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공동논평]

동대문구의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 대관차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기각판결에 부쳐

- 위법하지만 손해는 없다는 법원의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8월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5단독재판부는 서울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퀴어여성네트워크(이하 ‘퀴여네’) 활동가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2017년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이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에 대해 체육관 대관을 취소한 것이 위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로서 해당 사건이 가진 심각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퀴여네는 2017년 10월 21일 제1회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기로 기획하고 동대문구체육관 대관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체육관을 관리하는 공단은 이미 대관이 완료된 상황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민원들이 제기되자 갑작스럽게 천장 공사가 잡혔다며 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취소 전날에는 공단 직원이 전화를 해서 ‘계속해서 민원들이 들어온다’ ‘미풍양속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노골적으로 취소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퀴여네는 공단을 상대로 국가인권위 진정을 제기했고, 2019년 국가인권위는 대관취소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 보아 시정권고 결정을 내렸다(17-진정-0935400). 

 

이후 퀴여네 소속 단체인 언니네트워크와 활동가 4인은 2020년 동대문구와 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퀴여네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 사건만이 아니라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광장사용 불허 등 계속해서 공공기관의 성소수자 행사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러한 위법한 차별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법원 판결을 통해 명확히 하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이번 판결에서 공단의 대관취소가 위법하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되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는 대관이 이미 확정된 반면, 공단측이 주장한 공사일정은 내부적 사항에 불과하여 일정 조정이 가능한 상태였다. 또한 대관이 취소된 이후 퀴여네에서 대관일시 조정을 요구했을 때 공단측은 연말까지 대관이 꽉 차있어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주말 중에 다수의 날짜가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공단측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한 것은 성소수자 행사를 이유로 한 민원 때문이었다. 공단 직원들은 항의민원을 받고 대관을 취소하고자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국가인권위에 문의를 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당시 국가인권위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대관을 취소한다면 차별이다’는 답변까지 했음에도 결국은 대관취소를 강행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 사건 보수공사의 일자 확정에 관한 피고 공단과 피고 동대문구 사이의 협의는 관련 항의민원 이후 피고 공단이 다방면으로 대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하여 동대문구와 공단이 공모하여 공사 일정을 만들어내고 이를 이유로 대관을 취소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렇게 피고측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 중 언니네트워크에 대해서는 대관취소로 단체의 사회적 명성, 신용 등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 없고, 활동가 4인에 대해서는 대관취소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므로 손해가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는 퀴여네가 오랜기간 준비해온 체육대회가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대관이 취소당하고 이후 다른 장소에서 체육대회를 개최하면서도 퀴어/성소수자 행사임을 드러내야 말지를 고민해야 했던 사정들과, 성소수자 단체와 활동가들로 구성된 퀴여네의 활동구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판단이다. 차별로 인해 직접적인 물질적 손해가 없더라도 그 피해자들은 무형적,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며, 이에 대한 위자료 인정은 이러한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임에도 그조차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분명히 위법한 행위를 했지만 이로 인한 배상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가 그만큼 협소하고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해당 판결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거쳐 항소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판결로 최소한 동대문구의 대관취소가 위법하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된만큼 더 이상 이와 같이 공공기관이 자의적으로 성소수자 행사를 차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인 대책이 마련될 것 역시 촉구한다. 

 

2021. 8. 13.

퀴어여성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63
576 < 공동성명>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적 ‘전환치료’ 행사 대관을 규탄한다! 동인련 2015.03.20 2149
575 < 기자회견문 >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폭력 난동 조장한 서대문구청/서대문경찰서 규탄한다! 동성애혐오, 차별 구청장 문석진은 각성하라! 병권 2014.06.16 2273
574 < 기자회견문 > 트랜스젠더의 삶에 대한 몰이해로 인권침해적 병역처분을 내리는 병무청을 규탄한다! file 병권 2014.07.23 2487
573 <'제2회 알바데이를 맞이하여> 일터에 차별을 없애라! file 동인련 2014.04.29 3183
572 <30개 인권단체 긴급 공동성명> 김영혜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제청 반대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6.20 351
571 <공동기자회견문> 인권의 실현은 국가의 의무다. 정부는 인권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라- 이명박 정부에 인권 정책 과제를 제안하며 동인련 2008.03.05 7027
570 <공동성명> KT 노동감시에 대한 엄정한 대책을 촉구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7.09.26 160
569 <기자회견문> “가혹행위 말했다고 6년 동안 따돌림 당한 부사관이 있습니다” file 병권 2014.08.22 2107
568 <기자회견문> 서울학생인권조례 함부로 개악마라! 너는 언제 한번이라도 시행한 적 있었더냐! file 덕현 2014.01.08 3824
567 <기자회견문>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 맞이 한국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해외 협력자들의 선언문 덕현 2013.11.21 3773
566 <기자회견문> 우리 모두 존엄하기에 혐오세력이 인권을 더럽히지 않도록 할 것이다 병권 2014.10.22 2070
565 <기자회견문> 저항하는 소수자들의 행동선언- 에이즈 공포와 낙인을 넘어! 혐오와 차별에 맞서 저항하고 행동하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12.01 780
564 <기자회견문> 트랜스젠더 신체훼손 강요하는 병무청의 인권침해를 강력히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요구한다. file 병권 2014.10.22 1874
563 <기자회견문> 한국판 소도미법 동성애처벌법 군형법상 추행죄를 폐지하라! - 1만인 입법청원에 돌입하며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10.11 641
562 <논평> 학력차별에 경종을 울리는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동인련 2011.11.11 5030
561 <논평> 동성애혐오를 조장 캠페인을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인권 옹호의 목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덕현 2013.11.27 5268
560 <논평> 자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한 법원 결정은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존엄을 무시한 처사 - 혐오와 편견이 빚어낸 안타까운 가족사의 책임을 소수자에게 묻는 것이 온당한가 동인련 2014.04.04 2830
559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규탄 시국선언문> 국민이 준 힘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6.09.29 646
558 <선언>인권영화제는 계속 되어야 하고, 영비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동인련 2008.06.03 6789
557 <성 명> 성소수자 차별을 종용하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 전북 학생인권조례안은 후퇴 없이 제정되어야 한다. 병권 2013.06.17 47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