙인찍은 정부를 규탄한다 정욜 2013.11.30 4418
161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혼인신고 불수리 규탄 성명 이주사 2013.12.17 4441
160 [논평] 성북주민인권선언 제정, 아쉽지만 그래도 환영한다. - 차별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 동인련 2013.12.10 4476
159 12월 10일, “학생인권조례, 지키자!” 제65주년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서울, 경기 청소년 서명운동 발표 기 자 회 견 file 동인련 2013.12.12 4502
158 <성소수자 시국선언> 일 년이면 충분하다. 혐오와 폭력이 판치는 정부 아래에서 못 살겠다! 박근혜 퇴진하라! file 동인련 2014.01.14 4534
157 [의견서] 전북도의회가 교육청 원안을 받아들여 전북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바랍니다. 이경 2013.02.27 4593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