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성명 및 논평
Solidarity for LGBT Human Rights of Korea

법무부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방안(수정)에 대한 논평

성소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원칙은 긍정적이나 불필요한 낙인을 불러오는 부분은 개선 필요

 

실제 현장에서 규정이 준수되도록 지속적인 감독과 교육 필요또한 지침을 비공개하는 불투명한 행정은 개선되어야 함

 

8. 25.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은 법무부의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방안(수정)’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해당 방안은 2020. 4. 법무부가 작성하여 전국 교정시설에 배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무지개행동은 2020. 7. 방안 원문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으나 법무부는 교정행정을 이유로 거부결정을 하였고, 결국 행정심판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2021. 7. 행정심판원회가 법무부의 정보비공개가 위법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1년 만에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방안(수정)’(이하 ‘수정 방안’)은 2019. 7.에 작성된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방안(이하 ‘구 방안’)을 수정한 것이다. 구 방안의 경우 성소수자의 개념을 정의함에 있어 ‘여장남자(shemale)/남장여자(hefemale)’과 같은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고, 트랜스젠더를 신체적 성에 따라서만 수용하도록 하며, 성소수자 수용자를 수용, 운동, 작업, 종교행사 등 모든 생활에서 사실상 격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많은 비판을 불러온 바 있다.

이에 비해 수정 방안의 경우 성소수자의 정의에서 그간 인권의 관점에서 사용되어 온 설명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성소수자는 “성적지향 또는 성별정체성이 주류로 여겨지는 사람과 구별되는 집단”이며, 동성애자는 “자신과 같은 성별의 사람에게 성적·정서적으로 끌리는 사람”이다. 특히 트랜스젠더의 경우 “출생 시 부여받은 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지닌 사람”, “트랜스남성, 트랜스여성 외에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포함”, “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 모두 포함” 등 포괄적인 트랜스젠더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처우에 있어서도 이전 방안과 같이 신체적·생물학적 성을 고려하거나 모든 영역에서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수렴하고 성정체성을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수용동의 지정에 있어서도 본인의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고 신체적 성, 성정체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절차를 통해 보다 개별화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의료처우를 위한 대기 시 별도 좌석 지정 등 낙인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일반수용자와 공동생활을 하는 경우 혼거운동 등 일반수용자에 준해서 처우하도록 하는 등, 이전과 같이 무조건적인 격리와 낙인을 하지 않는 점 역시 개선된 부분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수정 방안은 이전에 비해서는 확연히 인권의 관점에 입각한 성소수자 수용자 처우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수정된 방안에 따르더라도 성소수자는 기본적으로 독거수용이 되고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혼거수용을 하는데, 위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 하더라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공동생활에서 분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성소수 수용자 거실 주변 통행 제한’, ‘시선 노출 방지’ 등의 지침은 오히려 성소수자 수용자의 정체성을 아우팅시키고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정들은 결국 성소수자를 마치 비성소수자와 본질적으로 함께 살 수 없는 구분된 집단처럼 보는 것인데, 이는 수정 방안이 인용하고 있는 요그야카르타 원칙 등 국제인권규범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을 때 이것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된 의견 청취, 반영이 이루어질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수정 방안이 실시된 이후에도 인권단체들에게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원치 않게 독거수용을 하거나 운동과 작업이 제한받는다는 수용자들의 서신이 오는 경우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성소수자 수용자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 입각하여 수정 방안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법무부는 지속적인 감독을 실시하고 교정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시행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정 방안이 시행된 후 그 원문을 확인하기까지 1년 4개월이 걸린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구 방안에 대해 이미 행정심판위원회가 2020. 11. 이를 공개하라고 결정했음에도, 수정 방안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서 법무부는 또 다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특히 법무부는 무지개행동이 제기한 행정심판 답변서에서 “성소수자의 입소 및 판정절차, 거실 지정의 구체적인 기준이 공개될 경우, 해당 기준을 악용하여 성소수자가 아닌 이들이 성소수자로 또는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가 아닌 이들로 입소하여 거실을 지정받는 등 교정에 관한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수 있다”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가 가득한 황당한 이야기를 하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무지개행동은 법무부가 이번 방안 공개를 계기로 현재의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교정행정을 개선하고, 수용자가 자신이 어떠한 기준에 의해 처우받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시민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관련 지침·방안을 보다 널리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21. 8. 26.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상담 및 인터뷰 요청 전 꼭 읽어주세요! 동인련 2010.05.12 84883
539 [차제연 논평]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서울고등법원의 동성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 인정 판결을 환영하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2.23 125
538 [공동 논평]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항소심 판결을 환영한다! - 모든 성소수자의 권리가 평등하게 실현되는 사회로 나아가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2.21 144
537 [공동성명] 행정안전부는 비영리민간단체 독립성 침해 시도를 멈춰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2.14 93
536 성소수자 차별 조장하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 - 의견서 및 발언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2.07 187
535 [무지개행동 논평] 혐오에 편승해 기본적 책무를 져버린 서울시의회 책임자들은 책임을 지고, 서울 시민 모두에게 사과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2.02 77
534 [차제연 논평] 국민들은 모르는 평등원칙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노력 -4차 UPR 한국권고에 부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1.31 103
533 [무지개행동 논평] 대한민국 정부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대한 각 국가들의 권고를 전면 수용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3.01.31 132
532 [74번째 세계인권선언일 기념 성명] 인권은 거리에, 저항하는 이들 곁에 있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2.09 98
531 [논평] 미성년 자녀 있는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불허의 위법성을 확인한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8 87
530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 공개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8 79
529 당신이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성명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20 198
528 [공동성명] 전파매개행위죄는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는 에이즈예방법 제19조에 위헌으로 답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75
527 [무지개행동 성명] ‘성소수자’ 삭제한 2022 교육과정 개정을 규탄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1.15 271
526 [공동논평] 서울고등법원의 트랜스젠더 난민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10.21 101
525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시민사회 요구안] 이제는 만들어라, 성평등한 교육과정! – 차별과 혐오 조장을 단절하고 성평등 가치를 교육과정에 적극 포함시켜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9.28 126
524 [공동 성명] 모두를 위한 의약품 접근권을 힘차게 외치며, 평등하게 참여하고 존엄하게 행진합시다.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15 84
523 [공동성명] 초국적 제약회사의 후원을 퀴어커뮤니티가 경계해야 하는 이유 -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의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진차량 참여에 유감을 표하며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7 270
522 [미디어논평] 질병을 둘러싼 과도한 접근은 공익을 저해할 뿐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7.03 156
521 [성명] 변화를 위한 퀴어한 연대와 실천을 이제는 저들도 알고 있나니 - 스톤월항쟁을 기념하며 1 fil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8 209
520 2022년 세계 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22.06.21 17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