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성소수자부모모임X정치하마X행성인 공동성명]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기꺼이 살고 싶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의 아이로 태어나 생을 시작한다. 태어남과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존재로 성장하는 우리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더불어 출생과 함께 맺은 관계로부터 확장하고 갱신하며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로 여겼던 어느 부모가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와서 자녀를 독립된 주체로 바라보게 된다. 부모를 단지 양육자로만 생각했던 어느 자녀가 커밍아웃의 과정을 통해 부모를 한 명의 인간으로 이해하게 된다. 성소수자 당사자도 어느덧 부모의 나이가 되고 성소수자를 둔 부모는 부모 당사자로 정체화하기도 한다.

 

때문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속해있으면서도 한국사회에 고착화되어 있는 가족이란 질서를 깨뜨리는 주체들이다. 우리는 단지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의 삶을 옭아매며 다양한 삶의 형태를 부정하는 가부장적 질서에 저항하면서도 각각의 독립된 주체로서 함께 하는 가족의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존재한다. 고로 평등하다. 누구도 다름을 이유로 다른 이의 존엄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없다. 어려서, 소수자라서, 여성이라서, 양육자라서, 이주자라서, 노동자라서 받는 차별은 존재를 부정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기꺼이 살고 싶다. 때문에 우리는 부모이자 자녀이며 동시에 아이이고 성소수자이며 여성이고 양육자이이며 이주민이면서 장애인이고 노동자다.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소수자들의 얼굴이 우리의 얼굴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한다. 국민은 평등한 것 같은데, 정작 국민 앞에 있는 법이 평등하지 않다. 차별금지법은 국민 앞에 법을 평등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이 마땅한 일을 정치권은 왜 방기하는가. 이미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었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제사회 또한 꾸준히 한국사회를 향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정치권이 더 이상 시민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등한 인간이자 시민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자는 당연한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정치권은 이제 응답해야 할 것이다.

 

우리를 비롯한 동료 시민들이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어 존엄이 훼손되고 생명을 위협당하는 것을 더는 목도할 수 없다. 당신들의 책무를 왜 우리의 존엄과 목숨으로 져야 하는가. 우리는 더 이상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나중으로 미룰 수 없다. 당신 정치인들에게 경고한다. 차별과 혐오와 배제는 안 된다는 마땅한 당위와 이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에 지금 당장 응답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시민사회로부터 외면 받고 역사로부터 심판받게 될 것이다.

 

존재만으로 귀한 우리의 생이 혐오와 차별 속에 스러져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라도 될 수 있고, 누구와도 연결되는 한 명의 시민이다. 부모와 자녀로만 호명되어 온 우리는 부모와 자녀를 뛰어넘어 독립된 개인으로서 서로의 연대자로 서기 위해 함께 요구한다.

우리 모두의 안녕과 존엄을 위해,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하라.

 

20210513

성소수자부모모임, 정치하는엄마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1
576 < 공동성명>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적 ‘전환치료’ 행사 대관을 규탄한다! 동인련 2015.03.20 2149
575 < 기자회견문 >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폭력 난동 조장한 서대문구청/서대문경찰서 규탄한다! 동성애혐오, 차별 구청장 문석진은 각성하라! 병권 2014.06.16 2273
574 < 기자회견문 >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몰이해로 인권침해적 병역처분을 내리는 병무청을 규탄한다! file 병권 2014.07.23 2487
573 <'제2회 알바데이를 맞이하여> 일터에 차별을 없애라! file 동인련 2014.04.29 3183
572 <30개 인권단체 긴급 공동성명> 김영혜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제청 반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20 351
571 <공동기자회견문> 인권의 실현은 국가의 의무다. 정부는 인권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라- 이명박 정부에 인권 정책 과제를 제안하며 동인련 2008.03.05 7027
570 <공동성명> KT 노동감시에 대한 엄정한 대책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26 160
569 <기자회견문> “가혹행위 말했다고 6년 동안 따돌림 당한 부사관이 있습니다” file 병권 2014.08.22 2107
568 <기자회견문> 서울학생인권조례 함부로 개악마라! 너는 언제 한번이라도 시행한 적 있었더냐! file 덕현 2014.01.08 3824
567 <기자회견문>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 맞이 한국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해외 협력자들의 선언문 덕현 2013.11.21 3773
566 <기자회견문> 우리 모두 존엄하기에 혐오세력이 인권을 더럽히지 않도록 할 것이다 병권 2014.10.22 2070
565 <기자회견문> 저항하는 소수자들의 행동선언- 에이즈 공포와 낙인을 넘어! 혐오와 차별에 맞서 저항하고 행동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12.01 780
564 <기자회견문> 트랜스젠더 신체훼손 강요하는 병무청의 인권침해를 강력히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요구한다. file 병권 2014.10.22 1874
563 <기자회견문> 한국판 소도미법 동성애처벌법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라! - 1만인 입법청원에 돌입하며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10.11 641
562 <논평> 학력차별에 경종을 울리는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동인련 2011.11.11 5030
561 <논평> 동성애혐오를 조장 캠페인을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인권 옹호의 목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덕현 2013.11.27 5268
560 <논평> 자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한 법원 결정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존엄을 무시한 처사 - 혐오와 편견이 빚어낸 안타까운 가족사의 책임을 소수자에게 묻는 것이 온당한가 동인련 2014.04.04 2830
559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규탄 시국선언문> 국민이 준 힘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9.29 646
558 <선언>인권영화제는 계속 되어야 하고, 영비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동인련 2008.06.03 6789
557 <성 명> 성소수자 차별을 종용하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 전북 학생인권조례안은 후퇴 없이 제정되어야 한다. 병권 2013.06.17 47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