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photo_2021-06-27_22-28-24.jpg

 

 

 

세상의 편견에 맞설 서로의 용기가 되자- 자긍심의 달에 부쳐

 

매년 6월이면 전 세계적으로 혐오와 차별에 맞서 성소수자들이 자긍심을 외친다. 이른바 '자긍심의 달'(Pride Month, 프라이드 먼스)이라 부르는 6월은 1969년 6월 28일 미국 뉴욕의 ‘스톤월’ 바에서 성소수자를 모욕하고 구타해온 경찰에 맞서 돌을 던진 성소수자들이 자신과 동료를 비롯해 이들이 만나고 일상을 만들어온 거리를 지켜낸 투쟁을 기념하고 의미를 새긴다. 공권력의 억압과 조롱, 사회적 배제가 만들어온 수치심에 저항해온 집단행동이 성소수자 자긍심의 근간이 되어 온 것이다. 

 

전 세계 성소수자들은 6월이 되면 사회에서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한국 역시 광장에 모여 성소수자인 자신을 긍정하고 차별에 맞선다. 

 

올해는 여느 때보다 특별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10만 명이 달성되었고, 이에 정치권 또한 부응하고 있다. 2020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평등법 제정을 권고한지 1년여 만에 집권여당은 ‘평등에 관한 법률’(이하 평등법)이 발의했다. 이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오랜 핑계 끝에 일군 시민사회의 성과이다. 

 

해당 법안은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예시적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성별을 남녀 이분법으로 한정하지 않는 것 또한 의미 있는 변화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의 과제를 안는다. 단적으로 최근 발의한 법안은 차별에 문제제기 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나 해고 등 불이익 당하는 일을 방지하는 불이익조치 금지조항을 생략한다. 이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제정하는 과정에도 우리가 끝없이 차별을 문제삼고 변화를 요구해야 함을 의미한다. 

 

성소수자로서 인정받는 것은 단지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라는 주장으로 그치지 않는다. 성소수자에게 평등은 사회를 살아가는 성원으로서 어떤 이유로도 불이익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요구하는 것, 차별을 조장하고 재생산하는 불평등을 찾아 변화시키는 실천까지 포함한다.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제정은 성소수자로서 인권 너머 사회에 평등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과정이자 토대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마인’ 속 성소수자인 주인공은 진짜 자신과 대면하며 이렇게 말한다. “세상의 편견에 맞설 용기가 생겼어.” 물론 현실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드라마 주인공처럼 자신의 삶을 지지할 수 있는 자원과 일터를 갖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상을 일궈오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부재한 상황에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이제야 국회 심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설 용기 없이도 성소수자인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평등의 기틀을 2021년 연내 제정으로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학교에서 거부당하지 않으며 자격을 의심받고 조롱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 약함을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있는 사회로 함께 나아가자.

 

 

2021. 06. 28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1
596 #트랜스젠더_나답게_살_권리! - 트랜스젠더 추모의날에 부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11.19 139
595 <우리 곁의 트랜스젠더들의 빛나는 삶을 기념합니다> - 3.31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03.31 133
594 (성명발표) 한국정부의 외국인 입출국 조치에 대한 반기문 UN사무총장의 격찬 보도를 반박하며 - 정욜 2010.01.21 8494
593 12.10 세계인권선언일 71주년 맞이 논평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9.12.10 213
592 12월 10일, “학생인권조례, 지키자!” 제65주년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서울, 경기 청소년 서명운동 발표 기 자 회 견 file 동인련 2013.12.12 4498
591 18대 총선 후보자들과 함께하는 ‘성소수자 반차별 선언’ 동인련 2008.04.08 8570
590 1월23일, 에이즈 사업관련 질병관리본부의 반인권/위법/불통 업무처리에 대한 공익감사청구를 하다!!! 정욜 2014.01.23 3600
589 2010 교육감 선거 청소년들의 요구를 지지합니다. 동인련 2010.05.07 8669
588 2011.7.14 [기자회견문] 모든 환자는 진료 받을 권리가 있다! ‘특수장갑’이 아니라 ‘인권’이 부재, HIV감염인 차별한 병원을 규탄한다 file 정욜 2011.07.15 5866
587 2021 이태원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주최단위 공동성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1.11.23 68
586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5.17 79
585 2022년 세계 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1 164
584 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투쟁대회 공동선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5.22 112
583 221명 지지선언 : 성소수자 차별과 동성애혐오 없는 학교를 위해 서울특별시 교육감 재선거 이수호 후보를 지지합니다 동인련 2012.12.18 6886
582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하며 -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위해 싸운 여성들을 기억하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연대하자 동인련 2015.03.05 1326
581 4월 25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성소수자혐오 발언과 이후 항의 행동 경과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입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5.02 669
580 5.17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이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0.05.17 187
579 9인의 헌법재판관들에게, 헌법재판소의 존재를 묻는다! 병권 2014.12.22 1544
578 < 3차 민중총궐기 소요문화제 선언문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12.21 639
577 < 공동 규탄 성명> 마포서, 여성연행자 속옷까지 벗겨가는 모욕행위 일삼아 연행자에 대한 반인권적이고 불법적인 처우를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 동인련 2008.08.18 908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